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싸이 ‘젠틀맨’…로이킴·조용필도 ‘선전’
올해 음원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곡은 ‘강남스타일’로 국제 가수가 된 싸이의 ‘젠틀맨’인 것으로 조사됐다. 음원 사이트 합산 기준 약 2억1000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한경비즈니스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6개 주요 음악 서비스 사업자와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음악 서비스의 온라인 매출 데이터를 토대로 운영하는 음원 사이트인 가온차트의 월별 ‘가온지수’를 합산한 결과다. 가온지수에는 스트리밍 횟수, 다운로드 수, 배경음(BGM) 설정 수 등이 포함된다. 실제 소비자가 음원을 듣는데 발생한 금액을 토대로 가중치를 적용해 지수를 산출했다고 차트 운영자는 밝혔다.
지난 4월 12일 발매된 싸이의 ‘젠틀맨’은 ‘마더파더 젠틀맨~’ 등 해외 팬을 염두에 둔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 도도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시건방 춤이 포인트인 B급 코드의 댄스곡이다.
지난해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메가 히트로 후속곡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이 남달랐던 만큼 발매 당일 멜론·올레뮤직·엠넷닷컴·벅스·소리바다 등 국내 주요 음원 서비스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고 이후 9일 동안이나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이 곡은 국내 음원 차트 ‘올킬’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 발매 1주 차에 브라질과 러시아 등 40개국이 넘는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싸이는 아이튠즈 음원 다운로드로도 수십 억 원대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음원 순위 2위에는 엠넷 ‘슈퍼스타 K4’의 우승자인 로이킴의 데뷔곡 ‘봄봄봄’이 차지했다. 가온지수 기준 1억9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4월 발매된 ‘봄봄봄’은 로이킴의 자작곡으로 컨트리풍에 복고 감성을 더해 완성한 노래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후렴구에 반복되는 ‘봄봄봄’이란 가사가 계절적인 요인과 맞물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함께 해주오’, ‘알고 있었소’ 등의 노랫말이 복고 감성을 자극하면서 10, 20대 만이 아니라 40대 이상의 음악 팬들과도 교감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인기와 함께 이 곡은 누리꾼 사이에서 표절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아이돌 일색에서 힙합·포크 등 ‘다양화’
음원 순위 3위에는 힙합 듀오 배치기의 ‘눈물샤워’가 올랐다. 지난 1월 미니 앨범 4집의 타이틀곡 ‘눈물샤워’를 공개한 배치기는 소녀시대의 ‘아이갓어보이’를 밀어내며 단숨에 음원 순위 정상에 올랐고 이후 약 2주간 국내의 모든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데뷔 앨범 이후 이렇다 할 두각을 보이지 못한 배치기는 슬픈 멜로디에 템포도 느린 ‘눈물샤워’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최근의 인기곡들이 음원 시장에서 1~2주간 정상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음악의 소비 주기가 매우 짧아진 점을 감안하면, 무려 3개월 이상 차트 상위권을 지킨 배치기의 저력이 놀라울 따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온차트 최광호 사무국장은 “올해 음원 차트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힙합 가수들의 선전”이라며 “배치기를 비롯해 산이, 다이나믹 듀오, 프라이머리, 범키, 버벌진트 등이 골고루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4위부터 7위까지는 여가수들이 점령했다. 4위에는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가 올랐다. 5위에는 씨스타의 ‘기브잇투미’가, 6위에는 파워 보컬 효린, 매력적인 래퍼 효린으로 구성된 씨스타의 유닛인 ‘씨스타 19’의 ‘있다 없으니까’가 차지했다. 7위에는 음원 시장에서 특히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여성 듀오 다비치의 ‘거북이’가 올랐고 해외 활동을 마치고 1년 2개월 만에 국내 팬을 찾아와 연초 음원 시장을 휩쓴 소녀시대의 ‘아이갓어보이’가 8위를 기록했다.
음원 수익 9위에는 SBS ‘케이팝 스타 시즌2’의 우승자인 10대 남매로 구성된 악동뮤지션의 ‘크레센도’가 차지했다. 이 노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방송 경연에서 부른 자작곡으로, 이 밖에도 악동뮤지션의 다른 자작곡,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등도 꾸준히 음원 순위의 상위권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 시장도 휩쓴 ‘조용필 관록’
끝으로 음원 수익 10위에는 10년 만에 19집 정규 앨범을 발표한 조용필의 ‘바운스’가 차지했다. 최 국장은 “레코드와 콤팩트디스크(CD) 시대를 호령하던 가왕 조용필의 파워가 디지털 시장에서도 확인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음원 시장의 인기는 팬덤과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디지털 음원 시장의 소비자들은 다양한 세대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친숙한 가수, 듣기 좋은 노래 등이 인기를 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는 기존의 아이돌 일색이던 음원 순위에 다양한 장르가 들어와 가요계 전체의 균형이 잘 잡힌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한편 음원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어떻게 배분될까. 전체를 100%라고 본다면 작사·작곡자가 10%, 가수나 세션 등 실연자가 5%, 매니지먼트가 45%, 음원 사이트 등 유통업자가 40%인데, 이 가운데 20%는 사업비로 사용되는 구조다.
만약 특정 곡이 ‘음원 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할지라도 그 노래를 직접 부른 가수가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