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초유의 저성장…성장 멈추면 복지도 ‘ 끝’

한국 경제의 진짜 위기

연말이 다가오면서 올해 성장률이 2% 후반대로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도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좀 나아질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을 짜면서 내년 성장률을 3.9%로 내다봤지만 상당히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조금씩 하향 조정, 각각 3.7%와 3.8%로 전망했다. 국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6%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 등 민간 연구소가 포함된 국내외 36개 예측 기관의 평균은 이보다 낮은 평균 3.5%로 집계됐다.



이러면 우리 경제는 2011년 3.6% 이후 4년 연속 2~3%대 성장이라는 초유의 저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은행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53년 이후 처음으로 2011년부터 올해까지 내리 3년 2~3%대 성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는데 이어 곧바로 기록을 4년 연속으로 늘리는 것이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연평균 8~9%대로 성장하던 우리 경제가 불과 20여 년 만에 2~3%대의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성장이 3년여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너도나도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하니까 정부는 물론 기업이나 일반 국민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제 전문가들은 저성장 지속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지난 9월 하순 필자를 포함한 민간 경제 전문가 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95.2%가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경제 전문가의 73.8%는 우리 경제가 경기 판단 오류와 정책 실기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일본식 장기 불황에 진입하는 이유로는 소비 및 투자 부진(45.2%)과 저출산·고령화(41.9%)를 꼽았다.


기업 투자 활성화 가장 절실
그렇다면 경제 전문가들은 저성장 극복 또는 탈출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어떤 것들을 제시하고 있을까. 69%가 기업 투자 활성화를 꼽으면서 기업 규제 완화와 외국인 투자 유치, 해외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U턴 기업에 대한 지원, 세제 및 금융 지원이 필요한 조치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일본식 장기 불황을 피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성장 잠재력 확충(42.8%)과 소비 및 투자 활성화(38.1%)를 꼽았다. 기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동시에 저성장의 함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와 주문의 목소리가 기초연금 등 복지 논쟁에다 세수 부족 등 증세 논란에 묻히고 있다. 이러다가 우리 경제가 정말로 일본처럼 저성장의 늪에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1997년 말 외환 위기 당시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저성장 자체가 위기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그리스 등 유럽 재정 위기국에서 보는 것처럼 성장이 멈추면 복지도 멈출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인식 위에 저성장을 탈출하기 위해 과연 우리가 범경제적·범사회적 차원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hanw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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