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세수 부족에 ‘지출 다이어트’ 골머리

최근 각 부처 예산 담당자들은 ‘지출 다이어트’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여념이 없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중순 각 부처 예산 담당자들을 불러다 놓고 구체적인 부처별 지출 절감 액수를 제시하며 하반기 집행 예정인 사업 예산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각 부처는 출장비나 급식비, 업무 추진비 등 기본 경비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올해 예정된 사업의 일부를 내년으로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다.


올해 최대 7조~8조 원 적자 예상
해양수산부는 얼마 전 전남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 건설 공사를 중단하는 등 재해 안전 항만 구축 사업 예산 188억 원 중 108억 원만 집행하기로 했다. 가거도는 지난해 태풍 볼라벤으로 방파제(길이 480m)의 4분의 1이 주저앉고 마을 주민 수백 명이 긴급 대피했던 곳이다. 올 하반기 태풍이 또다시 닥칠 위험이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 하지만 기재부가 마련한 예산 절감 지침에 맞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짜낸 자구책이다.



또 어촌에 있는 항구를 수산물 가공·유통·관광이 가능하도록 하는 국가 어항 사업 예산도 1617억 원에서 1400억 원으로 줄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 완공 예정이던 사업은 그대로 끝내고 계속 사업의 공사를 늦추는 방식으로 1730억 원의 예산을 절감할 계획”이라며 “기재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최대한 세출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이 같은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은 올해 최대 7조~8조 원의 세수 부족이 예상되자 불용예산을 늘려 적자 규모를 줄이려는 의도다. 원래 예정돼 있던 사업이 중지되면 회계상 남는 돈(불용예산)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정부의 적자 보전에 쓰인다.

또 세입 부족에 따른 재정 절벽 사태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기재부는 각 부처 예산 담당자들에게 계속 사업 가운데 내년으로 늦출 수 있는 사업은 늦추고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을 중심으로 세출을 절감, 보고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기재부의 지침에 따라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불용예산을 만들고 있다. 올해 완료되는 사업은 자금 배정을 앞당겨 공사를 신속히 끝내되 미개통 상태에서 내년으로 넘어가는 계속 사업은 올해 집행할 예산을 내년으로 이월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출 절감 아이디어를 최대한 짜내고 있지만 기재부가 요구한 2조 원 규모의 절감 계획을 내는 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연말까지 2600억 원의 예산을 줄이라는 기재부 지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체부 산하 국립국악원은 10월 30일 공연 예정이던 ‘세종조사신연’을 취소했다. 인건비가 국악원 전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공연 횟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돈을 아끼는 것이다. 또 매년 열었던 송년 공연 ‘나눔’도 취소했다.

국무조정실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기본 경비를 줄이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정부 출연금과 산하 연구 기관에 지급하는 인건비를 줄여 99억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회식비 등 업무 추진비를 최대 15%까지 줄여 30억 원을 보태기로 했다.

기재부는 세수 부족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서 재정 위기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하반기 세입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세수 부족 사태가 예상되는 만큼 여러 경우의 수를 세워 미리 대비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제한된 재정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의 국세 수입은 122조7000억 원으로, 전년(130조9000억 원)보다 8조2000억 원 감소했다. 기재부는 올 연말까지 세수 부족 사태를 기정사실화했다. 더욱이 상반기 관리 재정 수지는 사상 최대인 46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세종=김우섭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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