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포커스] 노원·구로 등 1억대 소형 아파트‘손짓’

‘고공비행’ 전셋값 해결해 줄 단지는

올해 말 첫 아이의 출산을 앞둔 임병호(34) 씨는 얼마 전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의 지어진 지 3년밖에 안 된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직장과의 거리 때문에 서울 중랑구·강동구·송파구·관악구·노원구 등 수십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2억 원 미만의 전세 아파트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고 매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낡고 좁은 집뿐이어서 고민 끝에 남양주시의 신도시로 옮겼다. 임 씨는 비록 서울로 출퇴근하는 게 힘들고 주변에 문화 시설이 없어 불편하지만 새 집의 전용면적 101㎡(39평) 전셋값이 1억6000만 원으로 저렴하고 원래 살았던 중랑구 면목동의 빌라보다 훨씬 깨끗해 주거 환경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강북 아파트 단지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정부는 최근 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북지역과 의정부, 남양주를 비롯한 경기도 북부 지역 등을 다음주에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즉시 지정하는 한편, 투기성 유입자금에 대해서는 자금출처를 조사하는 등 투기억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http://blog.yonhapnews.co.kr/f6464 scoop@yna.co.kr (끝)

요즘 서울 시내의 주요 지역과 수도권에서도 1억 원대(1억 원 이상~2억 원 미만)의 전세 아파트 구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전셋값 폭등에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이 처음으로 2억 원을 넘어섰다. 10월 2일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2억121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억9146만 원으로 1년 새 1000만 원 정도 오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 강북 지역 주택(아파트·단독·연립 포함)의 평균 전셋값도 처음으로 2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 “목돈 없지만 좋은 데 살고 싶어”
이에 비해 서울의 1억 원 미만 전세 아파트는 5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부동산써브의 조사에 따르면 8월 첫 주 시세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118만4000가구의 전셋값을 조사한 결과 1억 원 미만 가구 수는 4만3000가구로, 2008년 13만1000가구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유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와 서민 등이 많이 거주하는 노원구·도봉구의 감소세가 가장 가파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 결혼했거나 아이를 낳는 2030 세대들은 과거에 비해 비교적 고학력·고소득자들이 많아져 예전처럼 자신의 형편에 맞춰 반지하에 살거나 개발이 덜 된 지역에 사는 것 등을 기피하고 있어 전셋집을 마련하는데 고충이 더 많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남편과 아내의 출퇴근 상황도 신경을 써야 하고 아이의 교육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한정된 자산’ 내에서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1억 원대 전세 아파트를 구하려면 어느 지역으로 가야 할까.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시세 기준으로 서울 지역 1억 원대 아파트 32만 가구의 전셋값을 조사한 결과 매물이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7만3000가구)이며 뒤를 이어 도봉구(3만7000가구), 구로구(2만4000가구), 강서구(2만3000가구), 중랑구(1만9000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지역으로는 노원구의 월계동·상계동·하계동·공릉동, 도봉구의 창동·방학동, 구로구의 고척동·온수동·개봉동, 강서구의 방화동·화곡동, 중랑구의 신내동·면목동 등에 많으며 1인 가구, 신혼부부 등에게 적합한 전용면적 56~105㎡(17~32평)의 소형 매물이 대다수다.

노원구 상계동 근처의 한 공인 중개사에 따르면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1억 원대 아파트가 많은 편이며 지하철이나 버스 등 교통도 편리해 신혼부부나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전세를 찾기 위해 많이 방문한다”며 “최근에는 집주인들이 조건부 전세나 월세를 선호하고 있어 전세 매물이 많지 않고 임차인들이 대개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전세 아파트가 빠르게 소진된다”고 말했다.


서울 접근성 좋은 경기도, 빌라에도 관심 가져야
그렇다면 1억 원대 매물이 가장 적은 곳은 어디일까. 1위는 중구(243가구)이며 광진구·종로구·용산구도 2000가구 이하로 전세 매물이 적었고 성동구(2200가구)·서초구 (2700가구)·동작구(3000가구)도 1억 원대의 매물을 찾기가 어려웠다.

중구와 종로구 등은 본래 아파트의 공급 자체가 타 지역에 비해 적은 편이고 광진구와 성동구는 대학들이 밀집해 있어 소형 아파트 등의 인기가 높다. 또한 서초구·동작구 등은 강남권이라 도심으로의 이동이 편리하고 근처에 회사를 둔 직장인 수요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남권은 매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개 재건축을 앞두고 있거나 30년이 넘은 노후한 아파트가 대다수였다.

경기도권의 1억 원대 아파트 100만 가구의 전셋값을 살펴본 결과 매물이 가장 많은 곳은 고양시(12만 가구)이며 수원시(10만 가구)·용인시(8만 가구)·남양주시 (6만5000가구)·의정부시(6만 가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고양시에는 1기 신도시 아파트와 함께 최근 택지지구 내에 신규 아파트 분양이 급증하면서 공급 자체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지역들은 대부분이 수도권 인접지에 지하철이 개통된 곳으로, 도심으로의 출퇴근이 수월하다는 장점 때문에 서울에서 보금자리를 옮긴 이른바 ‘전세 난민’들이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곳이다.

인천은 26만 가구를 조사한 결과 부평구(5만3000가구)가 가장 많고 서구(4만8000가구), 연수구(4만5000가구) 등에 1억 원대의 전세 아파트 매물이 많았다.

부동산써브 김미선 담당자는 “최근 들어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세입자 부담도 높아졌다”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신혼부부라면 무리하게 대출을 이용하면서 강남이나 도심 지역에서 신혼집을 구하기보다 강북이나 금천구 등 비교적 전셋값이 싼 지역을 고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인(in) 서울’만 고집하기보다 주거 시설이 좋은 신도시나 교통이 편리한 경기도권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된다고 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모아둔 돈이 적다면 수도권의 입주 연차가 다소 오래된 아파트에 눈을 돌려도 좋다”며 “다세대·연립·신축빌라·투룸 형태의 오피스텔 등 상품군을 넓히면 전세 구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 외곽은 교통편이나 대형 마트, 병원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제대로 들어섰는지 파악해야 하며 미분양 아파트 등을 팔기 위해 분양 회사 등이 내건 낮은 가격 등에 혹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최근 일산의 한 유명 브랜드 아파트는 ‘46평을 1억6000만 원에 입주 가능’, ‘파격 할인, 연내 추가 할인 가능’ 등 시장가 대비 낮은 가격을 강조한 광고 문구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실입주금 외에 3억 원 정도의 융자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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