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나이키, 6억6천여만 원 배상”
글로벌 스포츠 용품 업체인 나이키가 판매 업체와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조휴옥 부장판사)는 골프 용품 판매 업체 오리엔트골프가 나이키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나이키코리아는 6억6101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오리엔트골프는 20년 이상 국내에서 골프 용품 유통, 판매업을 하고 있는 회사로, 야마하골프클럽의 국내 공식 에이전시로 잘 알려진 회사다. 전국적으로 400여 개의 대리점과 위탁판매 계약해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2008년부터 골프 용품 회사 최초로 POS 시스템을 구축, 제품 판매·결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집계해 관리하고 있다. POS(Point of sales management)는 상품을 판매하는 순간 유통 정보가 실시간으로 운영사에 통보돼 매장과 재고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국 대리점의 판매·재고를 운영사에서 실시간으로 관리가 가능한 선진 시스템이다.
또 다른 ‘갑의 횡포’인가
오리엔트골프는 지난해 1월 나이키의 골프 클럽과 용품을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나이키코리아와 맺었다. 기간은 2014년 5월까지였다. 그러나 나이키코리아는 올해 초 판매 부진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나이키 측은 ‘판매 능력이 현저히 부족해 3개월의 기간을 두고 개선을 촉구했으나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를 해지 조건으로 한 계약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이후 나이키코리아는 오리엔트골프에 독점 공급권이 있는 일부 제품을 대형 마트에 반값으로 넘겼다. 이에 따라 오리엔트골프의 위탁판매 대리점들은 이 제품을 더 이상 정상 가격에 판매할 수 없게 되자 오리엔트골프에 반품을 요구했다. 오리엔트골프는 이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택배비용, 박스 제작비용, 창고 보관료 반품 과정에 드는 부수적인 비용을 고스란히 지출하게 됐다. 또 계약 해지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오리엔트골프 측과 소송 진행 중에도 나이키코리아는 물품 대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실행해 은행에서 23억 원을 받아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해지 사유에 대한 계약 조건을 볼 때 판매 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곧바로 오리엔트골프의 판매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매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나이키코리아가 3개월의 기간을 두고 개선을 촉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계약이 제대로 이행됐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나이키골프 제품이 일시적으로 판매가 부진했던 것은 골프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라는 외부적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나이키코리아가 그간 골프 제품에 대한 소극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며 이에 따라 나이키골프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오리엔트골프는 이번 판결에 대해 나이키코리아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와 염가 판매에 따른 영업 손해 및 재고 34억 원어치에 대해 항소할 예정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