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무너진 그룹 지배 구조, 금융 투자업 규정 개정이 ‘치명타’

동양그룹은 2013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순위 47위(2012년 46위)로, 자산 총액 7조6000억 원의 중견그룹이다. 그룹의 주요 사업은 제조 및 서비스업(건설·시멘트·레미콘·레저·무역)과 금융업(증권·보험·자산운용) 등이며 비금융 회사 24개와 금융회사 6개 등 국내 총 30개 회사로 이뤄져 있다.

유가증권 시장, 코스닥 시장 상장사는 동양·동양증권·동양네트웍스·동양생명보험 등 총 5개이고 나머지 25개사는 비상장 기업이다.

비금융 부문의 핵심인 동양과 동양시멘트는 1957년 동양시멘트공업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했으며 시멘트와 레미콘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1956년 풍국제과를 인수해 설립된 동양제과는 그룹의 모태로 2001년 동양그룹에서 오리온그룹으로 계열 분리했다. 금융부문은 1984년 일국증권을 인수하면서 금융업에 진출했고 이후 생명보험업에도 진출하면서 금융 부문의 핵심 사업으로 키웠다. 그리고 자산운용업·창업투자업 등 금융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동양레저·인터내셔널이 지배 구조 ‘핵’
계열 전반의 수익성은 저조한 편으로 동양증권과 동양생명 등 금융회사는 비교적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비금융 계열사는 과도한 차입금으로 대규모의 이자 비용과 낮은 수익성 때문에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영업 현금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시멘트 단가 인상으로 수익성이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열악한 수익성과 과도한 차입금 때문에 영업 현금 흐름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동양그룹이 과도한 차입금 수준을 가지게 된 주된 이유는 건설·시멘트·레미콘 업황 부진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으로 차입금이 증가하기도 했지만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차입을 통해 순환 출자 고리를 유지하면서 재무적인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동양의 지배 구조상 가장 중요한 두 회사는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다. 그룹 오너 일가는 동양과 동양레저의 지분을 이용해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동양을 지배하고 있으며 동양은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순환 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동양인터내셔널을 통해 동양증권·동양파이낸셜대부 등의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고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과 동양레저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는 순환 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순환 출자 고리에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그룹 지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회사의 재무적 능력에 비해 과도한 차입금을 조달해 계열사 지분 보유를 통해 순환 출자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지배 구조의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재무적 부담을 지게 됐던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결국 자본 잠식 상태에 도달하게 됐다. 또한 이러한 순환 출자 고리를 타고 일부 계열사의 부실이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순환 출자 고리 타고 계열사 부실 확산
2013년 9월 30일 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이 유동성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 관리(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10월 1일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도 법정 관리를 신청함으로써 동양그룹의 주요 핵심 계열사는 모두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동양그룹이 부도에 직면하게 된 이유는 금융 투자업 규정의 개정으로 동양증권을 통한 만기 도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차환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재무구조가 열악한 동양그룹 계열사는 동양증권을 통해 회사채와 CP를 리테일 고객에게 판매함으로써 손쉽게 부족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또한 순환 출자의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담당했던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도 그룹의 계열사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회사채와 CP로 동양증권의 리테일 영업망을 통해 조달하게 됐다.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해 과도한 차입금 수준에 따른 이자 비용을 커버할 정도의 수익성을 창출하지 못함에 따라 재무구조가 악화돼 왔다.

동양그룹의 지배 구조는 계열사 간 순환 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에 따라 그룹의 주요 계열사이자 순환 출자 구조의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해 왔던 계열사가 법정 관리를 신청해 그룹 해체가 자명해 보인다. 동양레저가 지배 구조의 중심에 있어 동양레저가 빠지면 지배 구조 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한 동양과 중간 지주회사인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보유 지분 매각은 그룹 지배 구조를 연결하는 고리를 빼앗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또한 그룹 오너 일가들의 보유 지분도 담보 제공, 대주주 감자와 채권자의 출자 전환으로 지분율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법정 관리가 진행되면서 채무 변제를 위해 주요 계열사의 보유 자산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양증권은 주요 주주인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이 법정 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지분 매각에 따른 경영권 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구 을지로 동양증권빌딩... /허문찬기자 sweat@ 20130923

웅진홀딩스는 지난해 무담보 채권자의 회수율이 70% 이상 나오면서 높은 회수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동양그룹의 회사채 와 CP 투자자의 회수율은 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웅진홀딩스는 지난해 법정 관리 신청 전에 장부 가치의 2배 이상으로 웅진코웨이의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높은 회수율을 보인 특이한 경우다. 동양그룹은 투기 등급의 낮은 신용 등급과 과도한 차입금에 따라 대부분의 자산이 담보로 제공됐기 때문에 회사채와 CP 투자자와 같은 무담보 채권자의 회수율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력발전소 매각도 쉽지 않을 듯
삼척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동양파워의 매각에 대한 기대를 크게 걸 수도 있다. 그러나 매각 초기에는 여러 대기업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동양그룹 위기가 불거지자 인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실제 매각을 통해 회수되는 돈은 기대만큼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동양그룹 법정 관리에 따른 금융시장에는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까.

2012년 9월 말 웅진홀딩스 법정 관리와 2013년 6월 STX팬오션 법정 관리 이벤트 발생 시 우량 등급 위주의 회사채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다만 ‘A’ 등급 이하의 비우량 회사채의 주요한 소화처였던 증권사 리테일 채권시장이 위축되면서 ‘AA-’ 등급 이상의 우량 등급 회사채와 ‘A’ 등급 이하의 비우량 회사채의 등급 간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동양그룹 사태로 리테일 시장에서 개인 고객 이탈 사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 계열사 회사채 및 CP는 투기 등급으로, 증권사 리테일 고객 중에서도 신협·새마을·농협 단위조합은 ‘BBB+’ 및 ‘A-’ 등급 이상만 매수가 가능한 등급 제한이 있어 동양 계열사 회사채와 CP 투자자는 순수한 개인 고객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웅진홀딩스·STX팬오션 그리고 최근 이머징 국채 손실(인도·터키 등), 30년 국채 손실 등 리테일 고객에 대한 손실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양그룹 법정 관리에 따른 개인 고객이 손실이 발생해 증권사 리테일 시장에서 개인 고객이 이탈함에 따라 증권사 리테일 채권 판매 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동양 주요 계열사 법정 관리로 은행권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은행권은 동양그룹 총 차입금에 비해 은행권의 여신 규모가 크지 않고 신용 등급도 투기 등급이며 재무구조가 열악한 동양그룹의 은행권 여신의 대부분이 담보 차입금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법정 관리에 들어가더라도 담보 차입권자로 손실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기 한화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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