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소녀가 과학자를 꿈꾸는 세상

리처드 생베르 로레알코리아 사장

더욱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필요한 게 현실이며 그 주역은 바로 지금 과학자를 꿈꾸며 자라나는 꿈나무일 것이다.



막연히 머릿속으로만 그려 왔던 과학 연구실을 직접 방문해 보고 학교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실험들을 체험해 보니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다. 또한 뵙기 힘든 실제 여성 과학자인 박사님과 함께 실험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상상하는 내 미래라는 그림에 큰 건물을 세운 것 같다. 특히 그동안 궁금했던 과학 궁금증에 대한 시원한 답을 얻어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로레알코리아의 신규 사회 공헌 활동인 ‘사이언스 오픈 랩(Science Open Lab)’에 참여한 한 여고생의 말이다.

대한민국 일반계 여고생의 이공계 진학 비율은 35% 수준이다. 전체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중 여성 비율은 약 17%에 그칠 정도로 과학 분야에 젊은 여성 인재 유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바라보면서 현재의 과학자를 지원하는 것 못지않게 미래의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취지에서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과 함께 올해 과학 지혜 기부 활동인 ‘사이언스 오픈 랩’을 론칭했다. ‘소녀, 과학자를 만나다’를 테마로 10월 매주 토요일 서울·대전 등 전국 12개 연구소에서 200여 명의 여고생과 60여 명의 과학자가 만나고 있다. 여성 과학자들이 주축이 돼 과학 분야로 진로를 희망하는 여학생들의 잠재력을 살피고 선배 과학자들과의 만남 및 체험 연구 실습을 통해 향후 과학자로서의 실질적인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다.

여고생들은 뇌과학 이미징, DNA 세포 연구 등 평소 교실에서 접할 수 없는 생생한 과학 체험으로 과학자의 꿈을 더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이 과학 분야에 투자하는 이유는 창립자의 신념에 기인한다. 화학을 전공한 과학자였던 유젠 슈엘러는 ‘뷰티는 과학적 혁신의 산물’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졌고 그 결과 매년 로레알그룹은 매출의 약 3~4%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한다. ‘세계는 과학을 필요로 하고 과학은 여성을 필요로 한다(World needs Science, Science needs Women)’는 신념으로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이 상을 통해 약 1700명의 세계 여성 과학자들을 지원했고 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국에서도 2002년부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및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과 공동으로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상’을 12년간 진행하면서 50명의 여성 과학자를 지원했다.

미래의 과학자들을 위한 투자는 중요하다. 과학은 인류가 당면한 경제·인류 및 환경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열쇠다. 이를 위해 더욱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필요한 게 현실이며 그 주역은 바로 지금 과학자를 꿈꾸며 자라나는 꿈나무일 것이다.

특히 창조 경제를 위해서도 과학 역량의 강화가 필요하다. 여성 과학자는 과학과 사회,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21세기가 원하는 높은 역량을 지닌 연구 인력이다. 잠재력 있는 우수한 여성 인력이 과학계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통로와 여건,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