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 리뷰] 산업 내 다각화가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

‘범위의 경제’과신 금물…비용 상승 역효과도

Based on “Intra-Industry Diversification and Firm Performance” by Talli Zahavi and Dovev Lavie (2013,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Vol. 34 pp. 978-998)



연구 목적
기업이 생존을 넘어 지속 성장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기업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과 같은 글로벌 저성장기 속에서 비즈니스를 어떻게 다각화해야 하고 더 나아가 사업다각화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심 중이다. 다각화는 크게 ‘관련 다각화’와 ‘비관련 다각화’로 구분된다. 기업의 핵심 사업과 관련된 범위 내에서 다각화하는 개념이 ‘관련 다각화’다. 반면 두산이 예전 소비재 기업에서 현재 중공업 중심의 기업으로 거듭난 것처럼 본래의 사업이 아닌 타 산업으로 확장하는 개념을 ‘비관련 다각화’라고 한다.

이 논문은 이스라엘공과대(Israel Institute of Technology)의 탈리 자하비(Talli Zahavi) 교수와 도베브 라비(Dovev Lavie) 교수가 진행한 연구로, ‘관련 다각화’와 ‘비관련 다각화’ 중에서 한 산업 내에서의 ‘관련 다각화’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고 산업 내에서의 다각화가 기업의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에 대해 연구한 논문이다.


연구 대상
이 연구는 사업 다각화 중에서도 특히 ‘산업 내(intra-industry) 상품 다각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 산업 내에서의 상품 다각화가 기업의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밝히려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에 토대를 두고 상품 라인업을 확장할 때 기업 성과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살펴봤다. 다각화는 그동안 경영전략 분야에서 연구돼 왔다. 하지만 한 산업 내에서 관련 다각화가 진행될 때, 그 다각화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분석한 논문은 적었다. 또한 사실상 한 산업 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적지 않지만 기존의 다각화 연구는 ‘산업 간 다각화(inter-industry)’에 치중돼 왔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 연구의 집필진은 한 산업 안에서의 다각화와 기업의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방법
1990년부터 2001년까지의 미국의 소프트웨어 산업 내의 156개를 대상으로 ‘산업 내 상품 다각화가 기업에 미치는 성과’에 대해 연구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어떠한 산업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규정하고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표준 산업 분류법으로 통용되는 방안 중 하나인 SIC(Standard Industry Classification)를 사용했다. SIC 7372 코드로 분류되는 ‘소프트웨어 산업’ 내의 156개 기업이 이 연구의 대상이 된 업체들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택한 이유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부상하는 기술력을 차용하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산업 내에서 상품 다각화를 하려는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과를 보기 위한 지표로는 기업 재무 자료 데이터베이스 중 하나인 컴퓨스태트(Compustat)에서 추출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총자산, 매출액, 순이익, 직원 수, 장기 부채, 현금 흐름, 연구·개발(R&D) 지출 비용이 사용됐다.

또한 1985년부터 2001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소프트웨어 산업 관련 1만6027건의 관련 기사를 참고했다. 이들 기사는 렉시스넥시스(LexisNexis) 데이터베이스와 톰슨의 신상품 관련 데이터베이스(Thomson’s Dialog New Product Announcements database)에서 리서치한 결과물이다.

이 논문에서의 종속변수는 ‘기업의 성과(firm performance)’, 독립변수는 ‘산업 내 상품 다각화(intra-industry product diversity)’였다. 이 연구는 3가지의 가설로 구성돼 있으며 가설 1은 ‘기업 성과는 산업 내 상품 다각화와 U자 형태로 관련이 있을 것이고 기업의 성과는 산업 내 상품 다각화의 정도에 따라 초기에는 성과가 감소하다가 중기부터 후기까지 성과가 증가할 것’이라고 설정됐다. 즉 X축은 ‘산업 내 상품 다각화’, Y축은 ‘기업의 성과’로 구성된 표에서 U자 형태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이다. 가설 2는 ‘기업의 성과와 산업 내 상품 다각화의 U자 형태의 연관성은 기업의 기술 투자의 강도가 증가할수록 그 연관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가설이다. 가설 3은 ‘기업의 성과와 산업 내 상품 다각화의 U자 형태의 연관성은 기업의 다각화 경험에 의해 기술 투자의 강도가 증가함에 따라 그 연관도가 희석될 것’으로 설정돼 연구됐다.


연구 결과
가설 1, 2, 3은 연구 결과 모두 지지됐다. 기업의 핵심 역량이 집결된 주요 비즈니스에 근간을 둔 상품 다각화는 초기에는 기업의 성과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가 미치는 효과 때문이다. ‘범위의 경제’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와 함께 종종 거론되는 경제학에 근간을 둔 개념으로, 한 기업이 2종 이상의 제품을 함께 생산할 때 각 제품을 다른 기업이 각각 생산할 때보다 평균 비용이 적게 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 기업이 2종 이상의 상품을 함께 생산하면 생산요소의 기능을 조절해 보다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연구·개발, 판매, 생산 등은 공동으로 이용하면서 제품의 종류만 달리할 때 비용은 적게 들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범위의 경제가 줄 수 있는 효과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상품을 다각화한 초창기에는 평균 비용 감소 효과보다 제품의 종류를 늘려 증가하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기업의 성과에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를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경영자는 산업 내의 경계 안에서 상품을 다각화하려고 할 때 다각화가 줄 수 있는 긍정적 효과와 장점만 보면 안 된다.


여러 종류의 제품을 함께 생산할 때 평균 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은 다각화의 초창기에는 나타나지 않고 시간이 흘러야 비용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이번 논문 집필자의 주장이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기술 투자에 중점을 두는 기업에서 더욱더 가시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 기술 투자에 따른 비용이 적지 않게 들기 때문이다.


시사점
기업 다각화의 혜택만 고려할 게 아니라 산업 내 다각화에서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때 그 다각화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면 오히려 다각화 자체가 기업이 겪을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다시 한 번 상기해 볼 수 있다.

특히 기업이 다각화에 대한 축적된 경험을 대거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핵심 역량과 연계된 상품으로의 관련 다각화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다각화 자체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 경영인은 다각화를 진행할 때 보다 복합적(multiple)이며 즉각적(simultaneous)인 상품 다각화 방안을 택하는 편이 낫다.

이에 따라 기업의 경영자는 산업 내의 경계 안에서 상품을 다각화하려고 할 때 다각화가 줄 수 있는 긍정적 효과와 장점만 보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적절한 다각화에 따른 부정적 효과, 즉 비용 상승 등의 역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으로 진입하려고 할 때 진입 속도와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 다각화 경험이 많지 않거나 열정과 의욕만 가지고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기까지의 과정을 지나치게 짧게 한다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 ‘범위의 경제’ 효과만 믿고 추가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때의 평균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섣부른 판단이다. 기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다각화가 필수라고 여기는 기업인들에게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이효정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hyojunglee@kr.kp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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