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창조 경제 시대, 다시 보는 지속 가능 발전

미래 시장 니즈를 ‘창조’하는 핵심 동력

그 어느 기업이나 미래 신사업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어떤 분야가 새로 뜨고 있는지, 앞으로 시장에 무엇이 나타날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영학 교과서를 보면 기업은 시장의 니즈를 만족시키거나 혁신을 통해 시장의 니즈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한다. 말이야 쉽지만 누가 이런 통찰력을 가질 수 있을까. 도대체 현재와 미래의 니즈는 무엇일까. 이러한 사회변화의 방향과 새로운 니즈에 대해 설명하는 분야가 몇 가지 있다. 미래학이라는 것이 대표적인 분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름도 생소한 ‘지속 가능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다.

지속 가능 발전은 표현에서 느껴지는 바처럼 지구촌 사회와 초록별 지구가 무언가 유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제시된 개념이자 패러다임이다. 1960년대 후반 레이첼 칼슨은 ‘조용한 봄’이란 에세이를 통해 각종 환경오염으로 봄이 와도 꽃이 피지 않고 개구리가 울지 않는 시대가 온다고 경고했다. 1970년대에는 맬서스 인구론(식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인구는 산술급수적으로 는다)으로 더 유명한 로마클럽에서 글로벌 시스템 붕괴에 대한 경고가 있었고 1980년대 유엔에서는 에코 발전(Eco-development)이라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1987년에 이르러 ‘지속 가능 발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문헌상 정의대로 얘기하면 지속 가능 발전이란 현재 세대가 현재 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킬 때 미래 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능력에 타협하지 않으면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세대 간 균형(inter-generation equity), 세대 내 균형(intra-generation equity,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이나 국가 간 균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가 가장 쉽게 얘기하는 것은 ‘경제·사회·환경’의 조화로운 추구다.

생태경제학의 창시자인 세계은행의 허먼 데일리 박사는 이를 조금 더 이론적으로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배분(Economically efficient allocation)’, ‘사회적으로 공평한 분배(Socially fair distribution)’,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규모(Environmentally sustainable scale)’라고 설명했다.

1992년 브라질 최고의 휴양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전 세계 정상들과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속 가능 발전’에 대해 각 국가별, 각 주체별 역할과 향후 10년간의 계획을 만들어 보자는 목적이었다.

각국 정상들과 각료들은 물론 학계·비정부기구(NGO)·종교계·여성단체·청소년단체 등이 모여 경제·사회·환경의 문제를 논의했으며 향후 10년간의 계획 등을 앞다퉈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속 가능 발전은 인류 발전의 패러다임이 됐다.


다국적 대기업 겨냥한 ‘기업 역할론’ 부상
이제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은 물론 모든 비정부기구들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 패러다임을 따라 움직이거나 이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글로벌 메가 트렌드에 따라 보조를 맞춰 또는 한 발짝 앞서 뛰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니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두 기구가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와 유엔환경계획·금융이니셔티브(UNEP Finance Initiative)다. 둘 다 모두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정상회의를 타깃으로 설립된 기구들이다.

