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충청권의 경제·산업 현황

전후방 연관 산업 모인 세계적 클러스터

지난 8월 충청권 인구가 525만 명으로 호남권의 523만 명보다 2만 명 더 많아졌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봐도 충청권의 인구가 호남권을 추월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앞으로 세종특별자치시의 건설이 더욱더 가속화되면 인구 격차는 점차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단순히 충청권의 인구의 증가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구보다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수도권 인접성에 R&D까지
충청권은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권역별 성장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10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지역 중 하나로 충청권을 제시하고 있다.

대전·세종·충북·충남을 포함한 충청권 4개 시도에는 그동안 어떠한 일들이 있었기에 이토록 급속하게 성장하는 것일까. 과거 우리나라의 공업지대, 산업 집적지로 불리는 경인·부산·울산 지역에서 왜 이제는 충청권이 부상하는 것일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충청권은 다른 농업도시와 큰 차이가 없는 농업 중심 지역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대전의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되고 물류·교통수단의 발달로 산업 생산의 영역 확대, 수도권의 외연적 확산으로 점차 산업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충청권의 그동안 경제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1990년을 기점으로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제조 기반 산업으로는 1990년대 초 국가 3대 석유화학단지 중의 하나인 대산석유화학단지(충남)가 조성됐다. 충남 서해안에 이러한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서게 된 배경에는 중국 및 수도권과의 인접성이 좋은데다 대산항·당진항·평택항 등 서해안 항만 시설과 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SOC)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충북에 반도체(금성, 현재의 SK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고 반도체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1994년 공사를 시작해 1996년 말부터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현대자동차가 충남 북부권에 들어섬으로써 현재 완성차 53만 대(현대 30만 대, 기아 23만 대), 엔진 85만 대를 연간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집적지로 부상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 삼성코닝 정밀 유리 공장 및 삼성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이 탕정(충남)에 가동을 시작한 후 현재 세계 최대의 디스플레이 생산 단지로 발돋움했다.

삼성과 관련된 직접적인 고용 인원만 3만6000여 명 수준이고 관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5만6000명에 이르고 있다. 이 밖에 다양한 산업적 이슈들이 있겠지만 충청권의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바로 제조 기반 거대 기업이 들어선 영향을 들 수 있다.

그러면 현재의 충청권은 어떨까. 먼저 대전광역시는 우리나라 최대의 연구·개발 집적지인 대덕R&D특구가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투자의 32.3%, 장비 투자의 63.2%가 집중돼 있다. 또한 최근 들어 가시화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 거대 과학 장비의 60% 이상이 들어서 있어 연구를 하기 위해 찾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연구·개발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충남과 충북은 삼성전자(충남)·SMD(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충남)·SK하이닉스반도체(충북)·LG화학(충북) 등이 입지함으로써 세계적인 디스플레이·반도체 생산 집적 지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적인 예로 휴대전화 액정이나 TV 등에 다양하게 쓰이는 디스플레이는 충남만 해도 전 세계 생산의 24.8%, 국내 생산의 54.4%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인력도 40% 이상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충북에서 주로 생산되는 반도체는 메모리·비메모리를 합쳐 전체 시장의 20%에 육박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 성장이 동반돼야
충청권은 이러한 정보기술(IT) 기반의 산업만 집적돼 있는 게 아니라 경기·충남·전북을 연계하는 서해안을 따라서 해운 물류를 이용한 석유화학·철강·자동차 관련 산업이 집적돼 있어 산업의 다양성과 미래 융합 산업의 발판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현재의 충청권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IT 산업의 집적지인 동시에 새로운 산업을 선도할 전후방 연관 산업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세계적인 산업 클러스터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충청권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기능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등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갈 국책 사업이 진행 중이다. 충청권 지자체 차원에서도 뉴 IT 산업과 의약·바이오산업을 공통의 산업(광역 경제권 선도 산업)으로 선정·육성하고 있고 또 다른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바이오·신약, 신·재생에너지 등의 다각적인 산업 육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적·경제적 성장이 거듭될수록 충청권이 풀어야 할 숙제는 더욱 많아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충청권 상호간의 협력과 경제성장의 내실 다지기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서로 간에 산업적 속성이 비슷하고 연관 관계가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행정구역 체제에서는 상호간의 협력이 쉽지 않다. 민선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나서 행정구역별 분절적 산업 정책과 기업 지원으로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큰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지역 차원에서는 통합적인 산업 정책을 수립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분명히 필요하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경제성장의 과실이 지역 주민에게, 그리고 관련 기업들에 함께 돌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중소기업은 정체돼 있고 지역 주민의 소득수준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는 것이다. 경제는 경제주체, 경제 부문별로 원활하게 순환돼야 무너지지 않는다. 어느 한 부분이 크거나 작으면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힘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과 지역이 서로 동반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백운성 충남발전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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