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현실화되나] 거시경제 부문별 전망- 디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 ‘주목’

폭우속 안개가 자욱한 남산 타워 /김병언 기자 misaeon@ 20110703..



국내 경제연구소와 증권사들은 지난 5월부터 하반기 경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상반기 대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내용들이다. 그 근거는 한국 경제가 미세하지만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등 각종 지표는 아직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실물 경기 회복 역시 미약하다. 더 나아가 피부로 경제를 체감하는 일반인들은 “경제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투자시장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부정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반기 거시경제 부문별 전망을 알아본다.



◆경제성장률:2.6~2.8%로 전년 대비 소폭 개선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6~2.8%로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인 2.0%보다 소폭 개선된 것이다. 내년에는 좀 더 좋아져 3.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6월 10일 ‘2013년 6월 경제 전망’ 자료를 통해 총 21명의 국내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2013년 2.7%의 성장률을 보인 뒤 2014년에는 완만하게 개선되며 3.5%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국 경제의 완만한 회복과 엔화 약세 등으로 수출 증가가 큰 폭으로 늘어나지 못하고 내수도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지만 회복세는 확실하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해외 투자은행들은 지난 4월부터 이미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OECD가 5월 29일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1%에서 0.5% 포인트 내려간 2.6%로 전망했고 내년 성장률 역시 4.4%에서 4.0%로 0.4% 포인트 내렸다.

OECD는 한국 경제에 대해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 수출 둔화 등으로 지난해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됐지만 올 들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이런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져 점진적으로 회복(gradual recovery)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국경제성장률은 3.4%에서 3.1%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2.8%에서 2.6%로, JP모건은 2.9%에서 2.8%로 각각 내렸다.

정부가 6월 말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3%에서 2.6~2.8%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측은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에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추경에 따른 정책 효과, 금리 인하 영향, 최근 실물경제 지표 등이 두루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원화 강세로 연말 1050~1070원

상반기의 최대 이슈는 엔저 현상이었다. 국내 증시와 기업 수출의 발목을 잡았던 엔화 약세가 약발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엔·달러 환율이 100~110엔대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공감대가 외환시장 전문가 사이에 형성돼 있다. 세계 59개 금융회사가 블룸버그에 제공한 연말 달러·엔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05엔에 머무르고 있고 국내에서 현대증권도 하반기 105엔에서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엔·달러 환율은 현재 과열된 상태”라며 “미국과 일본 국채 금리 간 차이, 경상수지 개선 여지 등에 비춰 봐도 엔화 약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그간 대외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과도하게 저평가됐던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점진적 강세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투자증권의 하반기 글로벌 경제 전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분기를 고점으로 하반기에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은 2013년 평균 1090원, 연말 1070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을 올해 평균 1070원, 하반기 1050원으로 내다봤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양적 완화 축소 움직임이 글로벌 달러화 강세를 이끌며 원화 강세 폭을 제한하겠지만 미국의 출구전략은 금융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하반기 원화 강세의 방향성을 바꾸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금리:하반기 내내 동결이 대세론

지난 6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동결했다. 이번 금리 동결은 시장의 예상과도 같았다. 자본시장 흐름, 환율, 가계 부채 등을 봤을 때도 금리 동결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판단했다.

이와 함께 국내외 금융회사와 경제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한 금리 전망 설문 조사에서 21개 기관 전문가 중 16명은 연말까지 금리 동결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지난 5월 금리 인하 효과가 하반기에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내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많다. 일부에서는 금리 인하가 한 차례 정도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내외 경기가 일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경기 부양 차원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여지는 있다.




◆물가:안정세 지속에 디플레 우려 커져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올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경기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과 달리 산업 현장에서는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의 초기 때와 비슷하다는 위기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디플레이션(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며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을 경고하는 목소리다. 그 배경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 수준으로 둔화된 데 있다. 한국의 작년 물가 성장률은 2.2%로 OECD 회원국의 평균인 2.3%보다 낮았다. 재작년에 이어 2년째 OECD 평균을 밑돈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째 1%대의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양호한 기후에 농산물 가격이 안정된 데다 국제 유가가 하락 추세를 이어간 게 물가 하락의 주된 이유다. 전기·수도·가스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9%, 집세가 2.7% 올랐지만 석유류가 7.4%, 농산물이 1.8% 감소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체감 물가 상승을 주도하던 신선식품 지수도 지난해 대비 1.9% 내리며 9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힘입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 물가는 지난해보다 0.2% 오른데 그치며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물가 안정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불확실하다. 기후나 국제 유가 동향 등 공급 측 영향이 큰 데다 물가가 낮았던 지난해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는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수출:회복세 확대될 가능성 커

상반기 엔저의 위협 속에서도 한국의 수출은 선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1분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총 수출 금액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0.5%가 증가한 1355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입은 3% 감소한 129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는 58억 8000만 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약 47억 달러가 증가했다. 이와 함께 한국무역협회· KOTRA·한국수출입은행 등 세 개 유력 무역 기관이 국내 무역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분기 수출 전망 지수를 보면 올해 2분기 수출은 1분기보다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반기 수출 여건을 결정지을 키워드는 환율과 주요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대 등이다. 미국의 빠른 경기 회복은 직·간접적으로 세계 수출 회복을 유도하고 글로벌 통화 완화 기조 지속, 위험 자산 선호 현상, 상품 가격의 완만한 상승 등과 함께 신흥국의 경기 회복세로 이어진다. 하반기에는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지만 엔화 약세가 제한되는 조정을 나타내고 세계 수요 회복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 회복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반기에 고환율 조건만 뒷받침된다면 우리 수출 기업의 경쟁력 회복이 기업 이익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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