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전성시대’

사상 최대 21조 ‘쥐락펴락’…하나다올·이지스 ‘눈에 띄네’


부동산 펀드의 규모가 21조5000억 원을 돌파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펀드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부동산 펀드가 급성장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 시장을 이끄는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들의 부상이다.
‘전성시대’를 열고 있는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들의 성장 스토리를 알아봤다.



국내 펀드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지만 부동산 펀드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4일 국내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의 설정액이 6월 말 기준으로 전달에 비해 8000억 원 정도 늘어난 21조5000억 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로 성장했다. 반면 부동산 펀드를 포함한 전체 펀드의 설정액은 전달에 비해 1조7000억 원 줄어든 340조 원을 기록하며 하향세를 이어 갔다. 이처럼 펀드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는 까닭은 하나다. 주식시장이 침체되고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펀드가 대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펀드 설정액이 21조 원을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동산 펀드가 처음 출시된 2004년 6월 말 설정액은 1387억 원에 불과했다. 9년 새 155배나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6월 말(17조4000억 원)과 비교하면 1년 새 23.5% 늘었다.

부동산 펀드의 성장은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 즉 자산운용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부동산 펀드를 대부분 사모 펀드로 운용한다. 사모 펀드는 주로 기관이나 자산가 등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비공개로 운용하는 금융 상품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사모 펀드 설정액은 20조4000억 원으로 전체 부동산 펀드 설정액의 94.8%를 차지한다. 부동산 사모 펀드는 안정적 임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 즉 대형 오피스·호텔·마트 등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부동산 펀드에 돈이 모이니 투자 대상이 되는 자산, 즉 대형 오피스 빌딩 등의 가격도 뛰는 중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6월 28일 발표한 ‘상반기 오피스 빌딩 시장 분석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오피스 빌딩 시장은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장세가 형성되고 있어 우량 프라임급 오피스를 중심으로 한 수요 집중으로 매매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듯 국내 오피스 시장을 놓고 부동산 펀드 간의 매입 경쟁이 치열해지자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전체 부동산 펀드 설정액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였다. 부동산 펀드가 해외 자산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2006년 말 7%에서 13% 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부동산 펀드 시장의 가장 큰 수혜자는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부동산 펀드에 집중하는 ‘부동산 펀드 전문 운용사’들의 성장세다.

현재 국내에서 금융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자산운용사는 84곳이다. 금융위는 자산운용사에 허가를 내 줄 때 이 회사가 운용할 수 있는 펀드의 종류를 명확히 규정한다. 금융위로부터 부동산 펀드만 전문적으로 운용하겠다며 허가를 받은 ‘부동산 전문 운용사’는 모두 19곳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펀드 시장은 아무래도 역사가 길고 규모가 큰 종합 자산운용사들이 이끌었다. 실제로 규모만 놓고 따지면 아직 대체 투자 전문 운용사인 미래에셋맵스를 합병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 규모가 가장 크다.

그러나 최근의 트렌드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부동산 펀드 전문 자산운용사’가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부동산 펀드 등 간접 투자 시장이 열린 지 10년을 넘어서면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하나다올자산운용·베스타스자산운용·코람코자산운용 등은 최근 사세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신뢰 쌓이는 ‘부동산 전문 운용사’들
최근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중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곳은 이지스자산운용이다. 2010년 중순 설립된 이 회사의 업력은 불과 만 3년 정도다. 그러나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작년에만 무려 1조344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켰다. 한 해 동안 모은 펀드의 신규 설정액만 놓고 본다면 단연 국내 1위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설립 첫해부터 잇달아 대박을 이어 가고 있다. ‘강서 NC백화점(개발 사업)’ 및 ‘2001아울렛 안양점’에 투자하는 2300억 원 규모의 코리프 1호 펀드를 시작으로 12월 신림동 포도몰(1594억 원)을 매입했다. 또 2011년에는 임광빌딩(2736억 원), 원주백화점(1125억 원), 파로스타워(2862억 원) 등을 매입했다.

작년에는 홈플러스 영등포점과 금천점 등 4개 매장을 펀드(2500억 원)와 대출로 6325억 원에 인수했다. 여기에는 교직원공제회(1000억 원)와 군인공제회(500억 원), 과학기술인공제회(300억 원) 등이 참여했다. 이후에도 명동 눈 스퀘어(2500억 원), 동일빌딩(2000억 원), 런던 에버셰즈 본사 건물(2540억 원) 등을 잇달아 인수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전체 운용사 중 가장 많은 액수의 부동산 펀드를 신규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에만 5836억 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설정했다. 대출 등을 합한 총 수탁액은 무려 1조1933억 원에 달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 자금과 공동 투자금을 바탕으로 런던 로프메이커 오피스(매입 금액 3000억 원), 홈플러스 3개 매장(2300억 원), 구로 G밸리(3000억 원), 광화문 트윈트리타워(3633억 원) 등을 줄줄이 매입했다.

