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Ⅰ] 새롭게 뜨는 유망직종 탐구- 환경·보건·안전·정보보안…4대 메가트렌드가 몰려온다

사회 변화를 읽으면 유망 직업이 보인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함께 새로운 산업의 발달과 쇠퇴 역시 빨라지고 있으며, 그에 적절히 대응할 업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유해물질 누출 등으로 안전 경영이 대두되자 ‘EHS(Environment·Health· Safety: 환경·보건·안전) 전문가’가 각광받고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이 부각되며 금융권에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파이낸싱(PF)팀’

이 신설됐다. 사이버 테러 등 정보 보안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자 정보 보안 전문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시대의 변화를 재빨리 받아들여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인력 구축에 나섰다.



최근 유해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기업의 환경·안전 관리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사고의 원인이 사업주의 안전 수칙 미준수, 유해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의 체계적 관리 미흡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돼 기업의 근본적인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각 사업장에서는 안전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이른바 ‘EHS 전문가’를 주목하고 있다. 기업마다 EHS, HSE 등 명칭은 상이하다.

EHS에서 잔뼈가 굵은 삼성엔지니어링의 HSE(보건·안전·환경)팀은 내·외국인 200여 명의 팀원이 사업 활동의 모든 단계에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환경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전·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어 더욱더 많은 인력을 충원 중에 있다. 구성원들의 경력은 건축공학부터 산업공학까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안전 보건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박지대 삼성엔지니어링 HSE팀 국내지원파트리더(차장)는 “최근 안전공학과·보건안전공학과 등 안전 관련 학과 출신들이 신입 사원으로 많이 입사하고 있다”며 “우수 인력들이 대거 입사해 HSE팀 인력의 질적·양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단위 프로젝트 현장에서의 시공 안전 관리만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설계·시공·시운전 단계 등 공정별 세분화가 된 HSE를 실현하고 있어 신입 사원 입사 후 세분화된 분야별 양성 계획에 따라 충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형 HSE 관리자로 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SE팀은 크게 안전·환경·보건의 업무로 나뉜다. 환경 부문에서는 녹색 경영을 구현하기 위해 친환경 사업장 실현, 에코 컬처(eco-culture) 확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로 전략을 세워 추진 중이다. 안전·보건 부문에서도 작업자에게 유해한 요인을 사전에 제거해 무사고 현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밖에 제조업 전반에서 EHS 전문가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SK에너지와 금호피엔비화학은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EHS를 신설, 운영하며 각 사업장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EHS 전문 조직 구성 및 전문 인력을 340명 충원했고 현대오일뱅크는 EHS 총괄책임자 영입, 신규 인력 채용 등으로 ‘팀’을 ‘부문’으로 승격했다. EHS 전문가 인력 신규 채용을 앞둔 기업은 대림산업·동서석유화학·한주·KPX화인케미칼·코오롱인더스트리·한화케미칼 등이 있다.



해킹 막는 정보 보안 전문가 수요 급증

GS칼텍스는 ‘환경·건강·안전(EHS) 수행 관리 기준’을 제정했으며 임원·팀장의 주요 성과지표(KPI)에 20% 내외로 반영하며 안전 경영을 펼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의 “‘안전·보건·환경(SHE)’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는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등 안전 문화 정착에 지속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뜻을 받들어 유해·위험 작업에 대한 위험성 평가 실시, 작업 안전 기준 개발·보급, 안전 교육 자료 개발 및 교육 지원 등에 나선다.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유령’에서 사이버 범죄를 저지르는 해커와 이를 잡는 사이버 수사관을 기억하는가. 혹은 2011년 4월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에 이어 올해 3월 20일 방송·금융 6개사에서도 전산망 마비 사태를 떠올려 보자.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현재 우리가 마주한 보안 사건이다. 더욱이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어남에 따라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보안 문제도 뒤따르고 있다.

이처럼 사이버 테러 등의 보안 사건, 각종 보안 위협이 늘어나면서 정보 보안 산업이 갈수록 성장하고, 이에 따라 ‘정보 보안 영역과 직업군’이 각광받고 있다.

정보 보안 전문가로는 보안 컨설팅, 모의 해킹, 보안 관제, 침해 대응, 악성코드 분석, 인증 심사원,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 보안 관리, 데이터베이스 보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안랩의 시큐리티대응센터(Ahnlab Security Emergency-response Center), 즉 악성코드 분석가 집단에 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많아졌다. 이곳은 국내에 출현하는 악성코드에 대해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악성코드 위주의 파일베이스, 네트워크 취약점, 사내 엔진 기술, 보안 인프라 구축 등을 연구한다.

