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재능이 돈 되는 시대…나도 한번?

재능 오픈 마켓이 뜬다

만화가 박연조 씨는 그림 실력을 바탕으로 재능 오픈 마켓에 ‘홍보용 스토리 만화’와 ‘캐리커처’ 등 6개의 재능 상품을 등록했다. 지난 2년간 기업용 만화를 제작해 수수료를 제외하고 총 1175만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박 씨는 부업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본인이 계획해 왔던 만화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또한 기업 홍보(PR) 전문가 정보영 씨는 재능 오픈 마켓을 통해 2개의 재능 서비스 상품을 올렸다. 하나는 ‘보도 자료 작성’, 다른 하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홍보 활동’이다. 2012년 1월 재능 상품을 등록한 이후 총 934만 원의 수입을 거뒀다.



한편 여행 공유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김태범 씨는 재능 오픈 마켓을 통해 사이트를 개설하고 홍보 활동을 해결했다. 로고 제작, 웹툰 캐릭터 디자인, 티징 페이지 디자인, 동영상 제작, SNS 마케팅, 보도 자료 작성 및 송출 등 각 재능을 구매해 의뢰했다. 이 작업에 단 40만 원의 경비가 소요됐다. 김 씨는 “재능 오픈 마켓은 저 같은 스타트업에는 단비와 같다”며 “각 개별 업체에 의뢰했다면 최소 3~5배의 비용이 더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은 이미 우리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고르고 결제하는 시스템을 넘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여러 재능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도 매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최근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재능 오픈 마켓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하나의 상품으로 내놓았고 낮은 비용으로 외주 업무를 처리하려는 중소기업들이 유용하게 재능 오픈 마켓을 이용하고 있다.


수요자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
재능 오픈 마켓에서 가능한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국내 대표 재능 오픈 마켓인 크몽(www.kmong.com)의 서비스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크게 디자인, 마케팅, 문서, 비즈니스, 컴퓨터, 음악 및 영상, 생활 서비스, 핸드메이드 등으로 나뉜다. 홍보용 만화에서부터 로고·브로슈어 제작, 마케팅 기획, 광고 대행, 번역·통역, 사진 촬영, 카피라이팅, 홈페이지 제작, 서버 관리, 플래시 제작, 영상 편집 제작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재미있는 재능 상품도 있다. 연애 상담, 스타일링, 다이어트 관리, 전화 영어 학습, 바이올린 레슨, 핸드메이드 제품 제작 등 다양하다. 현재 크몽에서 판매 중인 재능 상품은 지난 8월 22일 기준으로 5939개에 달한다.

재능 상품의 이용료는 최소 5000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설정돼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 이용료는 저렴한 편이다. 예를 들어 한중 번역은 A4 용지 장당 가격이 5000원, 번역 업체를 이용하면 장당 1만 원 이상인데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도면 작성 재능 상품은 실측 후 오토캐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도면을 그려주는 것까지 5만 원의 가격이 설정돼 있다.

재능 상품을 올리는 이들은 전문가 수준이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재능 상품 웹사이트에는 게재자의 프로필도 상세히 나와 있어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전문 영역의 본업 외에 부업으로 자신의 재능 상품을 올리는 이가 많다. 이들 중 인기가 많은 재능 상품은 눈코 뜰 새 없이 주문이 밀려오기도 한다. 디자이너 정용희 씨는 ‘기업 이미지(CI) 및 브랜드 이미지(BI) 디자인’ 및 ‘브랜딩 로고 제작’ 두 가지 상품을 올렸는데 실력이 뛰어난 덕에 밀려오는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주문 접수를 멈춰 두기도 했다.

재능 오픈 마켓의 주 고객들은 소규모 벤처기업과 중상공업·중소기업·스타트업 등이다. 크몽 측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은 로고 및 사이트 제작, 디자인, 번역, SNS 홍보 등의 수요가 많다. 재능 상품은 시장이 커질수록 보다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 공유경제 서비스는 C2C를 넘어 B2B로 진화하며 단순히 개인 간 서비스 연결을 넘어 보다 전문적인 마켓이 구축되고 있다.”




