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의 대표적인 다국적기업 애플이 역외 탈세 의혹을 받았다. 미국 세금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편법으로 90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 납부를 회피했다는 것이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우리는 내야 할 모든 세금을 다 냈다”면서 “단 1달러도 회피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 둔 현금을 미국으로 가지고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과 복잡한 법인세 체계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쿡 CEO는 또한 “미국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돕고 국내 투자를 늘리고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인세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글과 스타벅스 등 내로라하는 다국적기업들도 줄줄이 탈세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법인세 절감 위해 본사 옮기는 미국 기업들
8월 들어서는 미국 기업들이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유럽으로 본사를 옮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유럽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한 후 아예 본사를 유럽으로 이전함으로써 세금 절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제약 회사 페리고는 아일랜드의 바이오테크 회사인 엘란을 인수하면서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때 페리고는 유효 법인세율이 30%에서 17%로 낮아지면서 연간 1억1800만 달러의 세금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프랑스의 퍼블리시스와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의 광고 회사가 된 미국의 옴니콤은 본사를 제3국인 네덜란드에 둠으로써 연간 8000만 달러의 세금을 절감할 계획이다.
낮은 세금을 찾아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기업이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 3월 영국은 법인세율을 24%에서 23%로 낮추는 동시에 2015년 4월까지 20%로 점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허로 발생하는 수입에 대한 법인세율은 10%로 인하했다. 이후 독일과 일본 기업들의 영국 특허 등록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계법인 언스트&영은 지난 7월 미국·네덜란드·스위스·아일랜드 등에 본사를 두고 있는 40여 개 다국적기업들이 영국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쯤에서 따지기 어려운 각국 법인세 체계의 단순 또는 복잡함은 차치하고 각국의 최고 법인세율을 비교해 보자. 주요국 중에서는 미국이 35.0%로 가장 높고 프랑스가 34.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일본은 작년에 한 번 인하해 법인세율이 28.05%이지만 최근 아베 신조 총리가 20%대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네덜란드는 25%이고 아일랜드는 12.5%로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최고 법인세율(과세표준 200억 원 초과)은 현재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4%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 세수 비중은 2010년 3.5%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9%보다 높은 상황이다. 독일(1.5%)·프랑스(2.1%)·미국(2.7%)·일본(3.2%) 등 주요 선진국들은 대부분이 우리보다 낮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인세 과표 구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반면 민주당은 법인세율을 최고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 한 번 떠난 기업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기는 어렵다. 철새 기업은 진짜 철새가 날씨와 환경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달리 한 번 자리를 바꾸면 텃새가 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hanwha.com
법인세 절감 위해 본사 옮기는 미국 기업들
8월 들어서는 미국 기업들이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유럽으로 본사를 옮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유럽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한 후 아예 본사를 유럽으로 이전함으로써 세금 절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제약 회사 페리고는 아일랜드의 바이오테크 회사인 엘란을 인수하면서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때 페리고는 유효 법인세율이 30%에서 17%로 낮아지면서 연간 1억1800만 달러의 세금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프랑스의 퍼블리시스와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의 광고 회사가 된 미국의 옴니콤은 본사를 제3국인 네덜란드에 둠으로써 연간 8000만 달러의 세금을 절감할 계획이다.
낮은 세금을 찾아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기업이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 3월 영국은 법인세율을 24%에서 23%로 낮추는 동시에 2015년 4월까지 20%로 점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허로 발생하는 수입에 대한 법인세율은 10%로 인하했다. 이후 독일과 일본 기업들의 영국 특허 등록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계법인 언스트&영은 지난 7월 미국·네덜란드·스위스·아일랜드 등에 본사를 두고 있는 40여 개 다국적기업들이 영국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쯤에서 따지기 어려운 각국 법인세 체계의 단순 또는 복잡함은 차치하고 각국의 최고 법인세율을 비교해 보자. 주요국 중에서는 미국이 35.0%로 가장 높고 프랑스가 34.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일본은 작년에 한 번 인하해 법인세율이 28.05%이지만 최근 아베 신조 총리가 20%대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네덜란드는 25%이고 아일랜드는 12.5%로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최고 법인세율(과세표준 200억 원 초과)은 현재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4%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 세수 비중은 2010년 3.5%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9%보다 높은 상황이다. 독일(1.5%)·프랑스(2.1%)·미국(2.7%)·일본(3.2%) 등 주요 선진국들은 대부분이 우리보다 낮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인세 과표 구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반면 민주당은 법인세율을 최고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 한 번 떠난 기업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기는 어렵다. 철새 기업은 진짜 철새가 날씨와 환경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달리 한 번 자리를 바꾸면 텃새가 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ha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