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신라 문화,이스탄불서 세계인과 만나요”

최양식 경주시장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가 8월 말부터 20여 일간 터키 이스탄불로 옮겨간다. 올해 7회째인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가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이어 두 번째로 해외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행사 이름도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 엑스포 2013’으로 정해졌다. 행사장인 이스탄불 시내 한복판에는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를 모티브로 지어 마치 불국사를 옮겨놓은 듯한 한국문화관이 들어선다. 1000여 년 전 경주와 이스탄불은 실크로드로 통했다. 경주 괘릉의 서역인상과 천마총에서 출토된 로마 유리잔이 그 시대의 유물이다. 최양식(61) 경주시장은 “역사 문화도시인 경주를 세계에 알리고 ‘신실크로드 시대’를 여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포에는 40개국에서 1만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참여한다. 관람객도 250만 명 이상으로 예상한다. 지난 8월 6일 경주시청 집무실에서 최 시장을 만났다.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는 어떤 행사입니까.
1998년에 처음 시작해 현재까지 6차례 열렸습니다. 그동안 외국인 108만 명을 포함해 1000만 명 이상이 관람했어요. 세계적으로 온갖 박람회가 다 있지만 문화를 주제로 한 것은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가 처음이에요. 지금 생각해도 뛰어난 탁견이었죠. 선배들이 좋은 걸 남겨주신 겁니다. 특정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와 예술 전 분야를 아우르고 있어요. 고대에서 현대 문화까지 시대도 초월하고요.

해외에서 엑스포를 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제는 세계화 시대입니다. 문화도 결국은 세계로 나가 세계인과 만나야 해요. 1000년 전 경주는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세계도시였어요. 이 시대에 다시 한 번 세계로 나가자는 취지였죠.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개최한 행사는 문화 수출 1호였어요. 50일 동안 45만 명이 엑스포를 찾았고요.

이스탄불은 어떤 곳입니까.
경주와 이스탄불은 오랜 교류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고대 동서양 문물이 오고갔던 실크로드의 시작점과 종착지였죠. 경주 괘릉의 서역인 석상이나 천마총에서 출토된 로마 유리잔이 그런 역사를 잘 말해 줍니다. 세계 역사에 흔하지 않은 천년 고도이자 동서양의 문화 중심 도시라는 공통점도 있고요.

행사 추진에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해외 개최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요. 과거 태국에서 개최를 추진하다가 태국 국내 사정으로 무산된 적도 있어요. 이스탄불은 인구가 1500만 명으로 서울보다 훨씬 큰 글로벌 도시입니다. 처음에는 경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죠. 이명박 전 대통령이 터키 방문 때 이 문제를 국가 간 외교로 풀어줬어요. 예산을 포함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죠.

이스탄불에서 어떤 행사가 열립니까.
한국 전통문화와 첨단 정보기술(IT)이 결합되는 한국문화관이 유동인구가 200만 명에 달하는 구시가지 에미뇌뉘 광장에 들어섭니다. 황금 신라와 한국 문화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멋’, 한국 전통의 흥겨움과 정보기술(IT)이 만나는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흥’, 실크로드를 따라 한국과 터키의 인연을 소개하는 ‘연’,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기’, 한국과 터키의 우정을 확인하는 다큐 영상관 ‘정’ 등 5개 주제 코너가 마련돼요. 이스탄불의 명동으로 불리는 탁심광장과 이스티클랄 거리에서는 하루 3차례씩 길놀이 퍼레이드가 펼쳐지죠. 슈퍼주니어와 FT아일앤드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이 참여하는 케이팝 페스트벌도 관심을 모으고 있어요. 한·터키 문학 심포지엄에는 소설가 이문열 씨가, 한국 대표 작가 사진전에는 김중만·구본창 씨 등이 참여해요.



이번 엑스포의 경제 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목표 관람객 수를 250만 명으로 잡았어요. 한국에서 가는 관광객 2만여 명을 빼고 나머지 248만 명을 모두 외국인으로 채울 계획이에요. 이들에게 경주와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죠. 경제적 파급효과도 직간접적 생산 유발 효과 2808억~4092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256억~1825억 원, 고용 유발 효과 5219~7619명 등을 예상하고 있어요. 터키는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성장률 1위와 2012년 세계 17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나라입니다. 7400만 명의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갖고 있죠. 지난 5월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수출과 투자 등 다양한 분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터키는 6·25전쟁 때 파병한 혈맹이기도 한데요.
6·25전쟁 때 군대를 보내 도와준 나라에 직접 가서 문화 엑스포를 여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력이 그만큼 신장됐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생존해 있는 터키 참전 용사들은 스스로를 ‘코렐리(터키어로 한국인)’라 부르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어요. 개막식에 참전 용사들을 위한 초대석을 마련하고 초청 만찬도 엽니다.

요즘 경주 관광객은 얼마나 됩니까.
지난해 1200만 명이 경주를 찾았어요. 매년 늘어나는 추세죠. 아침에 택시를 탔는데 운전사가 작년보다 올해 관광객이 더 늘어난 것 같다고 하더군요. 향후 3년 내 1500만 명, 5년 내 2000만 명을 돌파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경주를 방문하는 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영향이 큽니다. 2010년 말 고속철도(KTX)가 개통했고 내년 말이면 울산~포항 고속도로가 완공되죠. 경부고속도로 언양~영천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도 진행 중이에요. 갈수록 교통이 더 편리해질 겁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사람들이 경주를 찾는 목적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지요. 과거에는 신혼여행과 수학여행이 대부분이었어요. 이제는 순수 여행이 대세죠. 이에 발맞춰 경주의 관광 콘텐츠를 늘리는 일을 꾸준히 해 왔어요. 역사 문화 유적을 계속 복원했고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도 많아졌어요. 오르골소리박물관이나 현재 추진 중인 자동차 박물관이 대표적이죠. 앞으로는 비즈니스형 관광 확대가 목표예요. 내년에 경주화백컨벤션센터가 보문단지에 완공되면 탄력을 받을 겁니다.

9월에 문을 여는 ‘경주동궁원’은 어떤 곳입니까.
보문단지 입구에 들어서는 경주동궁원은 대형 식물원, 꽃과 새가 어우러진 화조원 ‘버드파크’, 농업 체험 시설로 구성돼 있어요. 동국은 안압지 서쪽에 있던 신라 왕국의 별궁 이름이죠. 국가적인 경사가 있거나 외국에서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이곳에서 잔치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있어요. ‘삼국사기’에는 문무왕 14년(674년) 궁 내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고 화초와 진귀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는 내용이 나와요. 경주동궁원은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거예요.


경주(경북) =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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