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선진 3국에 투자하라…브릭스‘요주의’

설문 결과 분석

국내 투자자의 중국 사랑은 유별나다.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다. 해외 펀드 자금 24조 원 중 절반이 중국 펀드에 몰려 있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 수치는 또 한 번 가파르게 치솟는다. 전체 해외 펀드 투자액 중 신흥국 비중이 무려 87.8%다. 선진국 펀드는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다. 한경비즈니스가 금융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펀드 유망 투자처 설문 결과는 이런 편중 현상에 강력한 경고음을 발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향후 1년간 투자를 피해야 할 4번째 지역으로 꼽았다. 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로 불려 온 인도·브라질·러시아가 투자 회피 국가 1~3위에 올랐다. 반면 북미·유럽·일본 등 선진국이 최고의 투자처 상위권에 나란히 포진했다.


중국, 향후 3년 전망에선 순위 상승
이번 설문은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펀드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펀드 애널리스트가 따로 없는 곳은 리서치센터나 상품개발 부서, 투자컨설팅 부서에서 이와 유사한 업무를 맡은 담당자가 응답했다. 설문 항목은 향후 1년 투자 유망 지역, 향후 3년 투자 유망 지역, 투자 회피 지역, 기대 수익률, 아베노믹스 전망, 양적 완화 축소 시기, 브릭스 시대 종말론, 유럽 회복 시기 등 8개였다. 투자 유망 지역과 투자 회피 지역은 북미, 일본, 유럽, 중국, 러시아, 동남아, 인도, 브라질,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글로벌 신흥국, 유럽 신흥국, 아시아 신흥국, 남미 신흥국, 프런티어 마켓(증시 규모가 작고 역사가 짧은 차기 신흥 시장) 등 14개 지역 중 우선순위에 따라 5개를 답하도록 한 후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했다.






북미가 향후 1년간 투자 유망 지역 1위(27.5%)를 차지했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우려로 요동치고 있다. 미국이 돈줄을 죌 가능성만으로도 신흥 시장에 흘러들었던 선진국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자체로 보면 긴급 경기 부양 카드로 빼들었던 양적 완화 종료는 긍정적인 신호다. 부동산 시장 붕괴로 시작된 경제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북미에 이어 유럽이 24.0%, 일본이 11.2%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유럽은 가망이 없는 지역으로 꼽혔다. 유럽연합(EU)을 분열 위기로 몰아넣은 재정 위기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최근 공개된 2분기 경제성장률이다. EU와 유로존(유로화는 쓰는 EU 17개국) 모두 18개월 만에 처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 덕분에 유럽 펀드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8월 14~21일 1주일간 211억 원어치가 국내 유럽 펀드에 유입됐다. 14개 지역 중 가장 많은 돈이 몰렸다.


인도·브라질, 투자 기피 대상 1·2위
일본의 극적 부활은 유럽보다 한 수 위다. 작년 말 정권을 쥔 아베 신조 총리가 ‘아베노믹스’의 기치를 내걸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강력한 엔저 드라이브와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은 일본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닛케이지수를 한껏 끌어올렸다. 출범 이후 6개월 만에 주가가 61% 급등했다. 국내에서도 해외 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에 일본 펀드가 일제히 포진해 있다.



투자 유망 지역 4위는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8.4%)이 올랐다. 중국과 유럽 신흥국이 각각 5.9%로 뒤를 이었다. 이어 아시아 신흥국(5.2%), 동남아(4.1%), 프런티어 마켓(3.5%), 글로벌 신흥국(2.0%), 남미 신흥국(1.5%)순이었다.


German Chancellor Angela Merkel stand behind a window with a reflection of the European flag as she waits for the arrival of King Willem-Alexander of the Netherlands and Queen Maxima of the Netherlands, unseen, for a meeting at the chancellery in Berlin, Monday, June 3, 2013. (AP Photo/Markus Schreiber)

예측 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약간 다른 결과가 나온다. 향후 3년간 가장 유망한 투자처 1~2위는 북미(22.1%)와 유럽(20.9%) 으로 큰 변동이 없다. 흥미로운 것은 1년 전망에서 하위권에 머무르던 중국이 15.7%의 지지를 얻어 3위로 올라섰다는 점이다.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위험 요인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유망 투자 대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일본은 8위(4.3%)로 순위가 급락했다. 중국과 정반대다. 일본 금융시장의 강세가 실물경제의 회복으로 순조롭게 이어질지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셈이다.

기타 순위는 1년 투자 유망 지역과 큰 차이가 없다. 아시아태평양이 9.0%로 4위, 아시아 신흥국이 6.5%로 5위에 올랐다. 이어 유럽 신흥국(5.8%), 동남아(5.4%), 일본(4.3%), 프런티어 마켓(4.3%), 남미 신흥국(2.4%), 글로벌 신흥국(2.2%)순이었다. 1년 투자 유망 지역에서는 한 표도 얻지 못한 인도와 브라질이 0.7%와 0.4%로 12~13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People protest the increase in bus and subway fares in Rio de Janeiro, Thursday, Brazil, June 13, 2013. Thousands of protesters are taking to the streets in Brazil's two biggest cities, protesting against 10-cent hikes in bus and subway fares. (AP Photo/Silvia Izquierdo)

