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맥] 과도한 우려는 금물…그래도 ‘수출주’

원·달러 환율 하락과 주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양적 완화 축소 지연 기대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경상수지 흑자 행진, 풍부한 외화보유액 보유 등으로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양호한 한국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이 증가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0원대에 도달해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차익 실현 우려가 대두되며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35.4%로, 2007년 7월 이후 최대 수준으로 높아져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을 견인해 왔던 외국인들의 수급 변화를 촉발할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37개사)의 원·달러 환율 전망을 집계한 결과 2013년 4분기에는 달러당 1080원, 2014년에는 1050~1100원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조사된다. 현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2001년 이후 원·달러 환율 하락 국면에서 환율이 달러당 1050~1100원 수준을 나타낸 시기는 2004년 11~12월, 2011년 4~8월, 2012년 10월~2013년 1월, 2013년 9월에서 현재까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국면에서 주식시장은 대체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으며 업종별로는 의약품·음식료·섬유 및 의복·유통·종이목재·전기가스업 등 내수 업종 중심으로 강세 흐름이 진행됐다.

반면 2001년 이후 원·달러 환율 하락 국면에서 환율이 달러당 1000~1050원 수준을 나타낸 두 차례 국면에서는 모두 주식시장의 양호한 상승세가 진행됐다. 업종별로 보면 내수주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운수창고·기계·운수장비·전기전자 등 경기 민감주의 수익률 역시 코스피 대비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100원 아래로 하락하면 시장에서는 수출주의 실적 악화가 부각되면서 내수주의 상대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원화 가치 강세가 지속되면 수출주의 실적 우려보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수입 물가 안정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수출주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희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강세 원인은 글로벌 경기 회복 때문
글로벌 경기가 정체 또는 둔화되는 국면에서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인다면 분명 국내 수출주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 경기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유로존 경기가 점차 살아나면서 글로벌 수요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지속, 외화보유액 사상 최대 보유 등 긍정적인 요인들이 원화 강세를 이끌고 있다. 과거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로 전환했던 환율 임계점인 달러당 1050원에 근접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 상승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지만 최근의 원화 가치 강세가 글로벌 경기 회복과 수입 물가 안정 등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을 기대한 장기자금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외국인들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최근 코스피가 2050까지 별다른 조정 없이 상승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하락과 중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우려로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내수주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효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내수주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경기 민감주의 비중을 재차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아람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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