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화장품 新강자로 우뚝 선 코스맥스, 비결은?

R&D 세계 정상급…중국서 폭발적 성장

국내 화장품 시장에 ‘얼굴 없는 강자’가 있다. 자체 브랜드 없이 최근 7년간 연평균 20% 성장하고 있는 코스맥스가 주인공이다. 코스맥스가 만든 화장품은 국내 200여 개 업체들의 브랜드로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억3000만 개의 제품을 생산해 국내 여성 화장 인구를 1500만 명으로 잡고 단순 계산하면 국민 1명이 최소 8~9개의 코스맥스 제품을 쓰고 있는 셈이다. 실적도 뛰어나다. 올 2분기 1073억 원의 매출과 11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3%, 24% 성장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업종 내 군계일학의 실적(한국투자증권)’, ‘경쟁 없는 성장(삼성증권)’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주가는 올 들어 21.2%나 올라 화장품주 중 가장 두드러지게 약진했다.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B2B 업체가 국내 화장품 업계의 신(新)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코스맥스는 OEM·ODM 업체로 분류된다. OEM은 잘 알려진 것처럼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이다. ODM(original Development & Design manufacturing)은 자체 연구·개발한 신제품을 고객사에 제안, 판매하는 비즈니스 방식이다. 코스맥스는 100% B2B 비즈니스를 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비롯해 에이블씨앤씨·소망화장품 등 국내외 200여 개 화장품 업체가 주요 고객사다.

미샤·토니모리 등의 원 브랜드 숍 성장과 비례해 최근 7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올 들어 원 브랜드 숍 과점화 현상과 출혈경쟁, 시장 성장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생산 업체인 코스맥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들만의 성공 노하우가 궁금해진다.


직원 30%가 연구직
먼저 화장품 OEM·ODM 시장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원 브랜드 숍 팽창과 함께 생산과 유통이 분리된 모습이다. OEM·ODM 업체가 제품을 만들면 브랜드 업체가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식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 동력이었던 원 브랜드 숍은 99.9% ODM 제품을 사용한다. 이화영 리딩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이 치열한 브랜드 숍들이 차별성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로 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제품 출시가 중요하고 이 때문에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ODM 업체 의존도가 향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OEM·ODM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ODM 업체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통 업체가 마케팅 싸움이라면 생산 업체는 기술력이 핵심이다. 코스맥스가 고속 성장해 온 것도 R&D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경영 역량을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코스맥스의 기업 이념도 ‘연구하는 기업’이다. 코스맥스의 판교 R&I센터에는 스킨케어·메이크업·한방바이오·해외·디자인R&I 등 각 분야별 전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코스맥스의 R&D 인력은 130명으로 전체 정규직 직원의 30%에 이른다. 해마다 기술 개발비로 매출의 4~5%대를 꾸준히 투자하며 매달 300여 개의 신제품을 만들고 있다.

실제 코스맥스가 올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한 데는 신제품 효과 덕분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특징은 유행에 민감하고 쏠림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진동 파운데이션’이 히트를 쳤다면 올해에는 ‘CC크림’이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는데, 이 CC크림의 제형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개발해 선보인 곳이 바로 코스맥스다. 한 브랜드 숍에서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자 여러 업체들이 코스맥스에 주문하면서 브랜드 숍 CC크림의 약 70%를 코스맥스가 생산하게 됐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끊임없이 신제품을 원하는 시장의 요구에 한 발 앞서 개발해 선보인 코스맥스가 수혜를 본 것이다.





“ 2004년 상하이에 코스맥스 상하이를 설립하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흑자를 내기 시작해 최근 5년간 연평균 50%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



21년간 ‘한 우물 전략’을 고수한 것도 코스맥스의 성공 노하우다. 코스맥스는 한국콜마가 매출의 30%를 제약에서 내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화장품 한 분야에 집중하는 성장 전략을 펼쳤다. 그것도 화장품 ODM에 집중했다. 코스맥스의 전체 생산 제품 중 95%가 자체 개발한 ODM 제품이다.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는 많지만 세계적인 ODM 업체는 적을 뿐더러 대부분이 비상장사다. 김혜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맥스는 한 분야에 특화돼 성장한 유일한 회사”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코스맥스를 세계 화장품 ODM 업체 중 5위 정도로 보고 있다.
고객 맞춤형 대응에 적극 나선 것도 눈에 띈다. 기존에는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 그에 맞게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스맥스는 개발 노하우가 쌓이면서 점차 업체들을 먼저 만나 제안하는 영업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고객 저변 확대를 꾀한 것이다. 히트 상품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제형과 브랜드 콘셉트까지 만들어 제안한다. 한마디로 브랜드만 없을 뿐 시장조사부터 R&D·기획·디자인·생산·마케팅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모아 고객사에 제공한다.

또한 같은 제품군이라도 고객 요구에 따라 맞춤형 개발 연구를 통해 원료나 배합 방식을 달리하는 한편 납기일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창업주이자 오너인 이경수 회장은 평소 ‘유연한 대처’를 강조한다. 유독 숫자 3을 좋아하는 이 회장은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습니다’를 3가지 해야 할 말로, ‘아닙니다. 안됩니다. 모릅니다’를 3가지 하지 말아야 할 말로 정하고 직원들에게 자주 외치도록 한다고 전해진다.


중국 법인 고객 80~90%는 현지 업체
세계 일류 브랜드와 ‘함께 가기 전략’도 코스맥스 성장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됐다. 국내 고객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코스맥스의 명품화를 꾀한 것이다. 연구·생산·마케팅 등 전 분야에 걸쳐 세계의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과 발맞춰 동참한다는 성장 전략으로 실제 로레알그룹을 통해 이를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었다. 세계 최대 화장품 그룹인 로레알 본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젤 아이라이너’ 등이 전 세계 3000만 개나 팔리면서 이후 존슨앤드존슨·메리케이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알아서 찾아오게 됐다.

이를 통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미국 등 전 세계에 화장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고 글로벌 수준 인증을 확보하는 등 전체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코스맥스 성장 비전인 ‘글로벌화를 통한 세계시장 공략’에 한 발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이 로레알그룹 장 폴 회장과 친분을 다지는 등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코스맥스는 올해 상반기 로레알그룹 인도네시아 공장과 미국 공장을 인수했다. 로레알그룹으로의 제품 공급 확대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미국 현지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코스맥스의 여러 성장 전략 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선제적 중국 진출이다. 이 회장은 2000년 초반 중국을 방문한 후 화장품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 최경 사장을 급파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04년 상하이에 코스맥스 상하이를 설립하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흑자를 내기 시작해 최근 5년간 연평균 50%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 내고 있다. 코스맥스의 중국 현지화 전략은 ‘현지 화장품 산업과 동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스맥스 차이나의 매출 중 80~90%는 중국 현지 업체들이다. 늘어나는 주문에 따라 최근 상하이에 이어 광저우에 제2공장을 완공했는데, 향후 동쪽과 서쪽 지역에 두 개의 공장을 더 지어 동서남북을 잇는 중국 최고 화장품 ODM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회사 측은 4~5년 내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활약할 것이다. 중국을 넘어 코스맥스인도네시아 공장을 통해 아세안 시장 진출이 본격화됐고 향후 3~4년 후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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