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주’ 그 자체가 주인공

그래비티 Gravity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샌드라 불럭, 조지 클루니

미국의 유명한 디지털 매체 잡지 ‘와이어드’는 ‘그래비티’가 개봉한 즈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이 같은 문장을 올렸다. “‘그래비티’를 보러 가라. 혼이 쏙 빠질 것이다. 가서 그 영화를 봐라. 지금 당장.” 그리고 ‘와이어드’에 실린 영화 리뷰의 제목은 심지어 “이 리뷰는 읽지도 마. 지금 당장 ‘그래비티’를 보러 가라”였다.

의료 공학박사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 분)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처음으로 우주 비행에 나선다. 베테랑 우주 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분)가 우주망원경 수리의 여정을 총지휘하며 자신의 마지막 비행을 만끽한다. 그러나 임무 수행 중 느닷없는 재앙이 닥친다. 러시아의 낡은 인공위성이 폭파된 뒤 그 잔해들이 왕복선을 파괴하며 두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된 것이다.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는 지구 상공 600km, 소리도 기압도 산소도 없는 곳에서 서로에게 묶인 채 어둠 속을 맴돌게 된다.

요즘처럼 상영 시간과 시각 효과의 물량 공세로 관객들을 극장에 붙잡아 두려는 블록버스터의 안간힘이 거셌던 적도 없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셉션’, ‘아이언맨3’ 등은 두 시간을 가뿐히 넘기며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CG)을 기관총처럼 관객의 눈앞에 쏘아댔다. 그러나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는 그 모든 노력을 단숨에 부질없는 먼지처럼 날려버린다. 단 두 명의 배우가 90분 동안 고요한 우주에서 둥둥 떠다니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에는 사나운 외계인의 침략 전쟁도, 시공간을 마음대로 옮겨 다니는 슈퍼히어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짧고 치밀한 이야기는 놀라운 시각 효과와 특수 장비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막연하게 상상만 했던 우주적 스케일의 드라마로 비상한다. 단, 그 시각 효과와 특수 장비는 결코 그 자체를 과시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카메라는 대부분이 배우들의 클로즈업에 고정돼 있으며 우주의 광대한 깊이와 폭을 구현한 시각 효과는 겸손하게 배우들 너머의 배경으로 머무른다. 마치 우리를 둘러싼 ‘진짜’ 현실 공간이 딱히 의식하지 못할 만큼 당연하게 존재하듯이…. 그런 과정을 거쳐 우리가 중력에 이끌려 땅에 발을 딛고 당연한 듯 살아가는 것처럼 이 영화의 아름다운 엔딩 시퀀스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된다. 우주에서 인간으로.



러브레이스



감독 롭 엡스타인
출연 아만다 사이프리드, 샤론 스톤, 제임스 프랭코

고지식한 부모와 함께 사는 소녀 린다는 남자 친구 척을 통해 짜릿한 일탈을 경험한다. 그러나 척은 한몫 잡을 생각으로 린다에게 ‘린다 러브레이스’라는 예명을 붙이고 성인물의 세계에 들이민다. 린다 주연의 ‘목구멍 깊숙이’는 1972년 전미를 발칵 뒤집은 포르노의 전설이 된다.



킥애스2: 겁없는 녀석들



감독 제프 와드로
출연 애런 존슨, 클로이 모레츠, 짐 캐리, 크리스 다미코

힛걸이라는 히로인의 정체를 숨기고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민디는 지질한 킥애스 데이브를 상대로 하이킥 연습을 하며 무료함을 달랜다. 그러나 제대로 비뚤어진 머더XX에 공격받고 위험에 빠진 킥애스를 힛걸이 구출하고 난 뒤 평범하게 살려던 결심이 무너진다.



롤러코스터



감독 하정우
출연 정경호, 한성천, 한기범

배우 마준규는 영화 ‘육두문자맨’으로 일약 ‘한류’ 스타가 된다. 하지만 일본 활동 중 여자 아이돌과의 스캔들이 터지자 급하게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문제라면 마준규가 비행공포증·편집증·결벽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마준규에게 쉴 새 없이 고난이 닥친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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