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혹한 세상, 청춘은 아프다

깡철이



감독 안권태
출연 유아인, 김해숙, 정유미

강철(유아인 분)은 부산의 부두 하역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하루하루 벌어먹고 산다. 그에게는 정신이 깜빡깜빡하는 철없는 엄마 순이(김해숙 분)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어느 날 서울에서 여행 온 소녀 수지(정유미 분)를 만난 강철은 처음으로 부산 바깥세상을 보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다. 하지만 성치 않은 몸으로 사고만 치던 엄마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고 유일한 친구 종수(이시언 분)마저 사기를 당하자 결국 강철은 뒷골목의 악랄한 보스 상곤(김정태 분)과 휘곤(김성오 분) 형제에게 돈을 빌리려고 한다.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부터 좀 의아했다. 조폭 코드에 치매 걸린 엄마와의 애틋한 사연을 결합하는 게 자연스러울까. 실제로 ‘깡철이’를 보면서도 덜컹거리는 리듬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먼저 기본 설정은 이창동 감독의 1997년 작 ‘초록물고기’가 21세기에 불현듯 되살아난 것 같다. 여기에 ‘아저씨’의 조폭 형제 코드와 “세상이 우리 편인 적 있었나? 난 너처럼 안 살 거다”라며 돈과 세상을 원망하는 젊은 세대의 고단함이 결합된다. 게다가 ‘위대한 개츠비’나 ‘선셋 대로’ 등의 할리우드 고전 영화처럼 동경만 하다가 파멸하는 청춘의 원형까지 한꺼번에 담으려다 보니 풍부한 결이 살아나기보다 과잉의 다급함만 눈에 더 잘 보인다.

이를테면 사장되다시피 한 조폭 장르에 “세상이 깡패다”라는 대사를 접붙임으로써 냉혹하고 비열한 세계에 맞서야 하는 청춘의 아픔으로까지 확장하려고 하는 시도는 좋았다. 심지어 상곤과 휘곤 형제마저도 가난으로 악에 받친 청춘을 보냈고 자신들을 무시하는 일본 보스에게 개처럼 굴종해야 하는 현실에 치를 떨며 신분 상승을 꿈꾼다는 면에서 강철이나 종수 같은 청춘과 그리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조폭 청춘물이라는 새로운 변주의 성공에 집중하기에는 배우들의 에너지 배분과 이야기의 곁가지들이 너무 많았다.

‘깡철이’의 최고의 흥행 요소이자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건 역시 유아인이다. 영화 ‘완득이’까지만 해도 동안에서 비롯된 순수한 소년 같은 이미지만 강했다. 하지만 올봄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장희빈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숙종 역으로 성숙한 남성의 가능성을 보였고 이번 ‘깡철이’를 통해 심지 굳은 청춘을 소화함으로써 그의 연기 스펙트럼에 관한 의심의 여지를 사라지게 했다.



소원



감독 이준익
출연 설경구, 엄지원, 이레



어느 비 오는 아침, 학교를 가던 어린 소원은 술에 취한 아저씨에게 끌려가 믿을 수 없는 사고를 당한다. 영화 ‘소원’은 ‘조두순 사건’을 연상시키는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루지만 부모와 이웃들의 지극한 사랑과 배려로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가는 쪽을 선택한다.



적인걸2: 신도해왕의 비밀



감독 서극
출연 조우정, 안젤라 베이비, 김범, 유가령

거대한 황실 함대가 바다에서 떠오른 검은 그림자에 의해 침몰당한다. 바다용의 저주라고 믿는 백성들은 미인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외친다. 여제 측천무후는 이를 반역 세력의 소행이라고 의심하고 천재적 수사관 적인걸에게 10일 안에 그림자의 정체를 밝히라고 명한다.



프리즈너스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휴 잭맨,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보스턴의 평화로운 마을에서 도버 부부의 딸 안나와 버치 부부의 딸 조이가 실종된다. 유력한 용의자 알렉스는 열 살짜리 지능을 가졌다는 이유로 풀려난다. 이에 분노한 안나의 아버지 켈러는 홀로 알렉스를 추적하고 형사 로키는 진범이 따로 있다고 확신하며 수사에 나선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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