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기업들 씀씀이 ‘ 쑥’…스타급 연봉 5억 ‘ 훌쩍’

돈 몰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

골프 마케팅의 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돈이 몰리고 있고 여성 골퍼를 중심으로 몸값도 훌쩍 뛰어올랐다. 한때 국내에서 개최되는 골프 대회는 해외 프로 골프 투어에 진출하기 위한 정거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소속 선수의 우승으로 후원사들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대기업과 금융사를 중심으로 더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골퍼들 사이에서는 투어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굳이 진출할 필요 없이 국내 KLPGA에서 활약하고 싶다고 밝히는 선수도 있다. 최근 불황으로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과 반대로 기업들의 골프 마케팅은 지난 3년간 비약적으로 규모가 커져 현재 최고점을 찍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한국 여자 프로 골퍼들이 세계 주요 대회 LPGA 무대를 정복하면서 프로 선수들을 후원하는 기업들의 스폰서 규모도 커졌다. 기업의 스폰서십에서 기념비적인 일은 1997년 박세리 선수가 삼성물산과 10년간 30억 원을 받는 파격적인 후원 계약을 한 것이었다. 박세리란 당시 최고 선수에게 연봉 3억 원이 설정된 이후 전반적인 연봉 상승이 지속돼 2013년 현재 국내 최고 골프 스타의 스폰서 연봉은 5억 원 선이다.


굳이 LPGA에 진출할 필요 없다?
최고 연봉의 선수들은 모두 여성 골퍼로 국내외 대회에서 다수의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박인비(KB금융그룹)·최나연(SK텔레콤)·신지애(미래에셋)·김자영(LG그룹)·김효주(롯데그룹) 선수들이 최고 연봉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대회에서 우승할 때마다 추가로 우승 상금의 50%를 후원 기업으로부터 받는다. 그리고 2~5위는 상금의 30%, 6~10위는 20%를 받기 때문에 상금과 연봉 외에도 출전하는 대회와 성적에 따라 스폰서 기업으로부터 받는 인센티브도 상당한 액수가 될 수 있다.

올해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김효주 선수는 지난해 KLPGA 투어 프로에 입문했지만 1년도 안 돼 강자로 떠오르며 ‘10대 돌풍’의 주역이 됐다. 슈퍼 루키로 떠오르면서 신인 치고는 전례 없는 파격적인 금액으로 롯데그룹과 연봉 계약을 했다.

다음 그룹은 2억~3억 원이다. 스폰서를 둔 선수들의 가장 일반적인 연봉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실력뿐만 아니라 미모도 뛰어난 선수들은 팬들이 많기 때문에 높은 연봉으로 계약할 때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선수는 김하늘(KT)·양수진(정관장)·안신애(우리투자증권)·양제윤(LIG손해보험)·김혜윤(KT) 선수 등이다. 김하늘 선수는 실력과 함께 미모가 뛰어나 가장 인기가 높은 골프 스타로, 2010년부터 KLPGA 홍보 모델을 4년째 하고 있다.

몇몇 스타 골퍼의 인기는 연예인 뺨칠 정도다. 인기가 많은 한 스타 골퍼는 팬을 자처하는 중견 금융 기업 대표가 모든 대회를 따라다니며 숙소 등의 비용을 전부 대기도 하고 고급 수입차를 선물하기도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 최근 소속 선수의 우승으로 후원사들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대기업과 금융사를 중심으로 더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다.”


KLPGA에서 우승 경력이 있다면 연봉 1억 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우승 경력이 없거나 2부 투어 선수들은 대부분이 스폰서 없이 지난 대회의 우승 상금이나 자비로 훈련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는 선수도 상당수다. 이들은 대회가 없을 때 레슨을 하며 투어 비용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골퍼에 비해 남성 골퍼는 국내에서 스폰서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랭킹 1~10위는 2억~3억 원으로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통상 8승 선수도 연봉이 1억5000만 원 수준이다. 랭킹 20위 안에 들어도 1억 원 미만의 스폰서를 받는 남자 선수가 있다. 이는 국내외 대회에서 여자 선수들이 활약이 뛰어난 데 비해 남자 선수는 상대적으로 스타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KPGA는 대회도 KLPGA에 비해 적고 TV 중계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스폰서 기업의 노출의 빈도가 낮은 것도 이유다. 2013년 기준으로 KLPGA는 한 해 25개 대회, 총상금 약 171억 원인데 비해 KPGA는 14개 대회에 총상금 112억 원 수준이다.

