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현 회장, 모두 가지려다 모두 잃었다

‘무엇이 문제였나’ 동양 사태 시작과 끝

동양그룹이 결국 자금난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9월 30일 만기가 돌아온 1100억 원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발행 기업인 (주)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가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10월 1일에는 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마저 법정 관리를 신청하는 한편 동양그룹의 컨트롤타워이자 심장부인 ‘전략기획본부’가 해체되면서 사실상 그룹으로서의 생명을 다했다.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돌려가며 연명해 온 동양그룹이 결국 부채비율 1400%라는 거대한 벽 앞에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2013년 4월 기준 재계 순위 38위인 동양그룹은 한때 국내 5대 그룹 안에 들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그룹이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현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그룹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지 못하고 상황이 어려워졌음에도 ‘모호한 거래’를 통해 욕심을 부리며 ‘부활’할 수 있는 시기를 계속 놓쳤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은 동양시멘트에서 출발했다. 동양시멘트는 남한 땅에 세워진 첫 시멘트 공장이다. 1937년 일본의 오노다시멘트가 강원 삼척에 시멘트 공장을 착공해 1942년 준공했다. 이후 1950년대 중반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에서 재건 사업이 벌어지면서 이 공장의 주가는 폭등하게 된다.

1947년 단신 월남해 서울에서 과자 판매업을 시작해 부를 쌓은 동양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은 1957년 당시 돈으로 거액인 1억 환을 들여 이 공장을 인수했다. 동양그룹의 본격적 시작이다.

이후 동양그룹은 시멘트 사업을 바탕으로 건설 경기 붐의 큰 수혜를 받는다. 물론 1970년대 경쟁 시멘트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수십 년간 쌓아 온 신뢰를 바탕으로 파고를 넘겼다. 1980년대 경제성장과 신도시 건설로 시멘트 수요가 또 한 번 크게 늘면서 동양시멘트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멘트 수요 감소가 경영 악화의 시작
1985년에는 상호를 동양세멘트공업에서 동양시멘트로 바꾸고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시멘트 중심의 제조업에서 유통·금융 및 서비스 등으로 크게 확장했다. 이 당시 핵심적 역할은 창업자 이양구 회장의 사위 현재현 회장이 담당했다.

검사 출신인 현 회장이 동양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6년 고 이양구 회장의 맏딸인 이혜경 씨와의 결혼에서 시작됐다. 이후 1977년 동양시멘트 이사 직함을 달고 재계에 입문한 그는 장인인 이 회장에게서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았다.


동양증권에서 판매한 기업어음에 투자한 투자자 100여명이 3일 오후 서울 성북구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이때부터 현 회장은 향후 동양그룹을 키울 밑그림을 그렸다. 바로 금융 쪽으로의 확장이다. 첫걸음은 1984년 일국증권(현 동양종금증권)을 인수하며 뗐다. 현 회장은 당시 자본금 20억 원에 지점이 단 하나였던 일국증권을 인수 5년 만에 10대 증권사로 키워 냈다. 이후 현 회장은 동양경제연구소(1987년)·동양투자자문(1988년)·동양생명(1989년)·동양창업투자(1989년)·동양선물(1990년) 등 금융 계열사를 차례로 설립했다. 1990년 대우투자금융을 인수하면서 금융 부문이 그룹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현 회장이 재계에서 보기 드문 금융 전문가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 부문의 성장으로 1989년 현 회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물론 당시 동양그룹은 한차례 위기를 겪었다. 1997년 그룹의 외연을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확장하는 와중에 외환 위기가 터졌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현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외환 위기는 모든 그룹사들, 아니 모든 경제주체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회생한 동양그룹에 다시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이번에는 시멘트 부문에서였다. 주택건설 시장 부진으로 시멘트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자 관련 기업이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다. 외국계 시멘트 기업의 진출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가가 하락하며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 결국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동양그룹의 누적 적자는 1조1680억 원에 달하는 상황까지 됐다.

