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토종 디젤 세단, 안방 시장 수성 나섰다, 현대자동차 아반떼 1.6 VGT




‘대 세는 디젤’이라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일까. 현대자동차가 베스트 셀링 모델인 아반떼 VGT로 승용 디젤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에는 i30, i40 정도에서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간을 한 번 보았지만 i30는 해치백이었고 i40는 판매량이 많지 않은 모델이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아반떼는 현대차를 대표하는 준중형 모델인 만큼 한 번 운을 띄워 보는 것이 아니라 승부수가 아닌가라는 느낌을 준다.


엔진 소음 차단은 준수한 편
그렇다면 과연 아반떼에 장착한 ‘U2 1.6 VGT 엔진’의 궁합은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말하면 80% 이상 성공적이다. 우선 운전자들이 시동을 켜고 출발하기 직전 상태에서의 엔진음은 참아줄 만하다. 디젤엔진을 장착한 최근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들의 느낌과 비슷하다. 더구나 아반떼는 준중형이므로 후드가 짧고 A필러가 보닛 앞쪽까지 많이 파고들어가기 때문에 엔진 소음이 밀려들기 쉬운 형태다. 이것을 잘 이겨냈다.

주행 중에도 엔진음은 그럭저럭 참아줄 만하다. 디젤엔진은 제로백이 약하지만 고속 주행 시 가속력은 탁월하다. 이에 따라 시내 주행보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다만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은 운전 습관이 다르다는 것이 디젤엔진을 체감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6리터급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은 시속 130km를 넘어서면 rpm(분당 엔진 회전수)이 5000rpm 이상으로 급격히 치솟으면서 소음이 커지고 연비가 급격히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반떼급은 자동차전용도로라고 하더라도 시속 130km 안팎에서 모는 것이 일반적인 운전자의 패턴이다.



그러나 디젤의 진가는 무심코 쭉쭉 밟아도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의 직구 구속 정도는 간단히 넘겨 버린다는 것이 문제다. 디젤 모델이 가솔린 모델에 비해 평균 주행 속도가 더 빠르다. 시속 160km에서도 엔진 회전수는 3000rpm 전후로 견뎌 주지만 문제는 차체가 그 속도의 소음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동승객과의 대화나 음악 소리는 이내 풍절음과 도로와의 마찰 소리에 파묻혀 버리고 만다.

이는 아반떼가 처음부터 가솔린 모델로만 개발됐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자동차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대개의 자동차들에서 하체의 강성이 엔진 배기량을 두 배로 늘려도 될 정도로 튼튼해졌지만 방음 처리는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준중형에 딱 알맞을 정도로만 맞춰져 있다. 지금은 디젤 세단의 ‘끝판왕’이 된 BMW 5시리즈도 구형의 첫 디젤 모델에서는 소형 트럭을 방불케 하는 실내 소음을 자아냈을 정도였다. 이에 미뤄 볼 때 다음 세대의 아반떼에서는 디젤 모델이 좀 더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4년형 뉴 아반떼는 가솔린 모델과 디젤 모델을 불문하고 내·외관에서 디테일들이 더욱 살아났다. 발광다이오드(LED) 가이드가 채용된 헤드램프, 리어램프와 감각적으로 변한 휠의 형태가 돋보인다. 실내에서는 센터패시아 에어벤트(통풍구)의 위치 변경으로 균형감을 갖췄다. 가장 눈여겨볼 것은 바다를 연상케 하는 ‘트로피컬 시 블루’ 컬러의 차체 색상이었는데, 지금까지의 한국 자동차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상큼한 컬러다. 아반떼 디젤은 가솔린 모델보다 최저 사양은 200만 원 더 비싼 1590만 원, 최고 사양은 100만 원 더 비싼 2090만 원(부가세 포함)이다. 현대차의 패기가 느껴지는 가격이다.


글·사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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