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의 눈] 10년 평균 수익률 6.6%… 저금리 속 선방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우리는 매월 월급 명세서에서 상당한 돈이 국민연금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과연 국민연금이 우리 노후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돈을 잘 운용하고 있을까. 또한 주식 투자자라면 국민연금이 주식을 얼마나 사고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궁금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질문에 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민연금은 지난 10년 동안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렸지만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저금리 국면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 투자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금액이 크게 늘어나는데, 그만큼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저성장 국면으로 향후 수익률 낮아질 듯
국민연금은 올해 5월 말 현재 409조 원(시가 기준)의 금융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1998년 9조 원에 비해 44배나 증가했다. 이 중 63%에 해당하는 259조 원을 채권에, 113조 원(28%)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36조 원(9%)을 대체 투자로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자산 운용 추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채권 비중이 1998년 77%에서 올해 5월에는 63%로 줄었다. 채권이 줄어든 만큼 주식과 대체 투자가 늘었다. 주식 비중이 같은 기간 13%에서 28%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주식 중 국내 주식 비중은 13%에서 19%(76조 원)로 늘었다. 또한 2002년부터 해외 주식에 투자를 시작했는데, 올해 5월 현재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이 9%(37조 원)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400조 원 이상의 거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투자 성적은 어떨까. 지금까지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그림 1>은 2002 ~2011년의 10년 동안 국내외 주요 연금의 투자수익률을 비교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 6.6%로 세계 주요 연금 펀드에 비교해볼 때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미국 캘퍼스(CalPERS)의 연평균 수익률이 5.1%였고 세계 최대의 자금을 운용하는 일본 국민연금(GPIF)의 수익률은 1.9%에 지나지 않았다.

더욱이 표준편차는 가장 낮아 우리 국민연금이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투자 수익을 거뒀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2012년 한 해 성적만 보면 다소 부진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392조 원의 자산을 운용해 7.0%의 수익을 냈다. 2012년 미국의 캘퍼스가 13.3%의 수익률을 거뒀고 그동안 가장 낮은 수익률을 냈던 일본 국민연금 수익률도 8.7%로 우리보다 높았다. 이는 지난해 우리 경제가 저성장(2.0%)하면서 연평균 국채(3년) 수익률이 3.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데다가 주가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데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코스피가 9.4% 오른 반면 일본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는 22.9%나 상승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13.4% 올랐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 추세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3%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최근 실제 성장률은 2%대로 그 이하이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압력마저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 금리는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의 합으로 표시되는데, 둘 다 과거보다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또한 우리 경제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 자금의 초과 공급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 그래서 국민연금이 채권 투자에서 과거처럼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없게 된 것이다.

주식시장도 그렇게 좋지 않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하면서 주가가 한 단계가 올랐다. 그러나 2012년 이후로는 우리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지 못하고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 국채 수익률과 주가가 같이 떨어진 것을 우리는 1990년 이후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었다.


“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20%로 유지하면 2018년 주가지수는 2547로 추정된다. 주식 비중이 25%, 30%로 더 는다면 주가지수는 각각 2670, 2747로 더 오르게 된다.”


2006년 이후 국민연금의 연평균 운용 수익률은 회사채(3년 AA-) 수익률의 1.12배였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회사채 수익률이 평균 3.1%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운용 수익률은 4%를 약간 넘을 전망이다. 해외 금융 상품(주식·채권)과 대체 투자에서 높은 투자수익률을 거두지 못하면 앞으로 국민연금이 연평균 4%의 수익률만 내도 박수를 보내야 할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주식 1% 늘리면 주가는 0.35% 상승
이제 국민연금이 주식을 얼마나 사고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인지 두 번째 질문에 답할 차례다.

지난 3월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면 국민연금 적립 기금이 2043년까지 증가하며 그 규모가 최대 256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예상되는 418조 원의 6배 정도로 는다는 것이다(적립 기금이 2013~2015년 연평균 11.5%, 2015~2020년 13.0%, 2035~2040년 2.8% 증가 등을 전제한 것이다. 경상 GDP 성장률도 같은 기간에 각각 6.9%, 8.2%, 3.8% 등을 가정했다. 필자가 보기에 2020년까지는 다소 낙관적이다. 2013~2020년 경상 GDP 성장률은 위원회의 추정보다 낮은 5% 안팎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지만 국민연금의 적립금이 이처럼 늘어난다면 연금의 국내 주식 매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최근 향후 5년간 전략적 자산 배분안을 마련해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2012년 현재 18.8%인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2018년에는 20%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예상한 것처럼 국민연금 적립 기금이 증가하는 가운데 주식 비중을 20%로 늘린다면 2018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금액은 지난해 말 73조 원에서 2018년에 155조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만약 주식 비중이 25%라면 그 규모는 193조 원, 30%라면 232조 원으로 크게 증가한다.

국민연금은 이미 우리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액이 상장 주식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0.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6.4%로 높아졌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민연금이 계속 주식을 산다면 국민연금의 시가총액 비중은 9%(국내 주식 비중 20% 경우)에서 13%(30% 경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된다면 국내 대부분의 우량 기업 대주주는 국민연금이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이 높아진 만큼 연금의 주가에 대한 영향도 커졌을 것이다. 이를 보기 위해 1998~ 2012년 주가지수를 종속변수로, 국민연금 국내 주식 매수액(매입가 기준)을 설명 변수로 하여 회귀식을 추정했는데,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주식을 1% 늘렸을 때 주가지수는 0.35% 상승했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입하고 주가 탄력도가 과거와 같다면 주가지수는 2018년까지 꾸준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20%로 유지하면 2018년 주가지수는 2547로 추정된다. 주식 비중이 25%, 30%로 더 는다면 주가지수는 각각 2670, 2747로 더 오르게 된다. 물론 이러한 추정치는 주가 전망이라기보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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