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T 제대로 활용하기]글은 최소한, 사진 등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김자영의 소통 경영

스피치를 할 때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멀티미디어 보조 도구는 파워포인트, PPT다. 실제로 PPT와 같은 멀티미디어를 적절히 활용하면 스피치에 대한 집중도와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 PPT를 말하다 보면 PPT를 잘 활용해 전 세계 청중이 열광하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스피치를 만든 스티브 잡스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강의하거나 이야기하다 보면 “잡스는 잡스고, 나한테는 너무 먼 이야기여서…”라는 반응을 많이 접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잡스에게 엿보는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PPT 활용 팁을 실제 적용 예시와 함께 살펴본다.

우선 글을 최대한 줄인다. 슬라이드에 너무 많은 내용을 집어넣으면 청중의 주의를 오히려 분산시킨다. PPT 발표 초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여백을 못 참는 것이다. PPT에 말할 내용을 그대로 풀어놓고, 또 글머리 기호와 부제를 제시해 가며 슬라이드를 채워 넣기에 급급하다. 반면 잡스의 PPT는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면을 최소화했다. 2008년 정보기술(IT) 쇼인 맥월드에서 그가 기조연설을 진행했을 때, 그는 총 7개의 단어와 4개의 숫자만 들어 있는 총 넉 장의 슬라이드만 사용했다. 혹자는 고작 그 정도 분량이라면 차라리 PPT를 사용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잡스는 최소한의 글로 최대의 효과를 내 청중에게 이야기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핵심 내용을 전달했다. 스피치를 보다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청중의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

회사의 위기 상황에 대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피치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럴 때는 말로만 “매출이 얼마 떨어졌다, 적자가 얼마만큼 났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PPT를 함께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글은 최대한 줄이고 적자 규모, 이대로 가면 감원할 수밖에 없는 직원 수 등을 한 화면에 하나씩 가득 채워 제시한다. 스피치에 시각적 강조 포인트를 더해주기 위한 방법이다. 이로써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위기감을 조성해 직원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회사의 상황에 대한 각성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이나 소리보다 그림이 훨씬 강력

스티브 잡스의 PPT 활용, 그 두 번째 비결은 사진과 그림을 적재적소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정한 정보를 기억하는 힘은 글이나 소리보다 그림이 훨씬 강력하다. 실제로 글이나 말로 전달한 정보는 72시간 후 약 10%만 기억에 남는 반면 그림으로 전달하면 그 비율이 65%로 상승한다고 한다.

잡스가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이라는 모토로 맥북 에어를 소개할 때 PPT를 통해 보여준 사진 한 장에 청중은 환호했다. 그 사진은 서류 봉투 안에 들어간 맥북 에어 사진이었다. 맥북이 엄청나게 얇다는 사실을 사진 한 장을 통해 그 어떤 말과 글보다 확실하게 전달했다.

만약 임원들 앞에서 중국 시장 진출을 주장하는 스피치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고객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줄 때 5000만 명을 사람 하나로 그린다면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약 26명 정도의 사람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그림으로 두 대상을 비교하면 단순히 26배 많은 소비자가 있다는 말보다 훨씬 강력한 설득력으로 청중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다만 PPT를 사용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스피치의 주인공은 PPT가 아닌 발표자라는 점이다. 준비한 PPT를 청중에게 보여주는 데 급급해 연설자 자신이 보조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 잡스도 이야기를 할 때는 화면을 꺼 놓기도 하고 혹은 자신의 중요한 움직임에 청중이 집중해야 할 때는 화면에 현재 자신의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는 점을 참고하자.



김자영
IGM(세계 경영 연구원)교수, 전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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