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꽃게랑·메로나·마요네즈·토익…‘우리가 해외서 제일 잘나가’

K팝 뛰어넘는 글로벌 한류 제품들

꽃게랑, 김대균 토익 수험서, 이투스 입시 학원, 블랙야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해외 인기 상품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해외에서 호평을 듣고 국내보다 더 매출을 올리는 제품이 적지 않다. 해외 곳곳에 숨은 ‘한류’를 찾았다.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 교육열이 한국 교육산업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만들었다. 한국 입시 대비 학원 ‘이투스’는 인도 교육시장에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 2011년 4월 개원 3개월 만에 학생 수 1000명을 넘은데 이어 월 평균 5000여 명의 학생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에서도 교육 서비스 분야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외국 기업으로 꼽힌다. 이투스는 ‘학원의 도시’라고 불리는 인도 북부 라자스탄 주의 코타시에 자리 잡았다. 코타시는 인도 전역에서 매년 10만 명이 몰리는 곳으로, 이들의 목표는 인도 최고 명문 인도공과대(IIT) 입학이다.

이투스는 기타 인도 학원들과 차별을 둬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바로 ‘한국식 단과반 도입’이다. 인도의 입시 학원은 종합반만 있으며 강사는 수백 명의 학생들을 모아 놓고 시간대별 강의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투스는 인도 최초로 한국식 단과반 운영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학원 운영 방식은 기존 종합 학원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또한 이투스는 인도 최초로 한국과 같이 강사진에게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본래 인도의 입시 학원은 학생이 강사를 선택할 수 없지만 이투스는 학생이 강사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강사진은 학생 수에 따라 기본급에 추가 수당을 받고 서로 경쟁하며 열성적으로 변화했다. 오준환 인도 뭄바이 무역관 사원은 “인도의 교육시장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 기관들이 부족한 상태다. 카스트제도 폐지 후 계급 간 격차가 사라진 현재 성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교육에 매진하고 있어 사교육비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메가스터디와 대성 등 기타 학원들은 이를 참고해 인도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토익(TOEIC) 수험서가 인기다. 과거 우리나라는 영어 교재와 학습지를 만들 때 거의 일본 원서를 번역해 사용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의 ‘교육 한류’는 그와 정반대 현상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실제 일본 신주쿠에 있는 대형 서점 기노쿠니야에는 토익 등 영어 학습서를 넘겨보는 직장인으로 북적인다. 이곳 영어 교재 코너에서 낯익은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토익 책, 스타 강사제 등 한국식 교육 선호
한국에서 출간된 토익 교재를 일본어로 번역한 학습서들이다. 국내 대표 스타 강사 중 한 명인 김대균 씨가 내놓은 토익 수험서는 일본에 최초로 소개된 한국 수험서다. 일본어판으로 출간된 토익 교재 15종이 총 30만 부 정도 팔리면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인기 비결은 토익 시험을 꼼꼼히 분석해 책을 만들어 실제 시험을 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두꺼운 책을 싫어하는 일본인의 성향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간추려 책을 편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대만·베트남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한국 교재 열풍은 국내 최대 영어 교육 전문 업체인 YBM도 한몫한다. 일본·중국·베트남·대만·태국·미국 등에 토익·토플 등 다양한 영어 학습서 410여 타이틀을 수출하고 있다. 일본 영어 검정 시험인 ‘에이켄(英檢)’ 시행업체로, 교과서 전문 출판사 오분샤 등 6곳에 서적 65종을 수출하는 것을 비롯해 중국 최대 외국어 교재 출판사인 베이징외국어대출판사, 대학 교재 분야에서 중국 내 1위 출판사인 인민대학출판사 등에도 200여 타이틀을 수출하고 있다. 매년 벌어들이는 저작권료만 51억 원에 달한다.

YBM의 계열사인 YBM시사닷컴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현재 일본에서는 2011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공교육이 시작됨에 따라 한국의 우수한 교육 콘텐츠 및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려는 ‘교육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YBM시사닷컴은 이 점에 착안해 적극적으로 규모를 넓혀 현재 렙톤 400여 개를 운영 중이다.

기술력과 마케팅으로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가른 업체도 있다. 국내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인 ‘블랙야크’는 국내 아웃도어 열풍을 중국으로 옮겨갔다. 중국 최고의 아웃도어 브랜드로 14년 동안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블랙야크는 지난해 중국 내 260개 매장을 운영하며 5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실 블랙야크는 1993년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가 철수하고 1998년 다시 베이징에 1호점을 냈다. 제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타국에서 자리 잡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활동이었다. 강태선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히말라야에서 온 아웃도어’ 이미지를 심는 것과 함께 만리장성 환경보호 운동 등 중국 내에서의 문화 활동을 꾸준히 진행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블랙야크는 중국인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변화했고 2003년 베이징에 블랙야크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 2015년 해외 매출 1조 원을 올리겠다는 블랙야크는 이 중 60% 이상을 중국에서 거둘 계획이다.