재능 오픈 마켓에서의 공급과 수요는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크몽은 서비스 개설 당시인 2011년 분기별 거래가 491건에서 올해 2분기 9025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약 2년간 이제까지 성사된 누적 거래는 총 4만2636건에 달한다. 현재 국내 재능 오픈 마켓은 크몽이 거래 건수로는 가장 많으며 두포(www.dofor.co.kr)·브레인가이(www.brainguy.co.kr)·크레팡(www. crepang.com) 등 15개 정도가 생겨났다.


공유경제를 잘 실현한 모델
재능 오픈 마켓은 서비스 중개 매체로, 이미 해외에서는 활성화돼 있다. 2008년 하버드대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공유경제의 개념을 소개한 이후 재능 오픈 마켓은 공유경제를 가장 잘 실현한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해외의 대표 재능 오픈 마켓으로는 잘리(Zaarly)·파이버(Fiverr)·태스크래빗(Taskrabbit)·이랜스(Elance) 등이 있다. 잘리는 각 도시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다. 잘리는 지난해 48시간 동안 100만 달러의 거래를 발생시킬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파이버는 거래 건수가 2011년보다 600%나 성장하며 악셀파트너스로부터 1500만 달러, 페이스북·링크트인·스포티파이 등으로부터 총 2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태스크래빗은 지역 인력을 빠르게 채용해 빨래나 배달 등 간단한 업무를 대행하는 서비스 중개 사이트였다. 하지만 최근 웹디자인, 회계 같은 전문 업무의 서비스까지 확대됐다.

마지막으로 이랜스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신만의 시장을 만들고 회사나 고용주에게는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한 작업과 인력 관리를 가능하게 해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즉 온라인 프리랜서 채용 사이트로 160개국 30만 건의 사업자와 개인이 등록돼 있다.

공유경제 서비스는 C2C를 넘어 B2B로 진화하며 단순히 개인 간 서비스 연결을 넘어 보다 전문적인 마켓이 구축되고 있다. 창업자 및 중소기업에 전문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재능 오픈 마켓은 신뢰가 가장 중요한 가치이므로 재능 상품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자의 인증 정보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인터뷰



박현호 크몽 창립자·CEO
­­­국내 대표 재능 오픈 마켓 크몽을 설계한 박현호 최고경영자(CEO)는 프로그래머였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대학을 중퇴하고 일찍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개발하던 (주)라밤바, 게임 아이템 마켓을 개발하는 에프유비유한회사를 운영했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새로운 e비즈니스의 모델을 찾던 중 해외에서 시작된 재능 오픈 마켓에 주목했다. 한국에도 재능 오픈 마켓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것이란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2011년 해외의 파이버를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크몽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확신은 없었다. 작은 규모의 재능 오픈 마켓을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용자가 급격히 늘면서 불과 2년 만에 자신도 놀랄 정도로 큰 마켓으로 성장했다.

“크몽의 가치를 CEO인 저조차 과소평가했어요. 이제까지 크몽 외에도 여러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크몽의 성장세가 커 최근에서야 크몽에만 집중하게 됐어요.”

사업 초기에는 서비스 상품에 대해 검증이 안 된 경우가 있어 소비자가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 때문에

박 CEO는 크몽을 리뉴얼하면서 상품 제공자의 검증을 위해 자격증·학력·경력을 크몽 자체적인 인증제를 도입했다. 재능 상품 제공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재능 오픈 마켓은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크몽은 상품 제공자를 만나 인터뷰함으로써 콘텐츠를 만들어 웹 사이트에 소개하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그는 서비스 상품이 점점 다양화되면서 세무·법무 등 전문 영역의 상담까지도 재능 오픈 마켓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크몽의 인지도를 보다 높여 실력 있는 서비스 상품 제공자를 더 많이 영입하는 게 관건”이라며 “전 국민 누구나 쉽고 빠르게 재능을 사고파는 마켓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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