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삼성에버랜드·SDS 외형 키워 상장 ‘유력’

삼성그룹 지배 구조 변화, 어디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대기업집단의 지배 구조 변화가 그렇다. 오너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아야 하는 관심법의 영역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배 구조의 형성 과정과 계열사와 오너 일가가 처한 상황을 보면 대강의 흐름은 짐작해 볼 수 있다.


에버랜드해피할로윈/사진=에버랜드 제공

최근 삼성의 지배 구조 변화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양수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행보이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건축·급식·레저 등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패션과는 사업 관련성이 없고 제일모직은 삼성 계열사 지분이 7.15%에 불과해 영업양도 절차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 피하기 ‘효과’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삼성의 상속과 계열 분리를 위한 지배 구조의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번 영업양수도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에버랜드는 내부 거래 비중을 46.4%에서 30% 수준으로 낮춰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피해갈 수 있다. 둘째, 제일모직은 영업이익률이 2%에 불과한 저수익 사업부를 매각하고 매각 대금 1조500억 원을 전자재료 부문에 투입함으로써 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그룹의 핵심이랄 수 있는 정보기술(IT)과 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주회사가 되는 순간 지켜야 할 행위 제한이 너무 많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기준(시행령 2조 1, 2항)에 따르면 특정 기업의 자회사 지분 보유액이 총자산의 50%를 넘으면 그 회사는 남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에버랜드가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순간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를 해야 하며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최소 보유 지분을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교차 출자, 횡행식 출자, 상향식 출자도 금지돼 여러 회사가 합심해 계열사를 소유해서는 안 된다.

에버랜드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뿐만 아니라 지주회사로의 강제 전환을 피하기 위해서도 자산과 사업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만들지 않기 위해 자산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 앞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은 삼성SDS와 합병하든지, 삼성물산의 상사 부문을 분할해 에버랜드와 합병하는 것이다. 삼성SDS는 오너 일가와 계열사의 지분이 65.6%로 높아 합병이 쉽고 상사 부문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어 해당 지분을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로 옮기면 그만큼 지배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적 분할과 합병은 세금을 아끼는 좋은 수단이다.

상속과 계열 분리를 위해서도 오너의 자녀들이 지분을 많이 가진 에버랜드와 삼성SDS를 키워 상장하면 유리하다. 상장 프리미엄과 함께 공정한 시가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불편한 시선도 피할 수 있다.

상속은 3단계를 거친다. 지분의 상속, 지위의 상속, 경영 능력의 상속이다. 지분과 지위의 상속보다 어쩌면 더 어려울 수 있는 게 오너 자녀들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삼성에버랜드·삼성SDS·제일모직·삼성·호텔신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다. 지배 구조 변화는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하고 주가 급등은 오너의 선택을 바꿀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다. 그러나 어차피 삼성그룹에 투자한다면 지배 구조의 큰 변화를 읽고 길목을 지키는 투자가 유리해 보인다.


삼성의 지배구조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