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개선…9월 가능성 높아져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에 ‘출구전략(Exit Strategy: 금융 완화 정책을 거둬들이는 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출구전략 논란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7월 말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출구전략에 정해진 방향이 없다”고 밝히면서 그 시기가 연말이나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최근 또다시 ‘9월설(說)’이 급부상한 것이다.이번에는 미국 각 지역 Fed 총재들이 나섰다. Fed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물가보다 경기 부양을 지지하는 쪽)’로 알려진 찰스 에번스 시카고 Fed 총재는 8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입을 열었다. 그는 ‘Fed가 9월부터 채권 매입을 줄이기 시작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을 분명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9월 17~18일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 정례 회의에서 채권 매입 축소 여부가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Fed는 장기금리 인하를 유도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매달 850억 달러를 찍어 시중에 있는 장기 국채와 모기기담보부증권(MBS)을 매입하는 3차 양적 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올 1월 이후 채권 매입 규모는 1조2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2차 양적 완화 때의 2배 규모다.
에번스 총재는 “어느 달이 될지는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올 하반기에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설명했다. 또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약 2.5%로 높아지고 내년에는 3%를 넘어설 것이라며 이런 속도라면 올해 말 실업률이 7.2~7.3%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 실업률은 7.4%다.
에번스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자 이날 뉴욕 증시에선 “출구전략 시기가 다시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6% 하락했다. 6월 28일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이튿날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무려 4%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번스 총재는 양적 완화를 강하게 지지해 온 Fed 내의 대표적인 비둘기파인데다 FOMC의 멤버(투표권 보유)여서 그의 발언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양적 완화 축소 우려에 주가↓
이튿날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Fed 총재도 “최근 몇 개월간 고용 시장의 지속적인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징후들이 있었다”며 “고용 시장이 개선 흐름을 이어가면 Fed가 양적 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며 에번스 총재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앞서 애틀랜타 Fed의 데니스 록하트 총재도 “채권 매입 축소는 올해 남은 세 차례의 FOMC 회의에서 시작될 수 있다”며 “지표가 개선되면 다음 달에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남은 FOMC 정례 회의는 9월, 10월, 12월에 열린다.
록하트와 피셔, 피아날토 총재는 FOMC 투표권이 없지만 사흘간 4명의 연방은행 총재가 잇따라 ‘9월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조셉 태니우스 JP모건펀드 글로벌마켓전략가는 “경제지표가 갑자기 나빠지지 않는 한 올가을에 출구전략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6월 FOMC 정례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Fed의 예상대로 회복세를 지속하면 올 하반기에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해 실업률이 7%대로 떨어지는 내년 중반에 완전히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출구전략의 시간표를 제시했다. 이 발언 후 주가가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자 버냉키 의장은 7월 중순 “출구전략에 정해진 방향이 있는 건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경제지표가 Fed의 예상대로 꾸준히 개선되면서 Fed가 원래 스케줄로 출구전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싱턴=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