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개인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한국인들 스스로가 서로에게 존중과 배려를 보여 줬으면 하는 것이다.


수 년 전, 연구 학생 자격으로 미국에서 지낸 적이 있는 한국인 동료와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그때 그는 미국에서의 생활을 회상하며 미국의 사회적 구조에서부터 미국인들의 매너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느 폭풍우 치는 저녁, 집으로 운전하고 돌아가고 있는 길에 대형 교차로의 신호등이 고장 났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이었다면 운전자들이 신호 없는 교차로를 서로 앞질러 가려는 통에 혼잡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그는 한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교차로 중앙에서 경찰이 올 때까지 교통정리를 하기 시작해 큰 문제없이 상황이 정리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한국의 혼잡한 도심 교차로에서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먼저 소개한 이유는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서 그 순위를 높여감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발전’의 중요한 양상인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 자발적인 협력과 같은 부분이 규범의 부재 하에서는 결핍되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서울의 혼잡한 도로에서 사이렌을 키고 달리는 앰뷸런스에 길을 비켜주지 않는 운전자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서양에서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에 운전자들은 즉각 옆으로 차를 세우거나 만일 비킬 자리가 없으면 운전자들이 서로 협심해 앰뷸런스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이때는 특별한 생각도 특별한 배려도 규칙도 없다.

주차장은 개인의 자발적인 협력이 결여된 점을 부각하는 또 다른 공간이다. 주말의 혼잡한 마트에서는 주차 공간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에도 이렇게 혼잡한 주차장은 있다. 하지만 이때 한 운전자가 다른 운전자를 자신이 주차한 공간에 안내해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 주차 공간이 있다”는 수신호나 말은 언제나 반갑고, 특히 많은 가족이 쇼핑하기 위해 몰리는 주말에는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실제로 국내 한 유명 쇼핑센터에서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도와주려고 했던 한국인 운전자는 나를 혼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차를 몰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한국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친구와 한 특이한 와인 바에 간 일이 있다. 우리 옆 테이블의 담배를 피우고 있는 두 명의 여성에게 한 무리의 중년 남성들이 그들에게 불평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들은 직설적으로 그 여자 손님에게 ‘여자가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부터 시작해 불임 얘기까지 하면서 공격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목격하게 된 이 사건은 한국을 관통하는 매우 일반적인 문제점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이 부재함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한국에서 남녀나 나이에 대한 개념이 다른 문화와 다른 것을 알고 있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이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을 공격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미국인으로서 한국은 배울 점이 많은 나라이고 이곳에서 겪는 문화적 차이를 항상 존중한다. 하지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한국인들 스스로가 서로에게 존중과 배려를 보여 줬으면 하는 것이다. 한 사회의 발전 여부는 그 사회의 구성원 개개인을 통해 비쳐진다고 생각한다.



마가렛 키 버슨-마스텔러코리아 사장



1973년생. 1996년 미국 워포드대영문학·사회학과 졸업.
1999년 연세대 국제대학원국제관계학 석사.
1999년현대산업개발 해외재무팀,
2009년 에델만재팬 사장.
2010년 버슨-마스텔러코리아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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