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 경제] ‘총 부채 100조’ 한국의 지자체 어디로?

자동차 산업의 메카라고 불리던 미국 디트로이트시가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무려 185억 달러(21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부채를 갚을 길이 없다면서 파산 보호를 신청한 것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좌지우지하던 빅 3, 즉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의 본고장이자 대표적 기업도시였던 디트로이트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디트로이트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침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침체의 단초를 도대체 누가 제공했느냐”다. 1970~1980년대 일본과 유럽, 2000년대 한국 등의 후발 자동차 회사들이 대거 미국 시장에 진입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황 속에 안주한 미국 자동차 업계가 흥청망청한 것이 더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GM 노사가 1950년에 맺은 ‘디트로이트 협약’이 대표적이다. 근로자들이 퇴직해도 연금과 건강보험료를 회사가 대신 내주겠다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버틸만했지만 갈수록 부담이 커지는 데다 급격한 수명 연장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GM은 1993년 이후 파산 직전인 15년 동안 퇴직자 연금과 건강보험료로 1030억 달러(115조 원)를 지출했다.

디트로이트 협약이 포드와 크라이슬러 등으로 확산되면서 해외 또는 기업 환경이 좋은 미국 남부 지역으로 공장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포드는 10만 명이 넘던 디트로이트 지역 고용 인원이 2만 명 정도까지 줄어들었다. 결국 1950년대 185만 명에 달했던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최근 70만 명 아래로 격감했다. 한 집 건너 빈 집이 넘쳐나고 1인당 연간 소득은 2만8000달러로 미국 평균(4만8000달러)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실업률 18.6%는 미국 평균 실업률 7.6%보다 2배 이상으로 주요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범죄율이 미국 내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자리도 없고 범죄율도 높은 도시에서 누가 살겠는가. 악순환이 일어나면서 기업도 사람도 떠나면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디트로이트는 시 공무원 수를 제대로 줄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GM 등을 벤치마킹한 공무원 복지 시스템에도 손을 대지 못했다.

이 같은 디트로이트의 파산으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도시도 살고 국가도 산다는 점이다. 보다 좋은 임금과 연금 등 복지 혜택을 받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 같은 시스템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는 기업과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글로벌화가 진전될수록 기업은 철새화돼 갈 것이다. 이익이 나지 않는 곳에서 힘들게 공장을 운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는 글로벌 기업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노사문제, 임금과 복지, 세금, 복잡한 규제, 반기업 정서 등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재정 자립도도 50% 간신히 넘어
두 번째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도 디트로이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와 244개 기초 지자체의 총 채무 27조 원에다 산하 지방공기업 부채 73조 원을 합한 총 부채 규모는 100조 원이 넘는다. 지자체들의 재정 자립도 또한 50%를 간신히 넘고 있을 정도로 취약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호화 청사를 짓고 이용도가 크게 낮은 경전철과 도로, 다리를 건설하고 각종 국제 행사와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런 돈이 있으면 기업을 유치하는 데 사용하거나 고령화와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는 데 쓰는 게 해당 지자체는 물론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hanw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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