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사람 맛난 인생] “주변에 덕 베풀어야 먹을 복으로 돌아오죠”

‘관상 열풍 주역’ 조규문 명리문화연구소장

“자! 따끈따끈한 신혼부부시죠? 정석원·백지영 씨! 정석원 씨 같은 긴 직사각형 얼굴형은 신경이 예민하고 똑똑한 이가 많습니다. 눈을 보면 착하기는 하지만 고집이 있고 판단력이 약할 수 있습니다. 코는 비교적 이름을 날리고 재물과 인연이 있지만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의 부인 백지영 씨는요…. 눈웃음이 있어 이성에게 인기가 많은 눈이네요.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 딱 맞습니다. 코는 얼굴의 크기에 비해 약간 작은 듯한데, 유명세나 열심히 일한 것에 비해 수입은 그에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은 입이 닮았는데 식복(食福)이 있는 입입니다.”



눈웃음치는 예능 도사
TV 방송에 출연해 남의 부부 얼굴을 화면에 올려놓고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사람. 조규문 명리문화연구소장의 이야기다. 그가 건넨 명함엔 철학박사, 운세칼럼니스트, 명리문화연구소장이라고도 쓰여 있다.

“방송 출연 이후 ‘매스컴 도사’란 말을 많이 들어요. 매스컴에 도통한 사람이란 건 아닌 것 같고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점쟁이를 좋게 표현한 단어라고 봅니다. 하하하.” 점쟁이는 ‘점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임에도 자신의 입에서 거리낌 없이 나온다. 호탕한 웃음과 함께 말이다. 그 역시 점쟁이나 역술인이란 단어보다 매스컴 도사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래서 ‘한국 점(占) 문화의 지킴이’, ‘한국 점 문화의 자존심’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인물이지만 ‘국민 매스컴 도사’란 별칭을 붙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앞서 시작한 정석원·백지영 부부네 관상풀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니 일단 조 씨의 목소리를 계속 들어보자.

“정석원 씨는 직사각형 얼굴형. 백지영 씨는 타원형 얼굴형. 관상으로 볼 때 두 사람의 사랑은 처음엔 순탄하지만 권태로움이 일찍 올 수도 있습니다. 재백궁(재물 운수)을 나타내는 코는 백지영 씨보다 정석원 씨가 탁월해 저축이나 금전 관계는 정석원 씨가 주도하면 좋을 것 같고요. 반면 백지영 씨는 관록궁(일과 능력)인 중앙 이마가 아주 좋은데 부귀영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돈 관리는 정석원 씨가 하더라도 실세는 백지영 씨가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분들 남녀궁(자손 번창)이 모두 좋아 자녀도 잘 자라고 집안이 화목할 것으로 보이네요. 단, 부부 관계에서 정석원 씨가 자기중심이 강하기 때문에 백지영 씨가 이해하고 받아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잘 들어보니 관상을 통해 정석원·백지영 부부의 궁합까지 논한다. 중간 중간 가시도 있지만 대부분이 달콤한 얘기다. 가시 부분은 해법 풀이까지 제시하며 보고 듣는 이들을 관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국민 매스컴 도사’ 조규문 소장이 방송에 본격 출연한 것은 종편의 ‘신의 한수’를 통해서다. ‘신의 한수’는 의사, 한의사, 명품 감정가, 고미술 전문가, 요리사, 음식 평론가 등 여러 명의 전문가들과 연예인들이 벌이는 이야기 배틀이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지만 역술인 조 소장만 유일하게 2012년 8월 첫 방송부터 한 편도 빠지지 않고 출연하고 있다. 그만큼 방송에서 중시하는 시청률이 보장되는 독보적인 인물이 됐다는 얘기다.



