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스타들의 리더십] 양현석 대표, “나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투자가다”

어떻게 최고가 되었나⑤-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지난 4월 취업 포털 잡코리아는 직장인 1899명을 대상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1위는 개그맨 유재석이 차지했다. ‘말을 잘 들어주고 장점을 살려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유재석의 ‘배려 리더십’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언급할 정도로 사회 트렌드에 꼭 맞는 리더십으로 꼽히고 있다.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는 2위를 차지한 인물이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였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조사에서 21.3%의 득표를 얻어 손석희 JTBC 사장(10.3%),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4%), 개그맨 강호동(3.4%)을 큰 차이로 앞질렀다. 직장인들이 양 대표를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로 꼽은 이유는 ‘확실한 리더십으로 나를 프로로 만들어 줄 것 같아서’였다.

그렇다면 양현석 대표가 가지고 있다는 ‘확실한 리더십’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키워드는 아마도 ‘신뢰’일 것이다.

양 대표가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는 흔히 들어오기보다 나오기가 더 힘든 회사로 꼽힌다. YG는 타 기획사보다 소속 연예인들의 의사를 존중해 주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의 스케줄을 양 대표가 직접 관리한다는 것이다. 담당 매니저들이 방송 섭외 관련 사항을 페이퍼로 만들어 보고하면 양 대표가 결정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YG의 가수들을 섭외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혀를 내두른다.

양 대표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스케줄을 소화하는 연예인 자신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라도 본인이 “노”하면 그만이다. 양 대표는 소속 연예인들의 건강과 다음 무대를 위한 재충전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소속사 대표가 아니라 동료로서 소속 연예인들을 배려한 스케줄을 짜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YG에서 데뷔한 지누션과 원타임은 15년 가까이 소속사에 남아 있다. 그 외에도 세븐·빅뱅 등이 장기 계약하고 있다. 가수로서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작사·작곡·제작·홍보 등의 역할을 맡긴다. 연예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미래’다. 지금 화려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미래에 대해 어떠한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이러한 ‘스태프’로의 전환은 상당한 메리트다. 그렇다 보니 상당수의 연예 기획사가 연예인과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갖가지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반면 YG는 소속 연예인과 별다른 ‘잡음’을 낸 적이 없다.

<YONHAP PHOTO-1830> YG 양현석 '공식석상에 오랜만'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오디션 프로젝트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 기자간담회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양현석 YG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K팝 스타'는 SM, YG, JYP 등 국내 최고의 스타 제조 시스템을 갖춘 3곳의 기획사가 한 자리에 모여 세계 시장을 공략할 차세대 k팝 스타를 발굴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2011.9.2 maum@yna.co.kr/2011-09-02 15:17:27/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엔터 업계의 ‘구글’로 통하는 YG

YG엔터테인먼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하나는 ‘패밀리십’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그는 그의 소속사 연예인들은 ‘YG패밀리’로 부른다. 그의 ‘가족 사랑’은 타 연예 기획사와는 차원이 다른 복지로 대변된다.

YG는 양화대교 부근 강변에 직접 사옥을 짓고 호텔 수준의 체육관 시설에 손맛 좋은 요리사를 스카우트해 레스토랑 수준의 식사를 제공한다. 또 사내에 과일이나 간식을 가져다 놓아 언제든지 이를 먹을 수 있다. 이런 독특한 복지 시스템 때문에 일각에서는 YG를 구글에 비교하기도 한다.

