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도약 노리는 징가
오늘은 첫 번째 이야기로, 제가 몸담고 있었던 게임 업계와 관련된 얘기다. 실리콘밸리 게임 마켓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회사는 단연 징가일 것이다. 징가는 2007년 마크 핑커스가 설립했다. 팜빌 시리스, 포커 시리즈 등을 페이스북에 론칭해 대성공을 거둔 후 2011년 12월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했고 10억 달러를 조달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상장 후 여러 차례 인수·합병(M&A) 실패와 흑자 달성 실패, 페이스북과의 계속되는 불화, 매출 성장 부진 등을 겪었다. 급기야 2013년 6월 520명에 해당하는 18%를 감원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15달러까지 근접하던 주가는 2달러 근방까지 내려가는 등 수모를 당했다. 올해 7월에는 창업자인 마크 핑커스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돈 매트릭(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관련, PC와 모바일을 총괄)에게 물려주게 된다.
돈 매트릭은 백그라운드가 매우 범상치 않다. 돈 매트릭은 열일곱 살에 디스팅티브 소프트웨어라는 회사를 설립, 1991년에 일렉트로닉 아츠에 매각하고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로 옮기기 전까지 일렉트로닉 아츠의 글로벌 스튜디오의 대표이사로, 심즈 시리즈와 해리 포터 시리즈 등 중요한 프로젝트의 총책임을 맡은 사람이다.
2005년 일렉트로닉 아츠를 떠나 은퇴를 선언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엔터테인먼트와 디바이스를 총괄하고 있는 로비 바흐 대표이사로부터 복귀 제안을 받게 된다. 초기에는 어드바이저로 참여하다가 2010년부터 엑스박스와 PC, 모바일을 총책임지고 있었다.
실무진과 직접 소통나서
돈 매트릭이 징가의 CEO로 취임한 후 외부에sms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최근 3명의 최고위 임원을 해고했는데, 이는 한국계 미국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데이빗 코, 최고인재책임자(CPO)인 컬린 매크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P)인 캐더 리다. 마크 핑커스가 가장 최측근으로 고용한 3인을 해고한 것으로, 매우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간 단계의 리포팅을 모두 없애고 15명의 중요 실무진과 직접 리포팅 라인을 만들어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존 프로젝트 중 매출을 일으키지 않는 프로젝트를 정리, 중요 프로젝트에 전념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재정비하고 있다. 직원들이 전에 비해 사기가 높아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글로벌 소셜 게임 시장은 올해 70억5000만 달러 시장으로, 매년 10억2000만 달러 정도의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징가가 10억3000만 달러 매출로, 시장의 톱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2010년 이외에는 한 번도 흑자를 거둔 적이 없고 킹닷컴과 슈퍼셀 등 많은 회사가 큰 폭의 흑자와 함께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 소방수로 들어온 돈 매트릭이 어떻게 전략을 펴 제2의 성장을 이룰지 흥미진진하다.
개인적으로는 돈 매트릭이라는 새로운 대표이사는 긴 호흡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관리형 대표이사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이에 따라 비용을 절약해 당분간 1~2년 동안 흑자를 내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짧은 기간 안에 공격적으로 젊은 인재를 발굴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일궈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필자가 징가의 보드 멤버였다면 킹덤 오브 카멜롯 시리즈로 유명한 카밤을 인수, 카밤의 현 대표이사인 케빈 차우를 징가의 대표이사로 임명해 제2의 도약을 시도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카밤을 인수한다면 징가가 기존 강점인 캐주얼 게임과 카밤의 하드코어 소셜 게임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는 기회로 보인다.
정직한 객원 기자, 전 갈라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