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안티프래질’ 충격은‘ 기회’…무질서·불확실성 즐겨라

“바 람은 촛불 하나는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저자는 개별 분야의 불확실성이나 무질서, 가변성(프래질) 덕분에 오히려 전체 시스템은 안티프래질해진다고 주장한다. 개별 레스토랑은 환경이 취약하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다가 쉽게 몰락하지만 요식업 전체는 이를 통해 발전한다는 논리다. ‘안티프래질’은 ‘깨지기 쉬운’이라는 프래질(fragile)에 반대를 뜻하는 안티(anti)를 붙여 만든 저자의 신조어다. 충격을 받고 회복한 뒤 더 단단해지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저자의 안티프래질 논리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정치, 기술 혁신, 개인 신체, 법률 시스템 등에도 두루 적용된다.



반대로 안정은 리스크가 축적되는 것을 의미한다. 택시 운전사는 소득이 불안정하지만 작은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한 덕분에 웬만한 위기에 적응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월급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살던 회사원은 조직에서 쫓겨나는 순간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 대기업에 제공하는 정부의 구제금융도 대표적인 예다. 구제금융은 개별 리스크가 터지면서 전체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길을 막는다. 저자는 “구제금융이 그 어느 누구도 실패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마저 몰락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며 “개별적인 프래질을 시스템 전체에 전가시켜 공멸하거나 심지어 타인을 희생시키려는 수작”이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블랙 스완’ 개념의 창시자로 유명한 미국의 세계적인 금융 분석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로 불확실성과 무작위성을 적극 활용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저자는 정치, 경제 시스템, 기업, 전쟁, 금융, 의학, 도덕, 문화, 법률 시스템 등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를 망라하면서 안티프래질하기 위한 방법과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안세민 옮김|와이즈베리 펴냄|756쪽|2만8000원



이종우의 독서 노트
‘조선의 못난 개항’ 일·조선 근대화 개항 성패 비교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minvestib.com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교과서 논쟁은 항상 한일 간의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국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쟁점은 일제가 우리를 근대화시켰느냐, 아니냐다.

개항 때는 물론 그 훨씬 전부터 일본이 조선보다 발전된 사회였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인구 100만 명의 도시가 뉴욕·런던·파리 정도일 때 이미 도쿄도 그 숫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18세기에 조선 인구가 1500만 명 정도일 때 일본은 3500만 명을 넘었다.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는 조슈번과 사쓰마번의 역할이 컸다. 에도막부 시대에 전국을 265개 단위로 나누고 이를 번(藩)이라고 했는데 조슈번은 현재 야마구치현 부근이다. 전국의 번 중 네다섯 번째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1863년까지만 해도 미국·네덜란드 선박과 전투를 벌일 정도로 쇄국에 앞장선 곳이다. 그러나 이 전쟁 과정에서 서양의 힘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1866년 사쓰마번과 연합군을 형성해 막부 체제를 무너뜨리고 유명무실한 존재였던 천황에게 모든 권력을 돌려주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단행한다. 서양 문물을 배우기 위한 조치들도 속속 이뤄졌다. 10세 초반 아이부터 정부 관리까지 많은 사람들이 서양을 다녀왔고 정부는 외교부 비용의 절반 이상을 서양인 고문에게 지급하는 급여로 사용했다.

반면 임진왜란 당시 백성을 버렸다는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선 조정은 성리학적 근본론에 집착했다. 명이 망한 후에도 연호를 명의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의 이름을 따 ‘숭정 사후 ○○년’이라고 쓸 정도였다. 조선 사회를 밑으로부터 바꿀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던 동학혁명도 실패했다.

개항 당시 일본과 조선의 국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지배가 한반도 근대화의 계기였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지금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캄보디아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쓴다고 하면 아마 대부분이 거기서도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하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분명히 휴대전화가 된다. 그 나라가 발전해서라기보다 세계 기술이 그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고대사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한국은 근대사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요즘처럼 근대사를 둘러싸고 말이 많은 때 한국과 일본의 개항 전후사는 한번 읽어 볼만한 주제다.

문소영 지음|288쪽|위즈덤하우스 펴냄|1만4000원



CHINA 3.0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지음|청림출판 펴냄|252쪽|1만6000원

차이나 3.0 시대를 향한 중국 최고 석학들의 제언을 담았다. 중국의 경제구조, 정치체제, 외교 노선, 성장 모델을 둘러싸고 좌우 지식인들이 벌이는 논쟁을 진단하고 새로운 성장 단계에 접어든 중국의 미래를 조망한다. 또한 그것이 세계를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유럽외교관계협의회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예고되는 중국의 성장과 향후 행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대응 전략 모색에 나섰다.



하나고 이야기



이진원 지음|북오션 펴냄|280쪽|1만5000원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하나고를 다룬 책이다. 하나고 학생들은 여느 고등학생처럼 단순히 내신 1등급, 수능 전국 상위권 성적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고의 커리큘럼은 수능시험과는 거리가 멀다. 사교육 제로 지대, 스스로 찾아서 듣는 수업 커리큘럼, 학생 전부가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체육과 음악 수업, 대학 수준의 동아리 활동 지원 등 학생 스스로가 자기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하나고등학교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교육이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디퓨징-분노 해소의 기술



조셉 슈랜드·리 디바인|서영조 옮김|더퀘스트 펴냄|353쪽|1만5000원

분노는 현대인의 삶과 인간관계를 망치는 가장 위험한 감정이다. 저자들은 뇌과학과 정신의학의 최신 이론을 통해 모든 분노의 근간에는 해결되지 않은 질투 및 의심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 모든 부정적 감정을 극복하는 독창적인 ‘디퓨징’ 기법을 개발했다. 이 모든 내용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자신 및 다른 사람의 화를 누그러뜨리는 ‘실천법’도 자세히 수록돼 있다. ‘분노 중독 사회’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뜻깊고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전현우·황승식 옮김|살림 펴냄|420쪽|1만8000원

저자는 위험과 불확실한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인간에 대해 연구한다. 현대에는 DNA 지문을 활용한 유전자 검사가 친자 관계를 밝혀주는데 거의 확실한 수단이 됐다. 또한 친자 확인뿐만 아니라 성범죄, 살인 사건 등 많은 부분에서 유전자 검사를 신뢰한다. 그렇다면 유전자 검사는 언제부터 시작됐고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저자 게르트 기거렌처는 1980년대 중반이 돼서야 DNA 지문이 친자 여부를 확인하는 데 쓸 수 있을 만큼 신뢰도가 높은 방법이 됐다고 설명한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