[이직의 기술] 이직을 위한 경력 관리 노하우

평판 조회 중요…막연한 스펙은 마이너스

‘이직’은 기회의 땅이다. 이직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고 능력자들을 찾아내는 헤드헌팅의 노하우가 진화하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구에게나 이력서를 다시 쓰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YONHAP PHOTO-1183> 외국인유학생 현장면접 (서울=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외국인유학생 채용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현장면접을 하고 있다. 2013.10.1 jihopark@yna.co.kr/2013-10-01 15:15:29/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평생 커리어 성공 전략’의 저자인 한준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상무는 성공으로 가는 커리어 관리는 ‘버티기’가 아닌 ‘올라가기’라고 강조한다. 직장 생활에서 잘 버티는 게 아닌 연령대별·직급별 커리어 관리를 통해 도전과 성취의 난이도를 점점 높여야 한다는 것.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주어진 일을 잘해내는 업무 수행 능력이 중요하지만 직급이 올라가면서 새로운 전략과 목표를 세우고 팀원과 조직을 잘 이끌어 가는 ‘전략적 리더십’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신입 사원부터 고위 임원과 최고경영자(CEO)에 이르기까지 회사 안팎의 여러 자원을 활용해 핵심 역량 레벨을 반드시 높여야 주도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직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매력적인 인재로 거듭나는 전략은 무엇일까. 확실하게 경력을 인정받고 유리한 조건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헤드헌팅 전문가가 밝히는 경력 관리의 비법을 들어보자.


잦은 이직은 결격 사유
김경화 커리어케어 수석 컨설턴트는 섣불리 이직하기에 앞서 인내심을 갖고 경력을 쌓으라고 조언한다. 이직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더 나은 조건을 찾아 헤매는 ‘방랑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두 가지 문제를 낳게 된다. 첫째, 이직만을 목표로 삼게 되면 현실에 충실하지 못할 수 있다. 현재의 업무도 이직을 위한 기회나 도구가 된다면 불성실한 태도로 평판에 흠집만 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달콤한 망상에 빠지기보다 무엇보다 현재 있는 곳에서 전문성을 쌓는 게 경력 관리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한다. 직무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지기 때문에 어떤 직무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은지 방향을 먼저 설정하는 게 우선순위다.

둘째, 잦은 이직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이다. 너무 잦은 이직 횟수는 서류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김 컨설턴트는 “이직 횟수 2회까지만 허용하는 대기업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이직 횟수가 3회 이상인 곳은 아무리 스펙이 훌륭하더라도 서류 탈락인 곳이 많다고 한다. 또한 한곳에서 최소 3~4년은 진득하게 일할 것을 추천한다. 자격 요건에 재직 연수 최소 3년 이상인 곳이 많다는 것. 특히 스펙이 좋은 대리급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은 ‘자만심’이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대리·과장급은 수요가 많기 때문에 이직의 기회가 많은데, 이때 자칫 자만심에 빠져 몇 년 사이 이직 횟수가 늘어난다면 이후에는 진짜 가고 싶은 회사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경력 채용의 세계에서 중요한 건 스펙보다 실력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신입 채용과 달리 경력 채용은 현업 부서에서 직무 적합성이 높은 인재를 채용한다. 이에 따라 해당 업무에서의 성과를 쌓는 게 몸값을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어떤 전문성을 쌓을 것인지 분야를 명확히 하고 전문성을 쌓을 것을 조언한다. 가령 어떤 기업에서 마케팅 분야 과장급 인재를 채용할 때 두 명의 후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소위 SKY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서 인사 업무 9년 마케팅 업무 1년을 했다. B는 지방대를 졸업하고 유망 중소기업에서 마케팅 업무 10년을 했다. 김 컨설턴트는 이때 헤드헌터가 더 추천하는 인재는 후자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스펙보다 실력이 우선
학위나 자격증도 마찬가지다. 이직을 희망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많은 직장인들이 MBA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전문성이 없는 학위만으로는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조언한다. 자칫 경력 공백이 생겼을 때 ‘점프’가 아닌 경력 단절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김 컨설턴트는 “기존 경력으로 채용하지 않을 사람을 MBA 학위가 있다고 채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력 자체에 강점이 있고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을 때 MBA나 자격증이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강조한다. 방향성 없이 막연히 스펙만 쌓을 때는 좋은 자격증이나 경험이 있어도 업무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한다. 엔지니어나 연구원이 아닌 이상 성과 없는 학위나 자격증만으로 연봉을 올리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조언이다.