기업의 스폰서를 받는 선수들의 의무는 후원 기업의 로고를 모자 정면·측면·가슴·팔 등 총 5곳에 부착해야 한다. 그리고 골프백과 우산 등에 붙은 로고를 미디어에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이 밖에 후원 기업의 행사에 참여해 사인회를 하거나 원 포인트 레슨 행사에 참석하기도 한다. 후원 기업과의 스폰서 계약에서 초상권과 이름을 후원 기업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소속 선수가 큰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스폰서 기업은 이를 대대적인 홍보의 기회로 삼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LPGA 3연승이라는 새 역사를 쓴 박인비 선수 덕분에 수백억 원의 홍보 효과를 거둔 KB금융이다. 박인비 효과를 실제 금융 상품에도 접목, KB국민은행은 ‘박인비 캘린더그랜드슬램기원예금’을 출시하기도 했다. 박인비 선수처럼 좋은 성적을 거두면 스폰서 기업은 연봉 외에도 상여금을 1억 원 정도 별도로 지급하거나 보너스로 차를 선물하기도 한다.


연말 계약 시즌엔 치열한 스카우트전도
또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한 각 기업들의 유치전도 치열해진다. 스폰서십은 대부분이 연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계약이 종료되는 연말을 앞두고 9월부터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11, 12월이면 계약 관련 경쟁이 최고조에 이른다. 일례로 김자영 선수는 지난해 연말 기존 스폰서인 주방 용품 업체 넵스와의 스폰서 계약의 종료를 앞두고 수많은 기업이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결국 LG가 연간 5억 원(계약 기간 4년)의 연봉을 제시해 스폰서 계약을 따냈다. 2010년 데뷔 때 1억 원 연봉에서 2년 만에 몸값을 5배로 올린 것이다. 반대로 소속 선수의 성적이 전년에 비해 나쁘면 연봉을 삭감하거나 재계약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계약을 앞두고 살벌한 분위기도 형성된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골프 마케팅은 대부분이 기업의 홍보팀이나 사회공헌팀이 담당한다. 스폰서십 담당자들은 골프계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신예 스타 골퍼를 발굴하기 위해 연중 내내 평가 작업에 집중한다. 보통 어느 정도 실력이 검증된 아시안 게임 등의 국가대표로 선발된 아마추어 선수들 중에서 발굴하는 사례가 많다.

선수의 성적이 좋을수록 후원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마케팅에서 큰 효과를 본다. 또한 선수도 안정적인 후원으로 실력 연마에 몰두할 수 있다. 스폰서 기업과 스포츠 스타는 서로 긴밀한 공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스폰서십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KLPGA에 치중한 지원이 한국 골프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터뷰



이희원 희준커뮤니케이션 스포츠마케팅 사업팀 에이전트
“한국의 골프계가 더 크려면 남자 선수 대회가 늘어야 합니다.”
수년간 골프 선수의 에이전트로 활약한 이희원 희준커뮤니케이션 스포츠마케팅 사업팀 에이전트는 기업의 스폰서십이 양극화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여성 대회는 크게 성장하는 반면 남성 대회는 위축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여성 스포츠가 더 큰 곳은 없어요. 기형적인 형태죠.”

KLPGA는 한 해 25개로 더 이상 대회를 만들 수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다. 하지만 KPGA는 한 해 14개밖에 되지 않고 정규 투어를 뛸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고 한다. 대회가 늘어야 남성 선수들이 실력을 쌓고 경기 경험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금 및 후원금 등 재정적 안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에이전트는 대부분이 선수의 부모가 선수 관리 및 연봉 협상을 담당하고 전문 에이전트 이용을 꺼리는 분위기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수수료 부담 때문에 부모가 직접 선수를 관리하는데, 스폰서를 찾기가 힘들고 투어 때도 스케줄 관리나 숙소 예약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연봉 협상 등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전문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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