WBCSD는 자유무역과 세계화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시끄럽던 시점에 지속 가능 발전에 대한 ‘기업의 역할론’을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19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지속 가능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막대한 자원을 채취하고 재화를 쓸데없이(?) 마구 생산해 대는 다국적기업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웬만한 국가들보다 더 돈이 많은 다국적기업들은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 세계 각국 정부들보다 더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르면서 오히려 기업의 역할론이 더 힘을 얻게 됐다. 이를 통해 WBCSD에 가입한 기업들은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솔루션을 더 많이 공급하겠다고 선언하고 개도국의 발전(=시장 개척)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과 ‘지속 가능 발전을 통해(또는 이용해) 돈을 (좀) 벌(어보)겠다’는 같은 뜻이 되고 만다. 독자들은 이 대목에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UNEP FI는 유엔환경계획과 금융회사 간의 PPP (Public-Private Partnership)로,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서는 소위 막대한 ‘돈(줄)’이 필요한데 당연히 금융회사들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을 강조하며 등장했다. 환경 금융, 기후 금융, 사회책임 투자,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지속 가능 보험 등 거의 모든 지속 가능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들이 이 기관을 통해 구체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속 가능 경영’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가
예를 들어 발전 산업은 대개 공적 영역에 있었지만 정부 재정상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하에 민간 부문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만들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금융회사들이 뛰어들고 있다(부동산 대출, 중소기업 대출처럼 리스크가 큰 대출이 아니라 정부가 보증하는 전깃값을 받아서 수익을 내니 땅 짚고 헤엄치기다). 과연 독자들은 이 대목에 돌을 던질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명분과 실리에 대한 얘기는 별도로 하고 여기에서 필자들이 강조하고 싶은 얘기는 “지속 가능 발전 분야에서는 기업들이 시장 니즈를 따라만 갈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영전략을 통해 주도적으로 시장 니즈를 만들어갈 수 있고 이미 그렇게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지속 가능 경영이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냐’라는 논쟁이 있다. 필자들은 두 가지 모두 광의적으로는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에서 두 개념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서로 다른 종착지로 끌고 간다. 극단적으로 볼 때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면 ‘사회 공헌이나 성실 납세’ 정도로 축소 해석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사회 책임이 소위 경영전략의 핵심인 비즈니스 아이템이나 사업 포트폴리오 등 경영의 핵심으로 파고들지 못할 우려를 안고 있기 때문에 필자들은 굳이 ‘지속 가능 경영’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우리나라에 지속 가능 경영이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그 당시에는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가이드라인(Global Reporting Initiative)에 따라 기업 경영 활동을 경제·사회·환경으로 나눠 정리해 보면서 소위 지속 가능 경영의 ‘프랙티스’를 익히는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지속 가능 경영의 핵심인 경제적 측면, 즉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와는 무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2005년부터 금융권의 사회 책임 투자가 국내 도입되면서 연·기금과 금융권으로부터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과 재무적 성과 간의 연계를 요구하는 움직임들이 나타났다.



이후 2008년에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국가적 화두가 제시되면서 소위 ‘그린 비즈니스’에 대한 전 국가적 관심이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클린테크가 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시도됐다. 이차전지나 태양광 모듈과 같이 전형적인 클린테크 사업이 나오기도 했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절전형 가전, 친환경 선박 등과 같이 기존 산업의 녹색화도 동시에 진행됐다.


창조 경제 시대의 마법 주문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실패 사례들도 많이 나왔다. 지난 정부의 녹색 성장 정책과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등이 중첩되며 저탄소 녹색 성장이란 분야에 대한 그간의 접근 전략과 시도에 대한 재평가까지도 필요한 시점에 오게 됐다. 하지만 지속 가능 발전이라는 큰 패러다임은 여전히 그대로이며 유엔에서도 새천년 발전 목표(MDG)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새로운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를 여전히 국제사회의 지향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전히 기업들은 2013년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해 어느 정도 조정기를 겪으며 ‘창조 경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 경영이 과연 창조 경제와 어떤 관계이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필자들은 지속 가능 경영이 창조 경제의 주제나 분야(Domain)로서의 역할을 하며 창조 경제는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법론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 가능 경영이 시장의 니즈에 대한 것이라면 창조 경제는 이를 부가가치로 만들어 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 가능성에서 파생될 수 있는 창조 경제의 세부 주제들은 수도 없이 많다. 사회 발전, 개도국과의 공동 발전, 빈곤 퇴치, 인권·소수자 보호, 자원 확보·재활용, 기후변화, 수자원, 환경 보건, 사회 인프라, 정보 접근권, 이동성, 금융 서비스 접근권 등 너무나도 다양하다. 거의 모든 사회적 어젠다가 지속 가능 발전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각각이 곧 사회가 달성해 내야 할 목표이자 사회와 시장의 니즈다. 그것도 현재와 미래 세대 공통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

창조 경제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이러한 지속 가능성의 몇 가지 주제들을 선택적으로 핵심 경영전략과 통합해 내는 것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시장과 사업 방식만 고집할 게 아니라 지속 가능 발전의 새로운 분야들을 관찰해 시장의 니즈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창조적인 방법으로 기업의 역할과 수익 모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경영전략이 외부 환경에 따라 내부 자원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 창조 경제 시대의 지속 가능 경영전략은 현재와 미래의 경제·사회·환경적 니즈를 리드해 나가면서 동시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미래 시장의 니즈를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리드할 것인지가 문제다.


임대웅 에코프론티어 상무·이한경 EF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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