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규모의 경제 실현…오너 지원도‘팍팍’

하이마트는 롯데그룹의 ‘효자손’ 될까

롯데하이마트는 롯데그룹의 ‘효자손’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분기 뛰어난 경영 실적을 올린 롯데하이마트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9212억 원, 영업이익 647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3%, 96% 늘어났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지난해 회사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회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였던 데다 유진그룹과 선종구 전 회장 간 경영권 분쟁으로 시끌시끌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가 “지난해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가 비정상적이었다”며 “아직 잘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엔 이르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2분기 실적은 에어컨 판매가 전년 대비 100% 성장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일종의 계절 특수를 누린 것으로, 다가오는 3~4분기에는 이 같은 실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롯데하이마트의 앞날을 밝게 보는 전문가들은 여전히 많다. 향후 국내 유통 최강자인 롯데그룹과의 인수·합병(M&A) 시너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2분기 매출액·영업이익 ‘껑충’
롯데그룹은 재계에서 ‘M&A 큰손’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기업을 인수했지만 “성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례는 별로 없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1970년대에 동방알미늄(현 롯데알미늄)·칠성한미음료(현 롯데칠성음료)·삼강산업(현 롯데삼강)·평화건설(현 롯데건설)·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등을 인수했다. 이 중 그나마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인수 기업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15조9028억 원, 영업이익 3717억 원, 순이익 3161억 원을 올리며 그룹의 주요 주력사로 성장했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2000년대에도 롯데는 연이은 M&A로 그룹 덩치를 키웠다.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두산주류(현 롯데칠성 주류부문)·GS백화점(현 롯데백화점 부천·구리·안산점)·파스퇴르유업(현 롯데삼강)·하이마트(현 롯데하이마트) 등이 신 회장의 주도로 인수한 기업들이다.

신격호 총괄 회장의 ‘신의 한 수’가 호남석유화학이었다면 신동빈 회장 시절에 가장 성공한 M&A는 하이마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의 하이마트 인수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M&A의 성공 조건을 어느정도 충족시킨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M&A가 성공하려면 크게 3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첫째,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누가(who), 적절한 시기에(when), 어떤 기업을(what), 특별한 전략에 따라(how), 왜(why) 인수하는지를 명확히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둘째, ‘승자의 저주’를 피해야 한다. ‘승자의 저주’는 시장가격보다 싸게 사거나 적어도 시장가격에 인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다. 적정 가격으로 평가되는 3조 원보다 무려 2배 이상이었던 6조6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발목이 잡힌 것이다. 셋째, 인수 후 시너지가 나야 한다. 동종 업계의 기업을 인수했다면 시너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동종 업계가 아니더라도 인수 후 통합(PMI: Post Merger Integration)은 무척 중요하다. 인재와 고객의 이탈을 막고 조직 문화 통합도 원활하게 이뤄져야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다질 수 있다.

우선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한 목표가 명확하다.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전 양판점을 눈여겨본 신동빈 회장은 가전 유통을 숙원 사업으로 여겨 왔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홈쇼핑, 온라인몰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해 온 롯데는 2009년부터 롯데마트 15개 지점에 별도의 가전 특화 매장인 ‘디지털파크’를 개설하는 등 가전 유통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한 것은 날개를 단 셈이 됐다. M&A 당시 하이마트는 직원 수 2600명에 매장 310개(2013년 6월 현재 329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국내 전자 양판점 중 47%의 점유율로 단연 1위였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일도 없다.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 금액은 1조2480억 원(65.25%)이다. 롯데가 2007년 인수전에서 써냈던 금액은 2조 원대로 실제 인수 금액은 절반에 불과하다. 롯데그룹의 자금력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돈도 아니다. 주가 흐름으로 봐도 밑진 거래가 아니다. 주당 평균 인수 가격은 8만1026원, 8월 22일 종가는 8만4400원이다.

시너지 면에서 하이마트 인수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유통 왕국’ 롯데와 가전 양판점 1위 하이마트의 결합은 시장 장악력을 배가할 수 있는 환상의 조합이다. IM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가전 시장 규모는 15조4000억 원. 이 중 롯데하이마트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20.9%로 부동의 1위다. 삼성 리빙프라자가 11.9%로 2위, LG 하이프라자가 8.5%로 3위, 전자랜드가 3.2%로 4위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모든 가전 채널의 판매를 롯데하이마트에 맡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쇼핑의 백화점, 대형 마트, 홈쇼핑, 온라인몰 등 각 채널을 합한 가전제품 매출은 약 1조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매출이 모두 롯데하이마트의 매출로 반영된다면 시장점유율은 31.8%로 껑충 뛴다. 다른 유통업과 마찬가지로 가전제품 전문점도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핵심 경쟁력이다. 카테고리킬러(Category Killer)형 전자제품 전문점은 더 그렇다. 카테고리킬러형은 완구 용품, 스포츠 용품, 전자 제품 등 특정 품목을 집중 판매하는 소매 형태를 뜻한다.


신용 등급 상향…이자율 절감
이미 롯데마트의 가전 전문 매장 디지털파크 15개 점포가 점진적으로 하이마트로 전환되고 있다. 15개 디지털파크의 매출액은 약 1500억 원 정도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15개 점포를 모두 하이마트로 전환하는 것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하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마트 전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달미 IM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4년까지 15개 점포가 하이마트로 전환된다면 추가적으로 창출되는 연간 매출액은 3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하이마트가 롯데마트에 진입하면 롯데마트의 집객력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신규 출점 비용도 낮출 수 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하이마트의 신규 출점 비용은 15억 원”이라며 “롯데마트 안에 숍인숍 방식으로 출점하면 시설 투자비를 낮추고 집객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 롯데와의 또 다른 시너지 효과는 신용 등급이 상향되면서 차입금 이자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롯데하이마트는 롯데쇼핑으로 편입되면서 신용 등급이 기존 ‘A-’에서 ‘AA-’로 3단계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2012년 연간 6.7%에 달했던 이자율도 2013년 1분기에 3.5%까지 하락했다. 2013년 신용 등급 상향 조정에 따른 이자비용이 약 300억 원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가 신동빈 회장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점도 롯데하이마트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요인이다. 신 회장은 지난 6월 초 최근 개장한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을 방문하면서 같은 건물에 있는 롯데하이마트도 들렀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롯데하이마트가 회장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며 신 회장이 가전 유통 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에둘러 표현했다. 다만 시장 환경의 변화는 어쩔 수 없다. 무덥지 않으면 에어컨 판매가 쉽지 않은 것처럼 전자 제품은 계절적인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가전 시장이 아직은 오프라인 중심이지만 온라인몰 부문이 커지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물론 가장 무서운 건 ‘내부의 적’이다. 향후에도 하이마트의 핵심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롯데의 경쟁력이 더해지는 덧셈의 효과가 지속돼야 한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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