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_미국] Fed 출구전략 다음 선택은

고용 지표 부진…‘내년 3월설’ 유력

“중앙은행(Fed)의 연내 양적 완화 축소는 물 건너갔다.”
지난 10월 22일 미국 노동부가 9월 고용 통계를 발표하자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응을 내놓았다. 노동부의 실업률 통계는 당초 10월 초에 발표될 예정이었다. 연방 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 여파로 20일 정도 늦게 발표됐다. 9월 농업 부문을 제외한 신규 일자리 창출은 14만8000개였다. 이는 전월의 19만3000개는 물론 시장의 예측치 18만 개를 훨씬 밑도는 것이었다.


Federal Reserve Chairman Ben Bernanke speaks during a news conference at the Federal Reserve in Washington, Wednesday, Sept. 18, 2013. The Federal Reserve has decided against reducing its stimulus for the U.S. economy because its outlook for growth has dimmed in the past three months. The Fed said it will continue to buy $85 billion a month in bonds while it awaits conclusive evidence that the economy is strengthening. (AP Photo/Susan Walsh)

다만 실업률은 7.2%로 전월보다 0.1% 포인트 떨어졌다. 2008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하지만 실업률 하락은 취업자가 늘어난 때문이 아니라 취업이 힘들어지자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늘면서 노동시장 참가율이 저조한 때문이었다. 9월 노동시장 참가율은 63.2%로 1978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직 포기자가 늘어나면서 숫자상으로만 실업률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구조적 실업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방 정부 셧다운 여파로 성장률 하락 전망
실업률은 Fed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참고하는 지표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그동안 “고용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양적 완화를 지속할 계획이며 고용 시장이 완연히 살아나면 양적 완화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Fed는 경기 부양 등을 위해 현재 월 85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면서 장기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9월 고용 통계 발표 직후 월스트리트저널은 고용 시장 회복세가 너무 취약해 Fed의 양적 완화 축소 일정이 불확실해졌다고 분석했다. 버냉키 의장은 올 6월 “Fed의 예상대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 연내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해 내년 중반께 완전히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출구전략에 관한 선제적인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런데 셧다운,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 정치발(發) 경제 위기 여파로 ‘실망스러운’ 고용 통계가 나오면서 Fed의 선제적인 가이드라인이 무색해졌다는 분석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셧다운의 경제적 충격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백악관은 최근 셧다운 여파로 4분기 경제성장률이 0.25%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고용 시장 회복이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Fed의 금융 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는 ▷10월 29~30일 ▷12월 17~18일 ▷내년 1월 28~29일 ▷내년 3월 18~19일에 각각 예정돼 있다. 에릭 라셀 RBC글로벌애셋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양적 완화 축소 시기와 관련, “10월은 가망이 없고 12월은 가능성이 확 줄었다”며 “내년 1월이냐 3월이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1월에는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월 FOMC 정례 회의는 버냉키 의장의 퇴임(1월 31일)과 재닛 옐런의 의장 취임 바로 직전에 열린다. 모양새가 좋지 않다. 게다가 수뇌부 교체 시기에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Fed의 오랜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Fed가 결국 3월에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미 의회는 내년 1월 15일까지 연방 정부의 예산 집행, 2월 7일까지 부채 한도 적용 유예 등에 극적으로 타협하면서 셧다운과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그러나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 케어), 재정 적자 감축 방안 등 핵심 쟁점은 그대로 남겨둔 채 협상 시기만 3~4개월 뒤로 연기해 놓았다. 내년 1분기에 재정 위기가 다시 고조돼 다시 Fed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마이클 퍼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내년 3월 전에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일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Fed가 ‘재정 위기’의 먹구름이 지나가도록 3월까지 기다릴 것이란 전망이다.


워싱턴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