적자가 누적되자 당연히 ‘금융 전문가’ 현 회장은 나름대로 방안을 찾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방안은 그룹의 사정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무엇 하나 잃으려고 하지 않는 ‘편법’ 성향이 짙었다.


PEF 활용한 ‘모호한 계약’ 남발해
2008년 현 회장은 주력사 중 하나인 동양시멘트에 건설 경기 부진으로 부채가 쌓이자 주식시장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계획했다. 문제는 부채가 조 단위에 이른 회사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상장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동양그룹은 골든오일이라는 코스닥 상장사를 통해 우회 상장을 추진했다. 명목은 골든오일의 사업 목적인 ‘자원 개발’진출이었다. 당시 동양그룹은 지주회사 격인 (주)동양(당시 동양메이저)을 통해 골든오일의 전환사채(CB)를 1400억 원에 인수했다. 또 외부에서 리더스사모펀드(PEF)라는 펀드를 결성해 외부의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리더스PEF는 골든오일에 1600억 원, 동양시멘트에 1229억 원을 출자했다. 이어 리더스PEF는 동양시멘트 주식을 전환 우선주로 1000억 원에 또 인수했다. 복잡해 보이긴 하지만 쉽게 말해 돈이 없으니 임시로 PEF 운용사를 만들고 외부 자금과 동양의 자금을 합쳐 골든오일에 투자한 뒤 골든오일과 동양시멘트를 합병해 버린 것이다.

문제는 당시 PEF를 만들면서 ‘조건’을 달았다는 것이다. 조건은 동양시멘트와 골든오일의 합병 후 동양시멘트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에 이르지 못하면 PEF에 연 복리 10%의 이자를 붙여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당시 동양은 골든오일과 시멘트 부문의 시너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원 개발은 난항을 겪었고 시멘트 사업의 부진도 이어졌다. 결국 (주)동양은 PEF에 고스란히 이자를 물어주고 말았다. 동양시멘트의 주식을 2011년 3월 울며 겨자 먹기로 3273억 원에 사들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당시의 동양그룹은 ‘동양생명’이라는 우량 금융 계열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동양생명은 2010년 10월 국내 최초로 증시에 상장됐다. 이 일은 첫 생보사 상장이라는 ‘금융사의 한 페이지’일 뿐만 아니라 동양그룹이 크게 한숨을 돌리게 된 계기였다. 당시 동양그룹은 동양생명 상장을 통해 약 7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700억 원은 그룹의 재무 부담을 낮추기에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결국 (주)동양은 2010년 말 리더스PEF에 대한 상환 부담이 커지자 동양생명 경영권 지분 46.5%를 2대 주주였던 보고펀드(기존 지분 13.5%)에 9000억 원에 팔기로 했다.



이런 결정은 겉으로 보기에 동양그룹이 가장 큰 현금 창출원인 동양생명을 포기하면서까지 나머지 계열사를 살리려는, 즉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거래에는 또 한 번의 ‘편법’이 동원됐다. 겉으로 보기에만 ‘아팠다’는 것이다.

