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흔들리는 증시…‘신의 한 수’는 환테크

출구전략 추진 이후 유망 재테크 수단은?

월가의 3대 비관론자라고 한다면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 빌 그로스 핌코 공동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를 꼽는다. 꼭 1년 전에는 이들 중 빌 그로스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간의 미국 증시 앞날과 관련해 ‘주식 숭배(cult of equity) 종료’ 논쟁이 벌어졌다.


<YONHAP PHOTO-0238> WASHINGTON, DC - MAY 20: Newly redesigned $100 notes lay in stacks at the Bureau of Engraving and Printing on May 20, 2013 in Washington, DC. The one hundred dollar bills will be released this fall and has new security features, such as a duplicating portrait of Benjamin Franklin and microprinting added to make the bill more difficult to counterfeit. Mark Wilson/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13-05-21 06:20:20/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당시 논쟁이 워낙 유명해 요약하면 이렇다. 그로스는 주식 숭배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미국 국채 등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주식을 사 두는 것이 유망하다고 밝히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벅셔해서웨이의 주식 보유 비중을 경기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대폭 늘렸다.

그 후 잊혀 가던 이 논쟁이 다시 월가에서 화두가 됐던 것은 그로스가 “미국 국채 강세장은 올 4월 말로 끝났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무려 130bp(1bp=0.01% 포인트) 정도 급등했다. 그만큼 채권 가격이 폭락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중 다우존스지수는 무려 3000포인트 넘게 올랐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는 정책적으로나 주가 수준면에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의사와 관계없이 출구전략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등이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여름휴가철이 끝나는 9월이나 10월에 출구전략이 추진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65%에 달한다.

1년 전 그로스와 버핏 간 논쟁 당시만 하더라도 그로스의 손을 들어주는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1차 논쟁의 승자인 버핏 등은 비교적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3대 비관론자 중 나머지 두 사람인 파버와 루비니 간에 미국 증시 앞날과 관련해 2차 월가 논쟁이 일고 있어 다른 각도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증시 낙관론 경계해야
파버는 지금의 주가는 ‘비이성적 과열을 우려할 만한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갈수록 주가의 고공 행진을 떠받쳐 온 ‘부채의 화폐화(debt monitization)’, 즉 Fed가 국채 등을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 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은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어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처럼 주가가 폭락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 대해 루비니 교수의 주장은 다르다. 아직도 투자자의 귀를 의심케 하고 있지만 올 4월에 열렸던 밀켄 콘퍼런스(일명 미국판 다보스 포럼) 이후 “앞으로 2년 동안 주식이 유망하다”며 “지금 주식을 가능한 한 많이 사둘 것”을 권했다. 루비니 교수가 증시 낙관론을 펼치는 데에는 ‘경제 정상화 역설’을 들고 있다. 현재 물가는 월마트 효과와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비교적 안정돼 있지만 주가 등 자산 가격은 많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경기는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품이 우려되는 자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긴축을 단행하면 경기가 침체되고 경기를 추가로 부양하면 자산 가격이 더 올라 거품 우려가 현실화된다. 1980년대 초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가 올랐던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하다. 물가만 자산 가격으로 바뀌는 새로운 형태의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금의 정책 기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증시 낙관론을 펼치는 배경이다. 오히려 경제가 정상화되면 출구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거품이 붕괴돼 투자자들이 커다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직장인이 최근처럼 생애가 길어진 시대에 있어서는 만년 과장에 머물러 있는 게 좋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 최대 변수는 역시 달러 강세 재현 여부다. 올 들어 주요 통화에 대해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달러 가치가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추진 언급으로 미국 시장 금리가 일제히 오르면서 강세로 전환되고 있다.”


루비니 교수가 주장하는 증시 낙관론은 미국 경제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양적 완화와 출구전략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설령 미국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질적으로는 더 악화돼 지속 성장 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증시 낙관론으로 선회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파버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달러 가치 최대 변수될 것
이럴 때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바로 ‘환테크’다. 환율은 세계 모든 국가 통화와의 상대 가치로 다른 나라와 연관돼 있어 한 나라의 경제 시스템이 안정돼 있더라도 늘 변하고 최근처럼 출구전략 추진 등으로 정책의 대변화가 있을 때 오히려 변동성이 커져 환테크할 수 소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환테크는 고급 재테크 혹은 선진 재테크다.’ 이렇게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이 우리보다 앞서 가는 나라에서 높은 수익률과 인기를 함께 얻는 재테크 수단으로 환테크를 이용한 상품이라는 점이 이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선진국일수록 환테크를 잘하느냐에 따라 재테크의 명암이 갈린다.

우리도 환테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 폭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K-50M 클럽(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가입한 국가다. 제도적으로도 외환 자유화 계획이 완료됨에 따라 개인이 해외 부동산과 다른 나라들이 발생한 채권과 주식 투자 시에 모든 규제가 철폐돼 원칙적으로 자유롭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크게 네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는 달러 위상의 유지 여부와 함께 엔화·위안화 가치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내적으로는 우리 경제 회복 여부와 국내 유입될 외국 자금의 향방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변수는 역시 달러 강세 재현 여부다. 올 들어 주요 통화에 대해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달러 가치가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추진 언급으로 미국 시장 금리가 일제히 오르면서 강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달러 가치는 미국 경제 전망과 이에 따른 출구전략 추진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적으로 우리 경제 회복과 외국인 자금 이탈 여부 등의 변수가 있지만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대외 변수를 감안하면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적정 수준 이상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환율 구조 모형 등으로 추정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달러당 1070~1090원 정도로 추정된다.

최근처럼 우리 기초 여건에 큰 변화가 없을 때 외국인이 한국 투자 시 적정 환율은 아주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이 적정 환율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환차익 소지가 줄었다고 판단한다. 올 1월 중순에는 원·달러 환율이 1050원 내외까지 급락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1100원 이상에서 움직여 환차익이 여전히 기대되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은 커진다.

그런 만큼 환테크를 잘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간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는 일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개인들의 주치의 제도와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는 환율 전문가와 환율 예측 전문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환테크를 잘하기 위해서는 필수다. 이 과제는 환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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