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해외 진출에 ‘올인’하는 삼성물산  “경기 침체 물렀거라”…해외서 대박 행진

장기간 국내외 건설업 침체를 경험하면서 한국 건설 업체들은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국내 공공 발주 물량의 급감과 해외 정유화학 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경쟁 심화, 수익성 문제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 건설업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변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체들은 단순한 건설(Construction)을 넘어 엔지니어링(Engineering)과 조달(Procurement)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고 나아가 사전 타당성 검토(FS)에서 관리 운영(O&M)까지 밸류 체인을 확장하는 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중동과 동남아 등에 편중된 시장을 다각화하려는 노력도 기울인다.

이 같은 건설업의 변화와 혁신 노력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삼성물산이다. 2009년 삼성물산의 연간 해외 수주는 15억7000만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분야에 치중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었지만 정연주 부회장 취임 이후 ‘글로벌 초일류 건설 회사’라는 비전에 따라 규모를 확대해 왔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말 총 19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메트로(Riyadh Metro)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올해 8월 현재 기준 총 해외 수주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건설사가 7월까지 수주한 전체 해외 수주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삼성물산은 영국 머시 게이트웨이(Mersey gateway) 프로젝트, 터키 키리칼레 민자 발전, 터키 가즈엔텝 헬스 케어 등에서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계약은 올해 안에 대부분이 진행될 예정으로 연간 최고 해외 수주 기록을 새롭게 경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불과 3년 6개월 만에 삼성물산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면모를 확고히 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정연주 부회장 해외 진출 강력 추진



2010년 부임한 정연주 부회장은 국내에 편중된 포트폴리오와 단순 시공 중심의 사업 구조로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단순 시공에서 EPC(설계·조달·시공)·FS·O&M까지 밸류 체인 확장에 힘썼다.

여기에 건설 상품 간, 건설 외 분야 등의 통합과 융합을 통해 마이닝 패키지, 헬스 케어, 도시 개발 등의 신성장 동력 육성에도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지속적인 기술과 소프트 역량 확보에도 매진했다. 발전 설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발전 설계 전문 업체인 S&L사와 기술제휴했고 올해에는 영국의 권위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전문 설계 업체인 웨소를 인수하기도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올 들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다양한 상품과 분야의 융합을 통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 삼성물산은 자원 개발과 연계된 인프라 패키지 수주, 병원의 기획에서 시공·운영까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헬스 케어 등에서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초 56억 달러 규모의 호주에서 철광석 광산인 로이힐 광산과 연계된 처리 플랜트와 철도·항만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해 마이닝 패키지 개척 노력이 성과를 얻었다. 삼성물산은 동시에 호주에서 석탄 광산과 연계된 항만 건설과 관련해 본계약 전 단계인 ECI(본 공사 계약 전 입찰 업체가 발주처와 함께 공사 수행 방안 및 금액을 협의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 계약을 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몽골 타반톨고이 광산에서 중국 국경까지 총 233km의 철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역시 수주한 바 있다. 모로코에서도 인광석을 처리하는 플랜트를 수주해 이제 마이닝 연계 패키지 프로젝트는 성장 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2015년 수주 330억 달러 목표
EPC 외에 파이낸싱과 관리 운영 역량을 요구하는 민자 발전(IPP), 민·관 협력(PPP) 등에서도 앞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2009년 세계 최대 가스 복합 화력인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민자 발전을 수주해 시공 중에 있다. 쿠라야 프로젝트는 국내 건설업계가 지분 투자를 통해 해외에서 민자 발전 사업을 진행한 최초의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올해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와 터키 키리칼레 민자 발전의 우선 협상 대상자에 선정돼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IPP 외에도 삼성물산은 터키에서 역시 PPP 사업으로 터키 가지엔텝 헬스 케어 사업 역시 올해 안에 계약을 앞두고 있다.

또한 가격보다 디자인 빌드 등 기술력과 공사 수행 역량, 글로벌 건설사 및 고객과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인 메가 프로젝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56억 달러 로이힐 프로젝트 외에도 유럽의 선진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리딩사의 역할을 하면서 총 사업비 14억 달러의 도하메트로 공사를 수주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글로벌 건설사인 스페인의 FCC, 세계적 철도 차량 업체인 프랑스 알스톰, 지하구조물 공사의 글로벌 기술력을 갖춘 네덜란드 스트럭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메트로 패키지3를 수주했다. 총 사업비는 78억 달러로 삼성물산은 이 중 19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시장 개척에도 힘을 기울였다. 기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싱가포르 중심의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지난해 홍콩·몽골·인도네시아·카타르 등으로 새롭게 시장을 넓힌 데 이어 올해 카타르·호주·영국·모로코 등 선진국과 아프리카까지 진출,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을 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글로벌 역량을 확보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해 내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글로벌 우량 고객과 파트너사와의 질 좋은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경쟁자가 쉽게 진입할 수 없는 프로젝트를 선점하기 위한 핵심 기술 등의 확보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 적극적인 고객과 컨트리 마케팅 등을 통해 2015년 수주 330억 달러, 매출 220억 달러를 달성하는 글로벌 리딩 플레이어로 확고히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2013년 수주한 호주 로이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메트로
글로벌 인지도와 안정적인 이익의 질 좋은 수주의 대표 모델
삼성물산은 올해 6조5000억 원 규모의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와 2조1000억 원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무엇보다 고객 및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 기술력과 수행 역량을 통해 수주한 프로젝트로 글로벌 인지도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질 좋은 수주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6조5000억 원의 로이힐 프로젝트의 시작은 현재 ECI 계약 후 진행 중인 호주 석탄 광산 연계 항만 프로젝트에서 출발한다. 석탄 광산의 대주주인 인도 GVK사가 인도에서 항만 프로젝트를 협업한 것을 계기로 삼성물산에 석탄 광산의 항만 공사를 제안한 것. 품질·공기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 있는 제안에 만족했던 GVK는 다시 로이힐 프로젝트의 대주주인 행콕에 삼성물산을 소개했고 6조5000억 원의 신화가 탄생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호주 건설 시장 현황과 현지 협력 업체 및 조달 업체는 물론 철광석 산업과 호주 건설 시장에 대한 예측 등 2년이 넘게 시장과 상품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메트로 역시 글로벌 건설 업체와의 협업, 국내외 시장에서 다수의 경험을 통해 축적한 메트로 기술력과 수행 역량으로 수주한 대표적인 질 좋은 프로젝트로 인정받고 있다. 리야드 메트로는 총 37개 컨소시엄이 입찰 자격 사전 심사인 PQ에 참여해 불과 4개사만이 최종 입찰 자격을 얻었고 이 중 3개 컨소시엄이 각각 1개 패키지를 수주했다. 수주가 가격이 아닌 기술과 수행 역량을 평가하는 PQ 단계에서 결정됐던 셈이다. 삼성물산은 지속적인 글로벌 건설사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여기에 다수의 메트로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대규모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최첨단 공법과 시공 계획 등을 통해 파트너사와 발주처의 높은 평가를 이끌어 내 결과적으로 2조1000억 원대의 메트로 프로젝트의 시공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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