동양은 먼저 동양생명을 다시 사오기 위해 보고펀드가 조성한 PEF에 투자자(LP) 자격으로 2000억 원 이상을 다시 집어넣다. 이에 따라 동양은 표면적으로는 9000억 원을 거뒀지만 계열 분리를 하지 않기 위해 3.1% 지분을 남긴 것은 물론 2000억 원을 재투자하면서 매각 지분 재매입 권리(콜옵션)까지 얻었다. 이번에도 콜옵션을 행사할 때 연 복리 10% 수준의 금리를 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동양은 동양생명에 대한 경영권을 얻었다. 현재 동양생명의 이사회 9석 중 6석을 동양그룹이 확보하고 있다. 보고펀드가 최근 ING생명보험 인수 우선 협상자가 되고도 동양생명 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무산된 것은 경영권이 사실상 동양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사실 동양과 보고펀드 간에 이뤄진 이 같은 계약은 매우 모호하고 복잡한 계약이다. 쉽게 말해 집주인이 집을 세입자에게 팔긴 팔았는데 내 돈도 같이 태우는 방식으로 가격을 많이 깎아 주고 소유권은 유지하며 나중에 사정이 좋아지면 훨씬 비싸게 다시 사오겠다고 계약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로도 동양그룹은 별다른 돈벌이를 하지 못했다. 시멘트 사업은 상황이 계속 좋지 않았고 그나마 잘나가던 동양증권마저 금융 위기 등의 여파로 수익이 크게줄었다. 이에 따라 보고펀드는 동양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지난해 동양생명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이 매각은 한화생명이 마지막까지 인수 의사를 보이면서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보고펀드와 한화의 거래는 동양그룹의 또 다른 ‘모호한 계약’으로 불발되고 만다. 동양생명이 보유한 그룹의 골프장 2개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현 회장이 30%의 지분을 보유한 동양레저는 골프장 사업 부채가 심각해지자 4개의 골프장 중 2개인 안성 파인크리크와 삼척 파인밸리를 현금이 있던 동양생명에 넘겼다. 그런데 이번에도 자산은 동양생명이 가지고 있지만 운영권은 동양레저가 보유하고 있는 형태였다. 한화는 동양생명이 필요했던 것이지 경영권도 없는 골프장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당연히 한화는 보고펀드에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동양은 동양생명에 팔았던 골프장 2개를 매각 가격에 다시 되살 여력이 없었다. 매각은 결렬되고 말았다.

사실 ‘동양 위기설’은 지난해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솔솔 불거져 나왔다. 이유는 동양이 이처럼 ‘모호한 계약’을 남발하면서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동양은 기업이나 금융사, 즉 ‘타짜’들이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CP와 회사채를 팔기 시작했다. 4만 명이 넘는 일반 투자자들이 동양그룹 계열사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YONHAP PHOTO-0443> 인사하는 최수현 금감원장 (서울=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동양그룹 계열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2013.9.30 jihopark@yna.co.kr/2013-09-30 10:50:47/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동양그룹은 2010년 주채무계열 기업으로 선정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은행권으로부터 빌린 대출 규모가 줄어들어 주채무계열 선정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주채무계열로 선정되면 주채권은행의 집중 관리를 받으며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어야 한다.


기관투자가와 금융권 신뢰 잃은 지 오래
동양그룹이 당시 주채무계열 대상에서 빠질 수 있었던 것은 그룹의 자금 사정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채권은행의 감시를 우회하기 위해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을 회사채·기업어음 등 시장성 여신으로 바꿔 온 것이다. 현재 동양의 금융권 여신은 9000억 원 정도이지만 동양시멘트·동양레저 등 동양 계열사가 발행한 시장성 여신은 2조 원을 웃돈다. 동양은 그룹의 계열사 동양증권을 통해 이를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일각에서는 1999년 부도를 맞은 대우그룹과 동양이 비슷한 길을 걸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대우그룹은 은행 차입의 길이 막히자 1997년부터 1년 반 동안 당시 대우증권과 서울증권 등을 통해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를 발행, 시장에서 돈을 조달했다.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던 것도 바로 회사채와 CP 등 시장성 부채 때문이다.

채권을 발행해 직접 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하더라도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을 막을 수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동양 역시 언제까지고 채권 발행을 통한 ‘돌려막기’로 자금 부족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양은 작년 12월 ‘고강도 경영 개선과 사업 재편에 관한 로드맵’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그룹의 비핵심 자산을 팔아 시멘트·화력발전·금융 등 3개의 축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를 곰곰이 되새겨 보자. 먼저 그룹의 비핵심 자산이라는 것은 동양에 ‘향후 크게 사업성이 없거나 사업성은 있더라도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을 뜻한다. 사는 사람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당연하게 이를 싸게 사기를 원한다. 시장에서 ‘똑똑한 장사꾼’은 현 회장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돈이 궁해 파는 사람은 사는 사람 입장을 생각해 좀 싸게 팔아 빨리 빚을 갚는 게 낫다.

그러나 동양그룹, 그리고 이를 이끄는 현 회장은 또다시 ‘모호한 거래’를 남발했다. 동양이 비핵심 자산으로 지목해 매각을 추진한 것은 동양매직과 동양의 파일사업부, 옛 한일합섬(동양 섬유사업부), 레미콘 사업 등이다.


