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에서 목격한 도요타자동차의 경쟁력] 도요타 자동차, 12개 공장끼리 부품·인력 활용 극대화

비즈니스 포커스

도쿄(東京)와 나고야(名古屋)를 잇는 도메이(東名)고속도로는 도요타 한가운데를 관통한다. 이 고속도로를 타고 도요타에 들어서 좌우를 내려다보면 도요타 브랜드가 찍힌 건물들이 쉽게 눈에 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자동차의 심장에 들어선 것이다.

일본 중남부 아이치현 해안가에 들어선 도요타는 한국의 울산과 비슷한 곳이다. 도요타자동차가 1935년 최초로 20대의 자동차를 생산한 곳으로, 현재 도요타자동차 소속의 일본 내 공장 12개가 모두 도요타 및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의 지명이던 ‘고로모(擧母)’는 도요타자동차가 연간 1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추던 해인 1959년 ‘도요타(豊田)’로 바뀌었다.

그중 1970년에 설립된 쓰쓰미(堤) 공장은 현재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곳이다. 프리우스는 도요타자동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으로, 지난 4월 일본 내수 판매 1위 차종이다. 한국으로 치면 현대자동차 쏘나타 같은 모델이다. 그만큼 도요타자동차에서도 중요도가 높은 공장이다. 프리우스는 일본 내에서는 자회사인 ‘도요타차체’에서도 생산되고 해외에서는 중국과 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의 핵심은 ‘사람’

쓰쓰미 공장은 대지 면적 114만㎡, 건물 면적 61만㎡ 규모로, 5900명의 직원이 연 50만 대를 생산하고 있다. 2007년 10월 누적 생산 1500만 대를 달성했다. 오래된 공장답게 외관은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좁고 오래된 생산 라인 사이에서 기술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최첨단 자동차 생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좁은 집에서 사는 것에 익숙한 일본인들의 습성이 공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작업자들이 앉아 있을 만한 책상이나 의자 같은 것들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공간을 널찍널찍하게 활용하고 자기가 맡은 분량을 끝내면 앉아서 신문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한국의 여느 공장들과는 달랐다. 공장 안내를 맡은 다케다(武田) 씨에게 “앉아서 신문을 보거나 라디오를 듣는 사람은 없느냐”라고 묻자 “그런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쓰쓰미 공장의 핵심 공정인 차체 공장은 2교대로 48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1팀은 아침 6시 25분부터 오후 3시 15분까지, 2팀은 4시 1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가 근무시간이다. 근무 개시 후 1~2시간마다 10분 휴식이 주어지고 점심시간은 45분이 주어져 실제로는 7시간 35분이 작업 시간이다. 근무시간을 묻는 질문에 분 단위까지 계산해 알려주는 다케다 씨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주야간 팀은 1주일 단위로 바뀐다. 즉 1팀이 이번 주에 주간 근무를 했으면 다음 1주일은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식이다.

도요타자동차의 생산 시스템(TPS: Toyota Production System)은 효율성과 정확성으로 전 세계에 정평이 나 있다. TPS는 크게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첫째,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으로, 부품은 필요한 양만큼만 생산해 필요한 양만큼만 운반되도록 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재고 부담을 없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각 부품에는 ‘간반’이라는 표지가 함께 달려 나오는데, 부품이 차량에 설치된 후 이 간반을 떼어내도록 되어 있다. 도요타자동차 일본 내 부품 및 완성차 공장이 대부분 도요타에 집중돼 있는 것도 크게 보면 부품의 적기 공급을 위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자동화’인데, ‘동’자가 흔히 쓰는 ‘움직일 동’이 아니라 ‘일할 동’을 쓰고 있다. 품질을 작업자가 자기 담당에서 끝내야지 다음 공정으로 미루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자동화는 크게 ‘안돈’과 ‘히모스위치’의 두 가지 장치로 이뤄져 있는데, 품질에 이상을 발견했을 때 힌 끈(히모스위치)을 잡아당기면 ‘안돈’ 모니터에서 녹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노란색으로 바뀐다. 각 공정의 리더가 이를 보고 문제를 해결하면 다시 녹색으로 표시가 바뀐다. 이때는 라인이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해결하지 못하면 적색으로 표시가 바뀌고, 라인이 멈추게 된다. 그 사이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히모스위치를 당기면 라인은 정상 가동된다.

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해도 이를 사람이 소화해 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도요타자동차의 생산 인력은 차종·라인·공장별로 생산량에 따라 이동이 가능하다. 아무리 부품을 적기에 조달한다고 하더라도 인력을 자유롭게 운용하지 못한다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의 자동차 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해 물어 봤다. 쓰쓰미 공장의 5900명 인력 중 약 400명이 외부에서 온 파견직이다. “정규직으로 채용해 달라고 단체행동을 하지는 않느냐”고 질문하자 다케다 씨는 “항의는 그다지 많지 않다. 1년 근무 후 우수자는 시험을 통해 정사원으로 합격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차는 친환경 공장으로부터

도요타자동차가 자랑하는 최첨단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는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해 재사용함으로써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자동차다. 이런 프리우스의 주력 생산 기지답게 쓰쓰미 공장 또한 친환경의 첨단을 달리고 있다. ‘환경 친화적 자동차는 환경 친화적 공장으로부터’라는 슬로건으로 쓰쓰미 공장은 지속 가능한 생산 활동을 추구하고 있다.

그 첫째가 공장 지붕에 설치한 1만2000장의 태양광발전 패널이다. 친환경 공장 담당자인 데라다(寺田) 씨는 “패널을 통해 하루 2000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가구 500가구의 사용량으로, 하루 2500드럼의 휘발유를 아낄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공장 표면 4만2000㎡에 칠해진 광촉매 도료다. 이 도료는 자외선을 받으면 화학작용이 일어나 오염과 세균이 부착되는 것을 방지하고 질소산화물을 흡수해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포플러나무 4000그루를 심은 효과”라고 데라다 씨는 설명했다.

셋째, 사용 후 공장 용수를 정화해 배출하고 있는데, 도요타가 속한 아이치현에서 하루 5000톤의 정화수를 쓰쓰미 공장으로부터 구매해 강으로 내보내고 있다.

한편 쓰쓰미 공장은 연 2회 지역 주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주민들이 “야간에 공장 주변 길이 어두워 치안이 우려된다”고 하자 쓰쓰미 공장은 공장 주변에 태양광 라이트를 설치했다.

낮 동안 태양광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가로등 아래 설치된 배터리에 저장한 뒤 야간에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을 밝히는 것이다. 프리우스와 쓰쓰미 공장에 사용된 기술이 그대로 적용됐다.

또한 삭막한 공장 담벼락의 환경 개선 사업으로 자체 개발한 녹화 담장으로 꾸며 쾌적한 거리를 조성했다.

단지 환경과의 공생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공생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도요타자동차의 생산 철학은 꽤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덧붙여 이것 또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드는 브랜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도요타( 일본) =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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