방송에서 그는 개량 한복 차림으로 희끗희끗한 긴 머리를 가지런하게 빗어 묶고 수염까지 길게 드리우고 나타난다.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안경 너머의 날카로운 눈매에 눌려 함부로 말도 붙이기 힘든, 말 그대로 ‘도사’다. 그런데 입을 여는 순간 만화 속의 주인공 ‘머털도사’가 된다.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를 섞어가며 연예인들과 함께 방송 분위기를 방방 띄운다. 매섭던 눈매가 장난기 가득한 어린아이 눈으로 변하며 살살 눈웃음을 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그의 매력이다. 그러니 이런저런 연예인 사진을 올려놓고 온갖 관상풀이를 해도 항의 전화 한 번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자신의 관상을 봐달라고 들이대는 연예인들이 줄을 잇고, 이도 부족해 아이들 사진까지 가져와 들이대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하루 한 끼만 집에서 먹는 일식이
그 덕분에 그는 요즘 인생의 절정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남들에게 자주 쓰는 말처럼 ‘복’이 터진 게다. 금전적 수입이 짭짤하게 늘었으니 특히 식복, 먹을 복이 터졌다고 할 만한데 실제 그렇지 않단다. 조 소장 스스로도 관상학적으로 볼 때 먹을 복이 많은 사람이 아니란 것이다. 스스로 “일식이”라고 말할 정도니 먹는 데 있어서는 복덩어리 수준은 아닌 모양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식이’란 일본 음식을 칭하는 일식(日食)이 아니라 하루에 한 끼만 집에서 먹는 일식(一食)이다. 퇴직하고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마누라에게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달라는 ‘삼식(三食)이’에 빗댄 의미다.

“아침밥 한 끼만 집에서 먹어요. 반찬이라곤 별것 없어요. 김치와 김에다가 된장국, 가끔 생선구이나 삼겹살이 올라오지요. 음식을 가리거나 반찬 투정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집사람이 편안하게 식사를 준비합니다.”

따뜻한 밥과 국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데 방송 출연, 대학원 강의 그리고 짬짬이 서울 명륜동에 있는 연구소에서 손님맞이를 한다.

점심은 대부분이 밀가루 음식을 먹는다. 국수를 워낙 좋아해 칼국수·잔치국수·자장면·짬뽕 등 면 요리 가운데 골라 먹는다. 가끔 점심 별식으로 수제비, 바쁠 땐 국수 대신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로 대신하기도 한다.

“저녁 식사는 야간 일정에 맞춰 되는 대로 해결합니다. 술은 마시지 않아 술자리에 참석할 일은 별로 없고요. 일정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과일 몇 조각 먹고 잠자리에 들지요.” 들어보니 그도 삼시 세 끼는 거르지 않는 삼식이다. 단지 ‘안방’ 삼식이가 아닐 뿐인데 이 정도면 먹을 복이 제법 있는 편 아닌가.

도사라고 별것을 먹나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결론은 ‘별것 없다’다. 커피나 차도 따로 찾아 마시는 것도 없고 기(氣)가 빠졌을 때 그저 뜨거운 물에 찬물을 섞어 미지근하게 만들어 마시는 게 다란다. 그런데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을 때 반드시 지키는 게 있다. 잔에 뜨거운 물을 먼저 붓고 나중에 찬물을 붓는다. 이유를 물었더니 묻지 말란다.

먹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먹을 복’이 있는 관상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

“먹을 것은 입으로 들어가니 관상 중에서 입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단 입이 크고 입술이 두툼하고 붉은빛을 띠는 게 좋습니다. 보통 여성들의 섹시 점으로 알려진 입술 주변의 점도 식복을 의미합니다. 입꼬리는 위쪽으로 향해야 먹을 것이 따라붙습니다.”

체형은 사상 체질의 태음인을 꼽았다. 얼굴이 둥글고 머리가 크며 살이 많고 허리가 굵은 체질이다. 연예인 중 대표적인 인물로 개그맨 유민상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이어 김준현·정형돈순. 일명 ‘먹방’ 전속 연예인들로 다들 둥글둥글 포동포동한 얼굴과 몸매의 소유자다.

이들처럼 뚱뚱한 사람들이 먹을 복은 있을지는 모르지만 건강관리 측면에선 꽝. 날씬한 몸과 갸름한 얼굴로도 먹을 복을 누릴 방도는 없을까. 조 소장은 한마디로 “덕(德)을 베풀어라”고 주문한다.