한창규 안랩 ASEC 분석1팀 팀장은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어 보안 분야도 빅 데이터나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수집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지고 있다. 보안 분야에서도 그런 데이터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집·분석하고 신속하게 적용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디바이스나 모바일 기기가 일상생활과 밀접해지면서 앞으로도 보안이 적용되는 분야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정보 보안 인력은 200~3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돼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2000~3000명 정도의 보안 인력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보안 산업의 장기적 발전과 국가 안보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일명 ‘화이트 해커’를 양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 이어 정보 보안 교육과정을 듣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 국내 IT 교육 시장의 89%를 점유하고 있는 아이티뱅크 멀티캠퍼스 관계자는 “현재 정보 보안 교육과정이 작년 초보다 올해 현재 3배 이상 수강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기업에서도 정보 보안 전문가 양성을 위해 위탁 교육을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 보안 교육을 배우려는 수강생들의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 수강생의 주 연령층은 20~30대가 대부분이지만 40대 이상의 수강생도 10%나 될 정도로 정보 보안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IT 분야에서는 성별 제한이 없어 누구나 교육을 통해 정보 보안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정보 보안 전문가채용이 점점 늘고 있다”며 “현재 정부 시책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정보 보안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신·재생에너지 PF 팀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PF는 풍력발전·천연자원 개발 프로젝트에 대규모 대출을 주선하는 일을 뜻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세우거나 천연자원을 개발해 수익을 내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를 위해 기업은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고 금융권에서 필요 자금을 대출받는다. KDB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대규모 대출을 전담하는 전문가가 있으며 최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고조되면서 해당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에서는 이례적으로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신·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바이오·수력) PF팀의 약진이 돋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사 중에서는 최초로 사업비 2750억 원 규모의 풍력발전 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 금융을 조달했다. 태양광 산업이 주춤한 반면 전기세 가격은 오른 틈새시장을 노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월 16일 총 10MW 규모의 양산 풍력발전 단지 금융 자문을 맡아 경남은행과 함께 250억 원의 대출을 주선했다. 윈드밀파워가 개발하는 이 사업은 경북 양산 원동면 일대 2.5MW급 터빈 4기를 납품받아 풍력 단지를 세우는 프로젝트다. 삼성중공업이 풍력터빈 공급과 발전기 유지·보수를 맡고 포스코A&C가 책임 준공한다.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 인증서(REC)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장기 구매한다. 대주단은 한국투자신탁운용·경남은행·대구은행·흥국생명이 참여했고 자본금 투자자는 지역난방공사·한국투자신탁운용·윈드밀파워·윈테크다.




금융업계, 신·재생에너지 PF 주목

신·재생에너지 PF인 최민호 한국투자증권 인프라금융부 과장은 “그동안 국내 풍력발전 사업에 대한 PF 조달은 은행권을 통해 이뤄졌으나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사 최초로 풍력발전 사업 PF에 성공했다”며 “이에 따라 회사 내에서의 팀 위상이 올랐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신·재생에너지 PF가 소속된 PF금융본부의 김성환 본부장(전무)은 “초기 단계부터 재무적출자자(FI)를 유치한 덕에 FI가 지분 출자와 대출에 모두 참여했다”며 “한국투자증권은 이 사업을 필두로 풍력발전 단지 개발 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PF 시장의 저변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중공업·금융 업계에서는 ‘중동 전문가’를 발굴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국내 건설·중공업·엔지니어링 회사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아랍어 능통자 또는 중동 현지 경험이 풍부한 인력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 전문가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는 증가했지만 실제 아랍어 능통자나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중동에서 신(新)금융 실크로드를 개척 중인 금융계가 경쟁적으로 현지 금융권과 각종 협력 사업을 넓히며 중동 전문가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직접 교육에 나선 사례도 있다.

외환은행은 올 초 전략적 업뮤 제휴를 체결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소재 마시렉은행(Mashreq Bank)에 4월 초부터 8주간 과정으로 직원 15명의 금융 연수를 보냈다. 제1기 중동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외환은행은 연수 이후 중소기업에 대해 현지 정보 제공 체계를 구축하는 등 중동 지역 공동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이 밖에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활용 의류를 사용해 옷·가방 등 새로운 패션으로 탈바꿈시키는 ‘업사이클 디자이너’, 소위 ‘착한 소비’로 불리는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는 데다 윤리 경영의 이슈가 지속되면서 ‘공정무역 전문가’도 각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 증가로 ‘기후변화 관리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청년 취업난, 장년층 재취업 문제 등으로 개인 경력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커리어 컨설턴트’가 각광받고 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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