특히 3월에 매입한 런던 로프메이커 오피스는 올해 계약이 완료된 해외 부동산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눈길을 모은다. 영국 최대 부동산 투자신탁 회사(리츠)인 브리티시랜드컴퍼니와 거래를 완료한 로프메이커 오피스의 인수 금액은 7980억 원에 달한다.

또 이지스자산운용은 8월 중 수송동 G타워(2200억 원)의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삼부토건이 내놓은 역삼동 르네상스호텔(1조1000억 원)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이지스자산운용이 빠르게 업계 선두권으로 올라선 비결로는 적극적인 영업 전략과 부동산 매물 확보가 거론된다. 또 회사의 주요 투자자인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 퍼시픽스타그룹(PSG)도 무시할 수 없다. PSG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전신인 PS자산운용의 공동 발기인이자 현재 해외 전략적 제휴사다. 이지스자산운용은 PSG가 보유한 14개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 경영진의 인적 네트워크에 주목하고 있다. 전직 고위 관료들이 경영진에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최대 주주인 김대영 대표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으로 대한주택공사(현 LH) 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또 최종찬 상무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이며 김호식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감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강봉균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런 막강한 영향력은 국민연금·교직원공제회·군인공제회 등 국내 연·기금의 투자를 계속해 이끌어 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향후 행보 주목되는 ‘삼성SRA’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의 ‘투 톱’을 이루는 곳은 하나다올자산운용이다. 하나다올자산운용은 2006년 국내 최초의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로 설립된 회사다. 하나다올자산운용은 국내 유일의 금융지주 계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이기도 하다.

하나다올자산운용은 2012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투자자로 참여한 펀드(580억 원)를 중심으로 1400억 원의 동양증권 사옥을 인수하고 강남구 수서동 빌딩도 1820억 원에 사들였다. 이와 함께 우정사업본부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다동센터빌딩을 560억 원에 매입했고 양산 밀가루공장, 분당구 CJ E&M 빌딩, 송도 CJ시스템즈 IT센터 등 CJ그룹 자산을 1500여억 원에 매입했다.

올해도 하나다올자산운용은 투자 속도를 빨리 하고 있다. 올 상반기 공동투자를 포함해 홈플러스 점포(3개) 및 물류센터, 두산빌딩, 진주 갤러리아백화점, 호주멜버른 오피스 빌딩 등을 인수하는 펀드를 설정했다. 규모는 이지스자산운용에 못 미치지만 펀드 수로는 가장 많은 실적이다.

해외투자 중에서는 하나다올자산운용이 지난 3월 호주 멜버른에 있는 ‘시티 웨스트 폴리스 콤플렉스’의 개발 사업 지분 50%를 인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빌딩은 호주 빅토리아 주 정부가 준공 후 20년 동안 경찰청으로 사용할 건물로 총사업비만 2800억 원에 달한다. 국내 기관 중에는 우정사업본부와 행정공제회 등이 참여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하나다올자산운용이 업계 최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면 앞으로 가장 큰 성장이 기대되는 곳은 삼성SRA자산운용이다. 삼성SRA자산운용은 생보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자회사로 설립한 곳으로, 삼성그룹 유일의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최근 부동산 펀드 성장의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연·기금 및 보험회사의 투자 수요 확대가 있다. 일례로 국내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기준 금리 인하의 여파로 2년 새 5%대 후반에서 4%대 중반까지 급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282조 원에 달하는 보험료 적립금에 대해 16조 원의 이자를 내주고도 투자 수익은 14조9000억 원밖에 거두지 못했다. 무려 1조1000억 원의 금리 역마진(손실)을 본 것이다.

그 결과 보험사들은 안정성을 확보한 뒤 수익률 연 5~6% 수준만 낼 수 있다면 ‘어떤 상품’에라도 적극 투자할 기세다. 이 때문에 안정적이고 적절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선진국 중심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미 한화생명·삼성생명·교보생명·미래에셋생명 등이 해외 부동산 펀드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 중이다.

