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영의 소통 경영] 스피치를 망치는 돌발 상황, 반응 썰렁할 땐 청중 속으로 걸어 들어가라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 스피치라도 항상 뜻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갑자기 마이크가 고장 나거나 준비해 온 파워포인트 자료가 작동하지 않거나 준비해 온 원고가 갑자기 사라지는 등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미리 예방하고 대처해야 할까. 돌발 상황의 변수를 크게 청중의 반응, 스피치 내용, 강연 현장으로 나눠 살펴보자.

첫째, 청중의 반응이 예상과 다를 때가 있다. 스피치에 나선 사람은 누구나 청중이 잘 호응해 주길 바란다. 그런데 예상한 것과 달리 청중의 반응이 썰렁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 대부분의 연설자들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딱히 방법이 없으니 그냥 그대로 스피치를 진행한다. 심할 때에는 이런 차가운 청중의 반응에 자신감을 잃어 연설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이 29일 숭실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20130529..


예상치 못한 일에는 솔직해지자

이럴 때는 차라리 솔직해지는 게 방법이다. 예를 들어 유머가 전혀 통하지 않았을 때는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아, 깜빡 잊으신 것 같은데 제가 방금 유머를 쳤으니 웃으셔도 됩니다.” 혹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우리 딸이 밖에 나가서 이런 농담을 하지 말라고 했던 충고를 받아들일 걸 그랬군요.” 웃기지 않는 이야기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자신을 낮추면 청중의 마음이 조금은 더 관대해진다.

청중이 지루해하고 질문에도 시큰둥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청중이 냉담하다는 것은 스피치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더 열린 자세로 청중 가까이 다가가 보자. 연단 뒤에 서 있었다면 앞으로 걸어 나오거나 더 나아가 청중 사이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또 준비한 내용 중 중요도가 낮은 것은 줄이거나 빼고 그 대신 관련 주제에 대한 청중의 경험담이나 기타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준비한 스피치 자체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청중에 대한 예측이 부족해 스피치 내용의 난이도가 적절하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이 쉬운 것보다 너무 어려워 문제가 될 때가 많다. 아무리 의미 있는 내용이더라도 너무 어려우면 청중의 얼굴은 점점 굳어진다. 연설자가 이런 반응을 파악하지 못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청중은 결국 흥미를 잃게 된다.

이럴 때에는 먼저 속도를 줄이고 비유적인 표현, 혹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본다. 어려운 전문 용어를 청중이 쉽게 알만한 단어로 대체한다.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에서 중앙처리장치(CPU)를 교체하는 작업을 설명할 때 전문 용어 대신 ‘거대한 심장이식 수술’이라고 표현한 게 그런 방법이다. 이런 예는 무대 위에서 갑자기 떠올리기 쉽지 않으므로 평소 미리미리 생각해 놓는 게 좋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어려운 전문 내용을 다뤄야 한다면, 미리 프린트물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청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참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잘못하면 미리 나눠준 프린트만 보고 강의에 집중하지 않을 수 있으니, 프린트물에는 꼭 필요한 내용만 엄선해 담도록 한다.

셋째, 스피치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장에서 활용해야 하는 기기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갑자기 스피치 시간을 조절해야 할 때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가령 파워포인트 자료로 스피치를 준비할 때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스피치의 큰 흐름을 머릿속에 그려 놓고 있어야 한다. 파워포인트 자료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내용이 뒤죽박죽될 수 있으므로 핵심 단어와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한 큐 카드를 준비해 놓으면 든든하다.

스피치 시간을 늘려야 할 때에는 연설 주제와 맞는 화젯거리나 질문을 몇 가지 준비해 놓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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