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LG그룹 ‘알짜’비상장 주력 3사가 부진한 까닭

업황 악화에 휘청…‘ 경제 민주화 ’도 발목

한때 ‘알짜’로 주목받던 LG그룹 비상장 계열사들이 최근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비틀대고 있다. 이는 LG전자·LG화학 등 LG그룹을 이끄는 ‘쌍두마차’의 실적이 지난 1분기 바닥을 치고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라 더욱 눈길이 간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3.22

LG그룹 비상장 계열사 중 가장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LG실트론이다. LG실트론은 2~3년 전만 해도 LG그룹의 대표적 비상장 ‘알짜 회사’로 거론됐다. LG실트론은 2010년 기준 매출액은 1027억 원, 영업이익 147억 원, 순이익 108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보고펀드·KTB PE 등 ‘투자 귀재’로 손꼽히는 대형 사모 펀드가 이 회사의 지분을 무려 49%나 매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 회사의 실적은 나날이 추락했다. 2011년 1152억 원까지 소폭 올랐던 매출액은 2012년 1068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매출은 가까스로 1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더욱 좋지 않다. 2011년 영업이익은 135억 원으로 줄었고 2012년은 다시 그 반 토막인 67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에는 25억 원 적자로 상반기에만 30억~35억 원 정도의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이변이 없는 한 이 회사의 올 한 해 실적은 적자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LG실트론, 영업이익 적자 전환
LG실트론이 ‘저공 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올 1분기까지 이어진 글로벌 반도체 경기 악화 때문이다. LG실트론의 주력 사업은 ‘웨이퍼’를 만드는 것이다. 웨이퍼는 실리콘 등을 원료로 해 만든 얇은 판이다. 웨이퍼는 반도체·태양광 모듈·발광다이오드(LED)를 만드는 핵심 중간 재료다.

LG실트론은 기존의 반도체 웨이퍼 사업에서 얻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때 큰 주목을 받던 ‘태양광 웨이퍼’ 사업에도 야심차게 진출했다. 그러나 태양광 사업의 사업성은 최근 말 그대로 ‘바닥’이다. 특히 웨이퍼는 진입 장벽이 낮아 중국 업체들의 저가 제품이 쏟아지는 상태다. 결국 매출의 10%나 차지하는 태양광 웨이퍼 사업은 LG실트론 실적 부진의 주범이 됐다.

이에 따라 LG실트론은 태양광 사업을 지난 5월 22일 완전히 정리하고 말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웨이퍼든 반도체 웨이퍼든 기본 원리는 비슷하기 때문에 사업 자체에는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다만 태양광 웨이퍼 생산 라인을 반도체 웨이퍼 생산 라인으로 돌릴지 아니면 폐쇄 혹은 매각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먼저 태양광 웨이퍼 생산 라인을 반도체 웨이퍼 생산 라인으로 돌리는 것은 자칫 과잉생산이 될 수 있다. LG실트론의 주거래 대상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2분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경기 상승의 대표적 수혜주다. 이것만 생각하면 여기에 납품하는 LG실트론도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올해 3조 원 정도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미 1조5000억 원 정도의 투자를 마쳤다. 상반기를 적자로 마감한 LG실트론으로서는 하반기에도 큰 비전이 없다는 뜻이다.

또 태양광 생산 라인을 폐쇄하는 것도 부담이다. 기존의 시설 투자를 고스란히 공중에 날리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생산 라인을 매각하는 것인데 이를 사들일 주체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LG실트론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웨이퍼가 LED 조명에도 쓰인다는 것이다. LED 산업은 앞으로 급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이다. 내년부터 국내에서 백열등의 제조·수입이 금지됨에 따라 기존의 백열등이 LED 조명으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LG실트론은 ‘태양광 웨이퍼’ 사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나머지 ‘반도체 웨이퍼’ 사업과 LED 조명 생산에 쓰이는 ‘사파이어 웨이퍼’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브원·LG CNS도 ‘거북이걸음’
LG실트론이 반도체 및 태양광 산업의 업황 악화에 직격탄을 맞았다면 LG서브원은 이른바 ‘경제 민주화 정책’의 덫에 걸렸다. LG서브원은 국내 최대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MRO) 업체다. 당연 LG서브원의 가장 큰 구매 고객은 LG그룹이다.

문제는 이미 2011년 대기업 계열 MRO 업체가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의 장애물로 지적되면서 성장이 정체된 상태란 것이다. 이미 삼성그룹의 아이마켓코리아(IMK)는 지분이 인터파크로 넘어가면서 주인이 달라졌다. SK그룹의 MRO코리아는 아예 회사 이름을 행복나래로 바꾸고 사회적 기업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2012년 동반성장위원회는 MRO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내부 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MRO사는 계열사 외에 매출 규모 3000억 원 이상인 중견기업을 대상으로만 영업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LG서브원의 매출액은 2011년 4조6030억 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1850억 원, 순이익은 1160억 원이었다. 그러나 2012년 MRO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시작되면서 모든 경영 지표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12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4조3790억 원, 영업이익은 1730억 원, 순이익은 1140억 원으로 떨어졌다.

LG서브원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530억 원, 영업이익 290억 원, 순이익 2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를 한 해 실적으로 보면 작년 수준이거나 잘해야 소폭 상승 정도에 머무를 것이라는 뜻이다. 박중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기업 MRO 사업은 앞으로 확장이 어려워 LG서브원 역시 매출 성장이 향후 연간 1~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 CNS 역시 뒷걸음질하는 실적이 고민이다. LG CNS가 8월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액은 7148억 원, 영업이익은 34억 원으로 집계돼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43.3%나 줄어들었다. 2013년 상반기로 따져보면 매출은 1조2465억 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세를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마이너스 118억 원이나 기록한 결과를 냈다.

LG CNS의 부진은 LG실트론과 LG서브원에 비해 보다 복합적이다. LG CNS는 삼성SDS, SK C&C와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 계열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이다. 현재 국내 IT 서비스 시장은 성장이 더디다. 지난해 말 IDC가 발표한 2012~2016년 한국 IT 서비스 시장 전망을 보면 성장세가 크게 꺾여 향후 5년간 연평균 3.6%의 성장이 예상된다.

당연히 LG CNS는 매출도 뚜렷하게 둔화됐다. 2011년(연결 기준 매출액 3조1912억 원) 13.7%에 달했던 성장률이 지난해(3조2496억 원)엔 1.83%를 기록했다. 2010년 성장률은 11%였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소속된 IT 서비스 업체는 더 어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공공 IT 시장에 진입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공공 IT 시장의 신규 진출이 불가능해지면서 금융 IT 시장의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률 하락이 예상된다는 의미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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