블랙야크의 성공 스토리는 국내 순수 기술력으로 최상의 품질을 생산하는 데서 비롯된다. 2005년 자체 연구소를 설립해 연간 총매출 중 7% 이상을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 그 결과물로 최고급 의류 제작 기술인 바느질 없는 무봉제 접합 기술 ‘웰딩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획득했다. 블랙야크는 올가을 독일 뮌헨 1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세계의 모자 시장은 ‘영안모자’가 휩쓸었다. 세계시장에서 모자 하나로 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영안모자는 국내보다 해외에 더 잘 알려진 기업이다. 1966년부터 영안모자의 고유 상표를 붙여 해외시장 판매에만 주력해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55개국에 수출, 판매하고 있는 영안모자는 국내 생산 공장뿐만 아니라 중국·스리랑카·방글라데시·코스타리카·캐나다·미국에 있는 해외 생산 공장을 합쳐 모두 31개 지점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활약이 돋보인다. ‘웨스턴 햇(카우보이 모자)’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용 야구 모자 시장까지 접수하며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 선수가 쓰는 LA다저스의 파란 모자 역시 영안모자가 만들었다. LA다저스의 파란 메이저리그 모자는 영안이 히트시킨 대표적 상품으로 뒤통수에 있던 사이즈 조절용 고리를 없애고 ‘맞춤형’ 모자 시대를 열었다. 이를 기반으로 영안모자는 미국 알칸소 본부를 중심으로 텍사스·캘리포니아 지점에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야구 모자 및 헌팅캡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본부를 중심으로 미국 내 7개 지점에서는 신사용 중절모 등 웨스턴 햇 7500여 종류의 제품을 공급하며 미국 내 햇 시장의 40% 정도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캐나다 스포츠 캡 시장의 65%, 밀라노에서는 카우보이 모자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영안모자의 성공 전략은 독특한 판매 기법이다. 현지 판매법인이 고객들을 만날 때 반드시 디자이너가 동행한다는 점이다. 고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는 품질 못지않게 디자인을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술력·마케팅으로 승부
반찬통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락앤락’은 중국 시장에서 고공 행진 중이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8.8% 증가한 72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락앤락의 전체 매출 5084억 원 중 중국 매출은 2605억 원으로 51%를 차지한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50%를 넘어선 셈이다. 최근 2분기 실적도 눈길을 끈다.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700억 원을 기록했다. 이것 역시 중국 유통망을 성공적으로 확보한 사례로 꼽힌다.

락앤락은 중국 내 영업 사원 1000명과 직영·가맹점, 도매 총판,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특판 등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정부의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주방 용품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영국·미국 등지에서 오토바이 헬멧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홍진HJC의 기술력도 세계가 알아준다.

먹을거리에 대한 ‘한류’ 열풍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글로벌 히트 상품의 레전드로 꼽히는 오리온 초코파이는 해외 매출이 국내를 넘어선 것은 벌써 7년도 넘었다. 중국·러시아·베트남 등지에서만 연간 20억 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다. 초코파이의 뒤를 이어 신한류 제품이 속속 떠오르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피로 해소제인 동아제약 ‘박카스’가 국민 에너지 음료로 꼽힌다. 2010년부터 캄보디아를 공략해 현재 캄보디아 에너지 음료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며 2011년 6월 기존 에너지 음료 시장의 1위였던 레드불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캄보디아에서는 국내에서처럼 병이 아닌 캔으로 판매되는데 지난해 6070만 캔을 판매해 17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캄보디아에서 인기를 끈 비결이 흥미롭다. 사실 한국에서 박카스를 1등 자양 강장 드링크로 만든 주역은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끈 50~60대들이다. 박카스는 “한번 잘 살아보자”며 이들을 격려하며 응원했다. 이러한 박카스의 힘이 현재 캄보디아에도 이어진 것이다.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의 1960년대와 사회 분위기가 비슷해 박카스의 피로 해소 콘셉트가 산업화 초기 샐러리맨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1960년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과감한 광고 전략으로 매출 상승을 이끌고 있다. 현지 유통을 맡은 캠골드사 속상낭 사장이 박카스를 알리기 위해 캄보디아 최초로 음료수 옥외 광고를 시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박카스는 미국·중국·필리핀·캐나다·몽골·캄보디아·일본·호주 등 28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대상국을 넓히고 있다.



