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TOPIC]버핏, 英 음료 자판기 사업 인수

음료·소매 사업 손대는 진짜 속내는

“불 과 다섯 시간 전에도 수십억 달러짜리 기업을 샀답니다.”

미국 정치권이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현실화를 놓고 벼랑 끝 협상을 벌이고 있던 지난 10월 16일(현지 시간).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CNBC에 출연해 한 말이다. 디폴트 우려 때문에 주식 투자를 중단할 필요가 없다며 “지금이 주식 매입에 적기”라고 강조하는 와중에 나온 얘기다.


FILE - In this Nov. 12, 2009 file photo, Berkshire Hathaway Chairman and CEO Warren Buffett, listens during a taping of CNBC television special at Columbia University in New York. Swiss Reinsurance Co. on Monday, Jan. 18, 2010 said it transferred part of its U.S. life insurance business to American investor Warren Buffett's Berkshire Hathaway Inc. for 1.3 billion Swiss francs ($1.27 billion) to free up capital and invest it more profitably. (AP Photo/Jin Lee, File)

이날 버핏 회장이 인수한 회사는 영국의 기계 업체 IMI의 음료 및 스낵 자판기 사업 부문. 인수 금액 11억 달러(약 1조1700억 원)를 현금으로 지급했다. 해당 사업 부문은 코카콜라·펩시콜라·맥도날드 등에 자판기를 공급하며 제너럴모터스(GM)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글로벌 회사의 사내 자판기도 공급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위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수액을 한 푼도 깎지 않고 사들였다”며 ‘담력’을 자랑했다.

이날 버핏 회장의 투자는 그의 투자 철학을 요약해 보여준다. 위기가 왔을 때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소비재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는 종종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가 가장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한다. IMI 자판기 부문 인수에서 보듯 그는 실제로 이 같은 투자를 실천하고 있다.


기존 음식 사업과 시너지 효과 기대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달 초 집계한 바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지난 5년간 이 같은 투자를 통해 100억 달러에 가까운 투자 수익을 올렸다. 버핏 회장의 벅셔해서웨이는 금융 위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 그 여파가 지속된 2011년까지 세계 최대 사탕 제조업체인 마스(Mars)를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골드만삭스·스위스리·다우케미컬·제너럴일렉트릭(GE) 등 6개 블루칩 기업에 약 252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5년 동안 배당금과 매각 차익 등을 통해 99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투자수익률은 약 40%에 달한다.

위기설에 휩싸여 주가가 하락하고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기업들에 돈을 빌려주거나 주식을 사주면서 구제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버핏 회장의 투자로 이들 기업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일부 회사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버핏 회장이 투자한 우선주를 그에게 유리한 조건에 되사기도 했다.

버핏 회장이 가장 최근에 거둬들인 수익은 마스가 2008년 빌린 44억 달러를 지난주에 되갚으면서 생긴 이자 수익 등 6억8000만 달러다. 벅셔해서웨이는 마스가 제과업체 리글리를 인수하던 2008년 당시 인수 대금을 빌려주는 명목으로 65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이를 통해 현재까지 총 3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벅셔해서웨이는 또 2008년 골드만삭스의 우선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50억 달러를 투입했다. 골드만삭스가 매년 5억 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골드만삭스는 이 주식을 2011년 3월 5억 달러의 프리미엄을 얹어 모두 되샀다. 또한 최근 50억 달러에 4350만 주의 보통주를 추가로 살 수 있는 워런트를 활용해 골드만삭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버핏 회장의 소비재 회사 사랑도 각별하다. 그가 수십 년 동안 지켜오고 있는 3대 투자 원칙인 ‘생활 밀착형 업종 중시, 예측 가능성 평가, 업종 1위 선두 주자 공략’ 때문이다. 그는 올 초에도 30조 원을 들여 미국 1위 케첩 회사 하인즈를 손에 넣었다. “코카콜라 주식은 평생 팔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벅셔해서웨이는 세계 최대 식음료 회사 코카콜라의 주요 주주이자 아이스크림 업체 데어리 퀸, 과자 업체 시즈 캔디스, 식품 유통사 맥레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미국 제과 기업 마스가 2008년 미국 1위 껌 회사 리글리를 인수할 당시 자금을 지원했다.

이와 반대로 구글과 애플 등 정보기술(IT) 업종 투자는 피한다. “10년 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다만 IBM에 대해선 “재무관리 능력이 탁월하고 컨설팅 분야 시장을 확대하면서 IT 업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경목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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