“덕 중의 가장 큰 덕은 생명을 살리는 것입니다. 생명의 기초가 되는 게 음식입니다.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음식을 많이 내주세요. 그러면 그 덕이 먹을 복으로 되돌아올 겁니다.”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거나 앞으로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기억해 둘 답이다.

긴 수염 때문에 그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대놓고 나이를 물으니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논어의 표현대로라면 ‘오십 세’란 얘긴데 실제 그런지 믿기 어렵다. “역술인들은 모든 것을 까발리는 게 아니다”며 개인적인 질문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답을 피해서다. 어찌어찌 결혼은 했고 중1 딸아이가 있다고 했다. 수락산에서 태어나 아직도 수락산에서 산다는 말만 간신히 들었다.

조 씨가 역술인의 길에 들어선 것은 28세 때.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남들처럼 먹고살기 위해서였어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말하니 믿을 수밖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한 것은 23세 때다. 청량리 미주아파트에 있는 철학관의 스승을 찾아가 두 차례 거절당하고 세 번째 간신히 제자가 됐다고 한다.



“사실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어요. 고교 시절 동아방송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0시의 다이얼’에서 나온 명산 대찰 이야기를 듣고 바로 집을 나와 전국의 사찰을 돌고 오일장 구경도 하면서 군대 가기 전까지 그렇게 지냈어요. 철학관 스승님을 만나기 전까진 엉망으로 산 게죠.”

청소·설거지·잔심부름을 하면서 한자로 된 원전 읽는 법부터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고등학교 졸업장으로는 사람들과 상담도 할 수 없으니 학교 공부를 더 하라”는 스승님의 호통에 뒤늦게 학업을 이어 가다가 내친김에 철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다.


관상은 마음의 뿌리
“방송에서 역술은 ‘정월 메뉴’, ‘선거 메뉴’라고 할 만큼 정초나 선거철에 살짝 비췄다가 사라지는 반짝 프로지요. 역술을 ‘신의 한수’처럼 오랜 시간 동안 다룬 적이 없어요. 다른 방송에서도 경쟁적으로 따라오는 바람에 ‘점’ 문화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좋은 계기가 됐지요.” 조 소장은 자신의 자랑보다 주변 환경의 변화에 공을 돌리는 겸손함을 보였다.

“무엇보다 ‘관상’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어요?”

송광호·이정재 주연의 ‘관상’은 개봉 20일 만에 800만 관객 돌파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다. “사람의 얼굴에는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다 들어 있다”고 말하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광호 분)을 통해 위태로운 조선시대의 운명을 관상으로 바꿔보려는 것이 스토리의 큰 기둥이다.

“관상은 인간관계에서 필수적인 요소지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밥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수천 년 전 씨족공동체에서 대표를 뽑을 때도 자신을 배부르게 해줄 만한 얼굴을 가진 인물을 뽑았을 것이고, 이것이 현재까지 경험적으로 차곡차곡 쌓인 ‘인간 정보의 누적분’이 바로 관상학이란 설명이다.

“초면인 사람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상대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상대가 자신을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상을 배우게 되면 남의 얼굴을 파악하는 것보다 자신의 얼굴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의 말대로 얼굴은 마음가짐에 따라 좋게도 바뀌고 나쁘게도 바뀐다. 내적 수양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관상은 ‘그 사람의 이력서인 동시에 미래의 청사진’이란 말도 있다.

“먹을 복(福)이 있는 사람!” 듣기만 해도 참 기분 좋은 소리다. 적어도 자신이 굶어 죽을 염려는 없다는 얘기고 한편으론 남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나눔과 베풂도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영화 ‘관상’에서 파경에 처한 내경이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바람을 보지 못했다. 파도만 봤을 뿐.”

“부모에게 물려받은 식복(食福) 차지 말고 살면서 굴러들어오는 먹을 복(福) 막지 않으려면, 얼굴(파도)을 뜯어고칠 일이 아니라 마음(바람)을 곱게 쓸 일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관상쟁이 조규문 소장이 마지막 남긴 인생 병법의 한 수는 누구나 마음속에 새겨둘만한 말이다.


유지상 음식 칼럼니스트┃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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