식품 기업인 빙그레는 꽃게랑·메로나·바나나맛우유 등의 상품으로 세계 각지에 식품 ‘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꽃게랑’은 러시아에서 국민 식품으로 통한다. 현지 매출은 150억 원대로 국내의 두 배가 넘는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꽃게랑은 맥주 안주로 일반화돼 있다. 빙그레 꽃게랑의 러시아 수출은 구소련의 개혁 개방 노선 정책과 함께 첫발을 내디뎠다. 1991년 러시아 어선들이 부산항에 선박 수리 차 입항했다가 꽃게랑을 가지고 귀국한 것이 계기가 됐다. 본격적으로 오더를 받은 1992년부터 국내 수출 무역상을 통해 수출해 현재 러시아 스낵 시장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국민 식품’ 대접을 받는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라면으로 자리 잡았다. 그 덕분에 러시아 내 용기면 시장에서 60%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다. 지난해 3억 개가 팔렸는데 러시아 인구가 1억4000만 명이니 한 사람당 2개 이상을 먹은 셈이다. 해외시장에서의 선전과 달리 국내 판매 실적은 연간 50억 원에 불과하다.

인기 비결은 ‘현지화’에 있다. 1991년 러시아에 처음으로 수출되면서 치킨·버섯·새우 등 러시아인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맛을 출시했다. 면발이 빨리 퍼지는 경쟁사 제품들에 비해 원료를 고급화해 오랫동안 쫄깃한 면발을 맛볼 수 있도록 하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2005년 모스크바 인근에 생산라인을 운영하며 조금씩 신장세를 보인 도시락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판매가 증가해 지난해 러시아 현지 매출 1700억 원을 올렸다. 국내 매출의 40배 규모다. 또 올해 국내 라면 시장의 핫이슈가 ‘모디슈머(Modify+Consumer)’인 것처럼 이미 러시아에서는 ‘도시락’에 햄·마요네즈·빵을 넣어 함께 먹는 조리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팔도는 이 점에 착안, 마요네즈 소스가 함께 들어 있는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낵·라면 등 ‘국민 식품’ 대접받아
러시아인들이 라면에 ‘마요네즈’를 넣어 먹는 점을 유심히 살펴보면 또 하나의 한국 제품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오뚜기 마요네즈’다. 라면이나 과자 못지않게 러시아에서 발군이다. 국내 매출의 절반인 500억 원 정도가 현지에서 팔려 나가고 있다. 점유율도 70% 정도로 단연 으뜸이다. 1996년 오뚜기 골드 마요네즈의 맛을 본 러시아 상인들이 사가면서 수출이 시작됐다. 러시아인들은 기름기 있는 음식을 선호해 마요네즈를 좋아한다. 러시아 소비자들은 마요네즈를 육류 및 과자, 빵을 찍어 먹는 소스로 애용하고 있으며 라면에도 넣어 먹는다. 오뚜기 마요네즈는 러시아 외에도 미국과 몽골 등 전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된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중국 시장에서 힘을 쓴다. 2008년부터 바나나맛우유 수출이 시작된 중국은 현재 빙그레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지난해 매출액 100억 원을 넘겼다. 빙그레는 중국 수출용 바나나맛우유 생산량을 늘리고 중국 현지 유통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산둥성 칭다오를 거점으로 상하이·베이징·다롄 등 네 곳에 판매망을 갖춘 빙그레는 편의점뿐만 아니라 백화점, 대형 마트 등의 신규 유통 채널에도 진출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빙그레 ‘메로나’가 대표 아이스크림으로 통한다. 지난해 매출만 230억 원에 달한다. 이런 메로나의 인기 때문에 브라질 국영 TV EBC가 메로나의 맛과 인기 비결을 취재하기도 했다. 빙그레는 메로나의 글로벌화를 위해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멜론 맛 외에 딸기·바나나·망고·와플 등 다양한 맛을 개발해 1995년 미국 하와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후 현재 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밖에 농심의 ‘신라면’이 매운맛으로 세계인을 울리는 글로벌 라면으로 주목 받는다. 신라면 고유의 맛과 브랜드를 그대로 고수하며 일본·중국·미국·유럽은 물론 그동안 수출 실적이 없던 이슬람 국가 등 세계 방방곡곡에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융프라우·히말라야와 지구 최남단인 푼타아레나스 등 의외의 장소에서도 신라면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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