김 컨설턴트는 학위보다 직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직무를 바꾸고 싶다면 일하고 있는 곳에서 하고 싶은 직무의 업무를 쌓은 후 학위를 딸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화학 업종에서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C가 기획 업무를 하고 싶을 때 같은 회사의 기획 파트에서 1년이라도 일한 후에 MBA 학위를 취득하면 직무 전환의 기회가 좀 더 높을 수 있다. 직무를 바꿔 지원할 때는 같은 업종의 회사를 공략하는 게 보다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또한 이직할 때 회사보다 직무를 보고 움직일 것을 추천한다. 회사 간판만 보고 섣불리 이직해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다시 본래의 업무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는 조언이다. 김 컨설턴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 회사에서 일정 기간 전문성을 인정받고 회사를 선택할 때는 연봉이나 간판보다 직무 전문성을 우선해 옮기는 게 나중에 더 인정받을 수 있는 경력 관리 방법”이라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경력 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이직이 목표’가 아닌 ‘현재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갈수록 평판 조회가 중요해지고 상사와 동료를 포함해 최소 3인 이상에게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게 최근 트렌드다. 아무리 실적이 뛰어나도 자칫 이 과정에서 합격이 취소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뒤집어 말하면 현재에 충실하며 즐겁게 일하고 관계를 돈독히 쌓는 사람은 입소문을 통해 헤드헌터에게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국민연금 사이트나 건강관리보험을 통해 경력 사실 여부를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이력서에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만큼 신중하게 경력을 관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인터뷰 - 육동인 커리어케어 대표



“경력 채용 1차 관문은 전문성”

경력직 채용은 신입과 다른 프로세스인데, 어디에 초점을 맞춰 준비를 해야 하나.
기업에서 경력직을 채용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새로운 사업 분야를 준비하거나 현 조직에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조직에 합류했을 때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 학력·성품·대인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하지만 모두 전문성이라는 1차 기준을 통과한 후에야 검토되는 항목들이다. 그리고 유연성이 필요하다. 새로운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점, 자신의 전문성을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대별로 경력 관리 노하우가 다를 것 같다.
취업 후 2년까지는 ‘과연 이 직업이 내게 맞는가?’ ‘내가 선택한 직업이 과연 비전이 있는가?’ 등을 점검해 봐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해 계속적으로 의문이 든다면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 30대는 실무의 달인으로 거듭나는 시기다. 자신만의 전문 영역이 형성된다는 뜻이다. 각 분야마다 핵심 직무가 있게 마련인데 30대에는 자신의 업무를 핵심 직무에 가깝게 만들어감으로써 전문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협상력·리더십 등을 키우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량은 치열한 현장에서 길러지는 것이므로 한 조직에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잦은 이직과 전직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40대는 조직에서 본격적으로 리더의 자리에 올라 그동안 쌓아 온 전문성과 경험·인맥이 빛을 발하는 시기다. 반면 조직의 책임자이고 결정권자이므로 조직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력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40대 직장인들이 시간을 쪼개 야간 대학원에 다니고 포럼에 참석하는 이유도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다. 실무 경험만으로는 조직을 이끌기 어렵다. 50대부터는 경력 관리의 포커스를 ‘개발’에서 ‘연장’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속한 조직에서는 임원이나 간부이지만 다른 조직으로 옮길 때에는 자신이 구직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이직 여부는 언제 밝히는 게 좋은지.
이직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고 진행해야 할 사항이다. 공공연하게 이직 의사를 밝히면 조직에 대한 불만이 많거나 연봉에 연연하는 사람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회사와 채용 확정서를 작성하기 전까지는 아무에게도 이직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이 좋고 이직이 확정됐다면 직속 상사에게 가장 먼저 알리는 게 좋다. 원활한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최소 한 달 전에 알리는 것이 좋다. 간혹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더 높은 연봉이나 조건을 제시하며 계속 머무르도록 설득할 수 있다. 이때 설득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당장의 필요나 욕구를 채워 주는 제안이라고 할지라도 조직 내에서 ‘언제든지 이직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남을 수 있으므로 이직을 확정했다면 그 계획을 변경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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