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세이] 한국에서 ‘린 인(Lean In)’이란

샌드버그는 저서 ‘린 인’에서 여성의 리더십 획득 과정이 정체돼 있는 이유와 배경을 설명한다. 그리고 여성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최 근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가 발간한 ‘린 인(Lean In)’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필자는 그녀가 저서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많은 부분에 대해 공감한다. 하지만 지난 7월 10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리닝 인(leaning in)’은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이라고 언급한 또 한 명의 여성 리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의 의견에도 상당 부분 동의한다.

샌드버그는 그녀의 저서 ‘린 인’에서 여성의 리더십 획득 과정이 정체돼 있는 이유와 배경을 설명한다. 그리고 여성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많은 독자들은 샌드버그가 말하는 여성이 직장에서 요구 사항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법, 직장 생활에 적합한 공격성에 대한 그녀의 관점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한국에서 지내며 그 문화와 역사가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알게 된 필자가 보기에 한국 여성들이 그와 동일한 ‘린 인’ 원칙을 받아들이고 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지에 실린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재능(Untapped Talent)’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 고위 간부나 임원급 여성들의 비율에서 10개국 중 9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해당 기사에서는 “일본이나 한국 모두 부유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 국가에서 여성이 임원 자리에 오를 확률은 남성들이 차 한잔을 서빙할 확률과 거의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여성들은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구조화돼 있는 것이다. 직장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처한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직장인가 가정인가, 한국에서는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

만약 더 많은 여성들이 이 글에 ‘의지(lean in)’한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한국 워킹맘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까. 몇몇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에게는 아마도 그렇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조 장관이 서양과 동양(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의 직장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샌드버그와 다른 의견을 피력한 것이 아닐까 한다. 한국의 여성 임원이 그녀의 성공적인 직장 생활, 맹목적인 엄마 역할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는 남편과 함께 오후 5시 30분에 사무실을 떠날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린 인’ 원칙이 그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여성들은 매우 험난한 싸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더 많은 여성들이 고위직에 오르고 가정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보다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때’가 무르익어야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한 권의 책으로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한국 여성의 새로운 역할을 단순히 가정의 관리인 (caretaker)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관리인으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이 정부의 지원 하에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인식되고 지원될 때 ‘린 인’ 그 이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마가렛 키 버슨-마스텔러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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