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충격 큰 신흥국 자산, 다시 ‘튀어 오른다’

양적 완화 축소가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

내년에도 시장의 화두는 단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양적 완화 축소(Tapering) 여부다. 막대하게 풀린 돈들을 Fed가 어떤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줄여나갈 것인지,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는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Fed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 규모는 3조000억 달러에 달한다. Fed가 매입해 보유하고 있는 만큼의 돈이 민간에 풀려 있다는 의미다. 그중에서 채권만 3조4000억 달러다. 전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투자한 중국이 1조2000억 달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보다 3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아직도 Fed는 매월 850억 달러씩의 채권을 매입하며 돈을 푸는 중이다.

그러나 최악의 금융 위기를 겪었던 미국 경제가 서서히 정상화 과정에 진입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5월 1일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처음으로 “자산 매입 규모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날 이후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30% 포인트 넘게 폭등했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으며 신흥국은 통화·주식·채권가격 급락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글로벌 리츠(REITs)는 무려 14%가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서둘러 투자 대상을 선진국과 달러·주식 중심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후 상황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던 신흥국 자산들과 하이일드·글로벌 리츠 등의 성과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달러도 9개월 내 최저치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양적 완화 축소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Fed은 여전히 경기를 배려하는 조심스러운 양적 완화 축소를 준비 중인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시작 시점보다 강도가 중요하다. 향후 테이퍼링이 시작되더라도 시장이 그 이상의 강도로 평가하지 않는 이상 달러 강세, 금리 상승 추세도 다시 강하게 형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흥국 채권 투자하려면 ‘기간’ 확실히 정해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여전히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는 선진국, 특히 주식시장이 매력적이다. 최근 신흥국 위기는 경상수지 적자 등 펀더멘털 약화에도 기인했지만 근본적으로는 Fed의 출구전략과 달러 강세 그리고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로 촉발됐다. 완만한 테이퍼링이라면 신흥국의 급격한 자금 이탈 위험도 감소할 것이다. 선진국 경기 회복과 급락한 신흥국 통화가치는 신흥국의 경상수지도 개선할 것이다. 일부 위험국의 통화 스와프 체결도 신흥국의 극단적 위험을 낮춰 주는 요인이다. 지난 5개월 동안의 흐름과 반대로 최소한 한 분기 정도는 그동안 지나치게 비중이 축소됐던 신흥국 자산의 단기 반등과 상대적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0원 아래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하반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신흥국 채권과 하이일드 펀드에 집중적으로 자금이 몰렸다. 채권 투자의 기본은 이자지만 채권을 예금이 아닌 주식의 대체재로 생각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자본 차익이 발생하면 주식 등 다른 투자 대상으로 갈아 타려는 수요가 많았다. 이제 투자 목적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본 차익 목적의 투자자였다면 신흥국 자산 가격이 반등하는 적절한 시점을 활용해 환매하되 장기적으로 국내 은행예금 금리보다 1~2% 포인트 높은 자산, 즉 예금의 대체재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계속 보유하는 것이 낫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자산분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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