YG 특유의 ‘가족애’는 소속 연예인들이 양 대표를 격의 없이 개그의 소재로 삼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양 대표 특유의 혀 짧은 듯한 독특한 말투는 웬만큼 연예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의 인터뷰를 보면 잘 느끼기 어렵지만 이처럼 그의 말투가 유명해진 것은 모두 소속사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과장된 성대모사를 했기 때문이다. 바꿔 생각해 보면 그가 한 집단의 왕으로 군림해 그들을 통제하고 휘어잡으려고 했다면 이 같은 ‘개그’가 과연 가능했을지 궁금하다. 이렇다 보니 연예인 혹은 연예인 지망생 모두에게 어느 기획사에 가고 싶으냐고 물으면 YG가 단연 많이 나온다. ‘SM은 돈이 최고, JYP는 내가(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최고, YG는 우리 애들이 최고’라는 연예계의 속설이 그래서 나왔다. 이런 양 대표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연예계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인적자원’들이 YG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 대표는 어떤 사람들에게 ‘신뢰’를 보내고 ‘패밀리십’을 맺을까. 작년 5월 ‘힐링캠프’를 통해 이야기한 그의 인재관은 ‘쿠키론’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하며 쿠키 하나를 집어 들고 이렇게 말했다. “이 쿠키처럼 그저 동그랗게만 생겼다면 절대 훌륭한 아티스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한 부분이 잘려나가 없지만 반드시 없는 단점만큼 장점이 튀어나와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단점을 없애려고 한다면 자신은 움푹 파인 부분을 두들겨 장점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즉 뭔가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을 소금에 비유했을 때 소금을 많이 넣어 국이 짜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YG엔터테인먼트의 연예인들은 개성이 강한 연예인들 중에서도 개성이 넘치기로 유명하다. 모두 목소리나 창법, 춤추는 스타일 들이 다 다르다. 이렇듯 개개인이 가진 개성을 중시하고 이를 살리는 데 주력함으로써 연예인에게 최악의 적인 획일화를 막은 것이다. 만약 빅뱅의 대성이나 2NE1의 공민지처럼 기존의 아이돌 그룹에서는 보기 힘든 개성 있는 외모를 가진 멤버가 다른 기획사였다면 그런 큰 기회를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아티스트도 경영자도 아니다”며 “돈이 아닌 사람에 투자하는 투자가”라고 강조했다. 그의 투자 스타일은 일종의 ‘가치 투자’다. 개성이 강한 떡잎들을 믿고 기다리며 대박을 내는 것이다.



일과 우정의 균형 찾아

물론 그의 이 같은 리더십은 그 만의 ‘철저한 균형감’을 통해 완성된다. 지난해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은 취업 포털 인크루트와 직장인 340명을 대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인 ‘K팝 스타’의 심사위원 중 누구를 가장 이상적인 리더로 보는가를 물었다.

그 결과 양 대표는 가수 보아(16.6%)나 박진영 JYP 대표(10.4%)에 비해 훨씬 높은 선택을 받았다. 이유는 일의 능률과 인간적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균형감’ 때문이었다. 원칙에 충실한 보아 그리고 호불호가 명확한 박진영 대표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만약 양 대표가 소속 가수들에 대한 신뢰만 가지고 회사를 운영했다면 YG엔터테인먼트는 성공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일과 우정에 대해 균형을 가지고 ‘맺고 끊는 것’이 확실했기에 YG엔터테인먼트가 국내 2대 연예 기획사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일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소속 가수들이 녹음할 때 5분 이상 함께 있지도 노래 지도를 직접 한 적도 없다고 한다. 안무 역시 철저한 간섭보다 안무가에게 맡긴 후 최종 점검만 한다. 이는 믿고 맡기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량이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다.

또 ‘힐링캠프’에서 그가 한 말을 빌리면 소속 가수들과 겸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빅뱅과 데뷔 이후 2번 같이 술을 마셨을 정도로 사적인 자리를 갖지 않는다. 회사에 무서운 존재가 한 명 있어야 매니저들이 소속 가수들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칭찬’에 인색하다고 스스로 밝혔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과한 칭찬을 하면 ‘우쭐’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좀 처지더라도 3개월에 한 번쯤 “실력이 늘었다”고 한마디 하면 더 큰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에 무섭게 노력한다고 말했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 이를 꾸준히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용기, 자유를 중요시하지만 방임은 허락하지 않는 균형감. 이것이 바로 양현석 리더십의 핵심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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