그동안 해외 부동사 투자에 미온적이던 삼성생명은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SRA자산운용을 100% 자회사로 지난해 12월 직접 설립한 것이 그 증거다.

삼성SRA자산운용은 삼성생명이 국내외 부동산 등 대체 투자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전문 운용사다. 국내 부동산에 집중된 삼성생명의 부동산 투자 자산을 다변화하는 데 1차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SRA자산운용은 오종섭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미국 3대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CBRE에서 부사장을 지낸 해외 부동산 전문가다. 또 국내외에서 부동산 투자를 담당했던 전문 인력 20여 명으로 구성됐다.

삼성SRA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던 56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24억8000만 원에 인수했다. 삼성SRA자산운용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곧바로 1300억 원 규모의 홈플러스 2개 매장을 인수했다.

또 4월에는 런던 금융가의 오피스 빌딩 ‘서티크라운플레이스(30 Crown Place)’를 인수했다. 이 빌딩은 2009년에 완공된 16층짜리 빌딩으로, 글로벌 법무법인인 ‘핀센트 메이슨’이 장기 임차해 본사로 쓰고 있다. 이 투자에는 삼성생명·교보생명 등 국내 기관 7곳이 참여했다. 국내 투자금은 1200억 원 수준이다.


조용히 덩치 키우는 ‘외국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중 조용히 보폭을 넓혀 가는 곳은 외국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들이다. 지난 4월 미국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라살자산운용이 국내에 진출했다. 라살자산운용의 최대 주주는 라살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LaSalle Investment Management) UK로 미국의 부동산 금융회사인 존스랑라살(Jones Lang LaSalle)이 실질적인 지배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477억 달러를 운용 중인 라살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는 총 18개국에 진출해 있다. 국내에는 투자 자문사인 라살인베스트먼트코리아와 부동산 시설 관리 회사인 존스랑라살코리아가 이미 진출해 있다. 라살인베스트먼트는 서울 종로구의 노스게이트빌딩 등의 지분을 이미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스랑라살이 진출한 계기는 이 회사와 함께 세계 3대 부동산 회사로 꼽히는 CBRE가 세운 CBRE자산운용이 한국에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CBRE는 2010년 ING리얼에스테이트자산운용을 인수해 국내외 부동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CBRE운용은 작년 행정공제회의 투자를 받아 3000억 원대의 런던 템즈코트 빌딩을 샀다.









급증하는 해외 부동산 투자



한국 투자자, 해외 부동산에서 큰손으로
올해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지난해보다 10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존스 랑 라살(JLL)은 올해 1~5월 한국 투자가들이 해외 부동산 매입에 총 50억 달러(5조7500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한 오피스 타워를 2억1800만 달러에 매입했고 삼성SRA자산운용 영국 런던에 있는 글로벌 로펌인 핀센트 메이슨스의 본사를 2억1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가장 큰 해외 부동산 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 (NPS)은 6월 초 수익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해외 자산에 배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3월 기준 자산 규모 406조 원의 NPS는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 등 대체 투자 비중을 올해 10.6%에서 이듬해 11.3%까지 높일 예정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는 3월 말 기준 8조84000억 원에 달해 올해 5400억 원이 증가했다.

JLL은 “짧은 기간에 상업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남북 간의 긴장 관계가 자본 유출을 도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JLL은 한국 투자가들의 이 같은 해외 부동산 매입 바람은 캐나다 및 싱가포르를 앞지르는 것으로, 올해 말까지 투자액이 총 1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 부동산 매각 러시



대기업 사옥은 부동산 펀드의 좋은 먹을거리?
부동산 펀드가 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투자 수요 확대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동산 펀드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진 이유는 ‘투자할 물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즉 사는 사람이 있으면 파는 사람도 있어야 거래가 활성화된다는 이유다.

최근 부동산 펀드의 트렌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해외투자, 또 다른 하나는 초대형 신축 오피스 투자, 마지막은 대기업들이 내놓은 부동산 자산이다. 한 부동산 펀드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대기업들이 꼭 필요한 부동산이 아니면 매각해 매각 자금을 핵심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추세”라며 “경영이 어려운 곳은 가장 먼저 매각하는 것이 부동산 자산”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GS건설과 두산건설 등은 본사 건물을 매각했다. 또 삼부토건은 알짜 자산인 강남 르네상스호텔을 팔았다. 대성산업가스는 지난 5월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오피스를 부동산 펀드에 넘겼다. 홈플러스 등 유통 업체들도 잇달아 주요 매장 건물을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다른 투자자에게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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