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더 뉴 스포티지R, 상품성‘업’가격‘다운’…수입차에‘맞불’

기아자동차 더 뉴 스포티지 R

기아자동차는 지난 7월 23일 스테디셀러 모델 스포티지R의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인 ‘더 뉴 스포티지R’를 출시했다. 최근 2000만~3000만 원대 중소형 수입차의 판매량이 급속히 늘면서 안방 시장을 공격하자 별다른 신차 출시 계획이 없는 현대·기아자동차로서는 기존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전략을 통해 수입차 공세를 방어하고 있다.



페이스리프트 전략의 공통점은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헤드램프, 리어램프, 바퀴의 휠 등 부품만 간단히 교체하면 되는 최소한의 외관 변경과 편의 사양의 고급화 및 가격 소폭 인하다. 강판의 디자인 변경은 금형까지 모두 새로 제작할 경우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존의 모양은 그대로 두고 플라스틱 부품 위주로 변경하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 디자인 자체가 워낙 완벽하다 보니 페이스리프트가 최소한에 그쳤다고도 볼 수 있다.


기본기 탄탄한 기아차의 대표 모델
어쨌든 성형수술을 했으니 ‘같은 사람, 다른 느낌’처럼 미세하게 외모는 나아졌다. 우선 3개의 라인이 들어갔던 라디에이터 그릴은 K5처럼 검은색 격자 모양으로 변경됐다. 바 스타일보다 시크(chic)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리어램프는 기아차 특유의 라운드 면 발광으로 바뀌었다. 실내는 4.2인치 컬러 액정 화면이 달린 슈퍼비전 클러스터, 컵 홀더·센터패시아 하단의 무드 조명, 2열의 에어벤트(통풍구), 2열 시트 각도 조절이 전 모델에서 가능해졌다. 가격은 소폭 인하됐다. 기아자동차는 “상품성을 높였지만 가격을 최대 80만 원 인하하거나 인상된 트림도 인상 폭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승 차례. 시트에 올라 자세를 잡는 순간 너무 굵지도, 가늘지도 않은 운전대와 이를 감싸고 있는 가죽의 질감이 손에 착 감긴다. 현대·기아자동차 특유의 잘 조율된 운전대, 페달, 변속기의 부드러움은 웬만한 일본 메이커들보다 앞선다. 플라스틱 재질이 대폭 적용된 대시보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운전자도 있지만 독특한 디자인으로 만회하고 있다. 엔진음은 구 모델도 조용했기 때문에 체감상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기아자동차 측에 따르면 전면 유리창에 이중 접합 차음 글라스를 적용하고 흡차음 패드를 보강해 더욱 조용해졌다는 설명이다.

신차이기 때문에 내구성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초기 품질은 도요타자동차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현대·기아차의 수준 또한 글로벌 톱 5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디젤엔진의 성능 수준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야 고비용·고품질을 추구하고 있어 논외로 치지만 양산 브랜드인 폭스바겐의 2.0리터 TDI 엔진에 비하면 아직은 수준 차이가 느껴진다. 폭스바겐의 느낌을 기대하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지만 더 뉴 스포티지R는 생각만큼 스피드가 붙지 않는다. 킥 모션을 잘 못한 것이 아닌가 싶어 몇 번을 시도해 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같은 배기량인데도 폭스바겐의 디젤엔진은 가속력도 더 좋으면서 연비 또한 더 뛰어나다. 디젤엔진에 꾸준히 매진한 결과다. 국내에서 같은 급의 폭스바겐 차종 가격이 1000만~1500만 원 정도 비싸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눈높이는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이것을 따라잡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당면 과제일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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