가장 큰 피해 본 건 4만 명의 일반 투자자
먼저 동양매직은 우선 협상 대상자인 교원그룹과 양해각서(MOU)를 파기했다.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현 회장은 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어 무산시켰다. 동양은 동양매직 매각으로 동양매직의 부채 2500억 원을 상계하고 1800억 원의 자금을 유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 같은 자금 규모는 지난 9월 30일 동양이 금융권에 상환해야 할 회사채와 CP 규모인 1100억 원보다 컸다.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계약을 깨고 또다시 PEF(KTB프라이빗에퀴티)를 끌어들였다. 그 와중에도 다시 600억 원을 재투자해 추후에 되사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었다. 이 거래는 법정 관리 신청으로 완전히 중단됐다.

또 지난 7월 (주)동양은 파일사업부를 매각해 12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파일사업부를 분리한 뒤 이를 외부 투자자와 공동으로 동양시멘트의 자회사에 판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현금 유입액은 5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이 부족한 와중에도 ‘뜬금없이’ 사들인 동양 섬유사업부의 매각도 지지부진하다. 제대로 거래가 마무리된 것은 레미콘 공장 몇 개가 전부다.

현 회장은 ‘엉뚱한 선택’을 하기도 했다. 창업주의 부인이 출연한 사재를 계열사의 부실 자산을 인수하고 게임사 지분을 취득하는 데 쓰기도 했다. 동양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그룹이 자금난에 시달릴 때 고(故) 서남 이양구 회장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의 오리온 보유 지분 2.66%를 무상으로 빌려 1656억 원의 현금을 만들었다. 회사 측은 이 돈으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보다 1년 가까이 팔리지 않았던 동양레저의 골프장 부지와 동양그룹연수원, 동양온라인 주식 매입 등에 사용했다.

비핵심 사업에 대한 매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핵심 사업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동양이 작년 제시한 시멘트·화력발전·금융 등 3개의 축을 꼼꼼히 따져보자. 기존의 핵심 사업인 시멘트와 금융에 오히려 화력발전이라는 또 하나의 사업을 추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그룹이 위기에 빠져 있음에도 하나도 잃으려고 하지 않고 또 다른 욕심을 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시멘트와 금융, 즉 이질적인 업종끼리 상호간에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국내 재계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을 보자. 삼성은 정보기술(IT) 부문으로 역량이 집중돼 있고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부문으로 역량이 집중돼 있다. 국내 최대의 그룹사도 이런데 재계 38위에 불과한, 더구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양이 어떻게 둘 모두를 끌어안고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까.

화력발전도 비슷하다. 발전 사업은 목돈을 적금에 넣고 묵힌 뒤 수년 후부터 이자를 챙기는 사업이다. 당장의 현금도 부족한데 수년 후까지 과연 버티는 게 가능했을까. 결국 동양은 발전 사업까지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시장 평가 가치와 큰 차이가 있어 매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동양그룹은 최대 1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매입을 고려하겠다는 민간 발전 회사들은 아직 없다.

물론 현 회장의 생각은 이럴 수 있다. 시멘트는 그룹의 모태고 금융은 자신이 직접 키운 사업이며 화력발전은 미래의 성장 동력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바꿔 생각해 보면 그 그룹의 모태가 위기의 시작이었고 자신이 직접 키운 사업이 위기를 막아주지 못했으며 미래의 성장 동력이 말 그대로 지금 ‘돈’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면 어떤 한 부분을 확실히 정리했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 회장이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정 관리를 신청하면 워크아웃이나 채권단 자율 협약과 달리 기존 경영주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간에 동양그룹은 그룹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그리고 그 가장 큰 피해자는 4만 명에 달하는 동양그룹 회사채와 CP 투자자들이 될 것이다. 또한 ‘모든 것을 얻으려다 모든 것을 잃은’ 현 회장은 동양 사태 책임자로 지목돼 국정감사 증인석에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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