향후 1년간 투자를 피해야 할 지역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6.4%가 인도를 지목했다. 브릭스의 한 축이었던 인도는 현재 경제 위기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대부분의 신흥국이 재정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5.6%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데다 서민 생계를 명목으로 방만한 보조금 제도를 운영해 왔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2010년 11월 달러당 43루피였던 환율은 62루피까지 치솟았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유사한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YONHAP PHOTO-0044> An employee of GSA Austria (Money Service Austria) holds a wad of 500 euro banknotes at the company's headquarters in Vienna July 22, 2013. The GSA delivers new and collects old currency for the Austrian National Bank. REUTERS/Leonhard Foeger (AUSTRIA - Tags: POLITICS BUSINESS)/2013-07-23 00:40:37/ <????沅??? ?? 1980-2013 ???고?⑸?댁?? 臾대? ??? ?щ같? 湲?吏?.>

투자 회피 지역 2위인 브라질(20.8%)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브라질은 지난해 성장률이 1%에 그친 데 이어 올해도 2%를 넘기 힘든 실정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상수지 적자도 골칫거리다. 브라질은 그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외국인 투자 유치로 채워 왔다. 브라질 헤알화 역시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epa03686420 The German stock market index DAX shows the closing mark at more than 8,000 points at the stock exchange in Frankfurt Main, Germany, 03 May 2013. The DAX reached the highest point in its history at 8,122.29 points. Never before has the DAX closed at such a high mark at the end of the trading a day after the European Central Bank lowered interest rates. EPA/BORIS ROESSLER

성장률이 6분기 연속 하락하고 증시도 약세인 러시아(15.7%)가 투자 회피 지역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을 끄는 것은 4위에 오른 중국(12.5%)이다. 중국은 올 들어 경제성장률이 7%대로 떨어지면서 세계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부진은 중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중국에 원자재와 상품을 수출해 온 많은 나라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중국이 2년 내 경착륙을 경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중국 경제 낙관론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이번 설문에서 중국이 향후 3년 투자 유망 지역 3위에 오른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브릭스 시대 끝났다 44.5%
중국에 이어 남미 신흥국(8.3%)과 동남아(6.9%), 일본(3.7%), 유럽 신흥국(2.8%) 등도 투자에 신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응답자들은 해외 펀드의 적정 기대 수익률을 연 5~10%(58.3%)라고 제시했다. 현재 14개 해외 펀드 지역 중 1년 수익률이 5% 이상인 곳은 일본(37.18%), 프런티어 마켓(31.01%), 북미(18.32%), 유럽(17.56%), 중국(8.74%), 동남아(8.67%) 등 6개다. 브라질(-20.07%), 남미 신흥국(-11. 79%), 인도(-10.75%), 글로벌 신흥국(-8.51%), 아시아 신흥국(0.72%), 러시아(1. 98%),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3.34%), 유럽 신흥국(3.75%)은 이 기준을 밑돈다. 기대 수익률을 10~15%(30.6%), 15~20% (5.6%), 1~5%(5.6%)로 본 전문가도 있다.


FILE - In this July 22, 2013 file photo, Japanese Prime Minister Shinzo Abe, president of the Liberal Democratic Party, points a reporter during a press conference in Tokyo. Japan's industrial output fell in June for the first time in five months, the government said Tuesday, July 30, 2013 as it released data highlighting the fragility of the recovery in the world's No. 3 economy. Abe has claimed progress with his "Abenomics" strategy of fighting deflation with aggressive monetary easing and strong government spending. But he has indicated he may consider amending the plan for a 3 percent increase, to 8 percent, next April. (AP Photo/Koji Sasahara, File)

일본 아베노믹스의 성공 가능성에는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응답자의 44.4%가 아베노믹스가 대체로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패할 것이라는 의견은 16.7%에 불과했다. 중립 의견도 38.9%나 돼 유보적인 입장도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베노미스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설문 결과는 향후 3년 투자 유망 지역으로 일본을 꼽은 전문가가 4.3%에 불과했던 것과는 다소 상충된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시기는 올 하반기(61.1%)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아직 양적 완화 축소 계획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 양적 완화 축소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모든 위원들이 올해 말 양적 완화 축소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언제부터 어떤 규모로 실행에 들어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공식 발표와 무관하게 세계 금융시장은 이미 대혼란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 있다.



브릭스 시대가 끝났느냐는 물음에는 찬반 의견이 맞섰다. 전문가 38.9%가 브릭스 종말론에 ‘대체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 의견 5.6%를 포함하면 44.5%다. 반면 ‘대체로 동의 안 함(27.8%)’과 ‘동의 안 함(2.8%)’을 합치면 30.6%다. 브릭스는 2001년 골드만삭스가 만들어 낸 신조어다. 인구가 많고 자원이 풍부한 브라질·인도·러시아·중국이 향후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을 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선진국들이 침체에 빠지면서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도드라졌다. 그러나 최근 브릭스의 고속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부사장은 “지난 10년간 해외 투자는 단순히 인구가 많거나 인구 증가율이 높은 국가, 또는 자원이 많은 나라에 집중됐다”며 “이제는 투자 대상 국가의 전체적인 시스템의 선진성 여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등 브릭스가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진단이다.


In this Friday, June 28, 2013, photo, Trader Timothy Nick, right, works on the floor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Asian stock markets floundered Friday July 26, 2013 as China pressed ahead with industrial restructuring that is partly to blame for slowing growth in the world's No. 2 economy. (AP Photo/Richard Drew)

유럽 경제의 회복 시기는 ‘내년 상반기(36.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올 하반기’와 ‘내년 하반기’로 전망한 의견이 각각 30.6%로 그 뒤를 이었다. ‘2015년 이후’라는 응답도 2.8%였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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