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현실화되나] 점진적 상승 전망…대형주 강세 예상

투자전략팀장 7인이 내다보는 주식시장

6월 들어 국내 금융시장은 연일 출렁거리고 있다. 6월 13일 코스피 지수는 1900 선이 붕괴되며 약 7개월 만에 1880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외국인이 하루동안 9500억 원어치 이상 매도 폭탄을 내놓았다. 2011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매물 물량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 매도세다. 지난 6월 5일부터 5거래일 연속 외국인은 순매도를 지속해 매도 금액은 총 3조1000억 원이 넘는다. 상반기 내내 1900~2030이라는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최근 코스피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35% 전후로 미국이 달러 유동성을 회수한다고 했을 때 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하반기 국내 증시, 어디로 갈 것인가. 7인의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에게 물었다.

증권사 투자전략팀장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우려에 따른 신흥국 시장의 동조 현상이며 일시적 과민 반응일 뿐 특별히 ‘셀 코리아’ 추세는 아니라고 예상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한국 시장이 글로벌 이머징 마켓 펀드에서 15% 정도 차지하기 때문에 신흥국 자금이 빠지는 과정에서 비례해 빠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승선 미래에셋증권 투자분석팀장은 “태국이나 필리핀은 2009년 대비 300% 이상 올랐던 시장으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며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최근 5일간 변화가 이례적이긴 하지만 외국인은 상반기 내내 주식을 끊임없이 팔았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게 뱅가드 물량이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뱅가드는 뱅가드 펀드의 벤치마크(기준 수익률) 변경 과정에서 국내 주식을 올해 1월 9일부터 5월 말까지 약 7조6000억 원어치를 매도했다. 오는 7월 3일까지 매도 예정된 잔여 물량은 약 1조8000억 원어치로, 증권가에서는 ‘뱅가드 이슈’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한다.



양적 완화 축소 우려 과도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도세가 다소 완화되면 뱅가드 부담이 없기 때문에 하반기 외국인 순매수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매크로·전략팀장도 하반기 뱅가드 물량 마무리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할지가 주가상승률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급 개선이 진행되면 15~20% 수준의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역시 최대 이슈는 양적 완화다. 출구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명확해져야 주식시장을 잠재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미국의 정책이 유지될 것인지가 아시아 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다만 양적 완화 축소가 내년 초에 시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재 시장의 우려는 과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반기 국내 증시 방향에 대해선 상반기보다 선전할 수 있겠지만 하반기에도 추세적인 상승은 힘에 부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분기에는 엔화 약세 요인들이 완화됨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이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9월 이후로는 미국의 양적 완화 이슈와 부채 한도 협상 논의 등으로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팀장은 3분기까지는 기저효과로 강세를 보였다가 연말로 갈수록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상승을 위한 조건으로는 수급 개선이 진행돼야 한다고 김성노 팀장은 꼽았다. 오승훈 팀장은 상반기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장인데 한국 증시가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하반기 중국이나 유럽이 함께 회복하는 시나리오가 나와야 한국 증시가 그동안 디커플링에서 벗어나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노 KB투자증권 매크로·전략팀장

A1. 글로벌 주식 시장 상승에도 불구하고 뱅가드 이슈, 일본 엔화 약세, 원화 약세 등으로 외국인 매도로 조정.

A2. 대형주 밸류에이션이 금융 위기 수준보다 저평가돼 있는 상황으로 대형주 주가 상승 여부가 주가 흐름을 좌우할 전망.

A3. 채권 수익률이 상승해 채권 투자 매력이 감소돼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빠르게 약화되면서 글로벌 주식 수요 증가가 예상됨.

A4. 코스피 유망 종목은 삼성전자(금융 위기 수준으로 하락한 밸류에이션), LG디스플레이(하반기 실적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 현대차(역사적으로 가장 저평가된 상태), SK이노베이션(금융 위기 당시보다 저평가된 상태 유지), 하나금융지주(밸류에이션 매력 높음).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A1. 한 줄로 평가하면 ‘지지부진’. 한국 증시가 만들어진 이후 가장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A2. 수익률의 평균 회귀를 기대. 상반기에 부진했던 한국 증시가 오르고 중소형주에 비해 못 올랐던 대형주가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A3. 코스피 밴드는 1800~2200 전망. 하반기 외국인 순매수 반전, 일본이 주는 부정적 효과 완화, 한국 주택 가격 반등 조정 등으로 증시 주변 여건이 상반기보다 대체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극적으로 좋아지지는 않을 전망.

A4. 방송 미디어(제일기획·SBS). 인터넷(NHN), IT(SK하이닉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A1. 한마디로 경기·실적·수급 모두 부진했다.

A2. 주식시장이 상반기보다 선전할 수 있겠지만 하반기에도 추세적인 상승은 힘에 부칠 것이다.

A3. 코스피 기준으로 2150 내외. 3분기쯤 고점이 전망된다.

A4. 3분기에는 경기 민감주가 유리. 하반기 전체적으로 인터넷, 플랫폼·미디어, 콘텐츠와 중국 소비 수혜주 등은 장기 보유. 추천 종목은 SK하이닉스·기아차·삼성중공업·NHN·동원F&B·CJ CGV·하나투어·AJ렌터카.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A1. 이머징과 선진 시장의 디커플링.

A2. 한국 증시 글로벌 대비 상대적 저평가 해소, 글로벌 경기 회복세 강화 및 주요국 확산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하반기 중 점진적 상승 추세가 예상되지만 3분기에 비해 4분기 상승 속도 둔화가 예상되며 상승세 지속 조건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통화정책 기조 유지와 글로벌 경기 회복을 꼽는다.

A3. 코스피 밴드는 1900~2300. 기업 실적 신뢰 회복이 관건으로 보인다.

A4. 유망 업종은 IT·금융·내수소비로, 추천 종목은 SK하이닉스·하나금융지주·이마트 등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A1. 대북 위험, 엔저 영향 등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악재에 노출된 구간.

A2. 악재의 해소 과정 및 신정부 경기 부양 기대감이 확산될 전망.

A3. 코스피 최대 상승 폭은 2400~2500. 연간 저점은 4월 중 확보한 가운데 6~7월 중 박스권 상단 격인 2050 돌파 시 상승 폭이 확대될 전망. 핵심 키워드는 돌아온 외국인, 신정부 효과, 바벨 전략이다.

A4. 박스권 상단 격인 2050 선 돌파 시 경기 민감 대형주 비중 확대. 추천 업종은 반도체 및 자동차. 관련 업종 내 설비투자 수혜주 주목. 삼성전자·현대차에 이어 서울반도체·지디·덕산하이메탈·현대모비스·현대위아 추천.



유승선 미래에셋증권 투자분석팀장

A1. 코스피 중소형주와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

A2. 하반기 관점에서는 여전히 ‘추세’와 ‘순환’을 동시에 고려한 투 트랙 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다.

A3. 뱅가드 이슈 종료, 일본 주가 상승 및 엔 약세 속도 조절 가능성, 상대적으로 고수익 거둔 신흥국에서의 부분적 차익 실현 압력 등 감안 시 상대적 저평가 시장인 한국에 대한 외국인 관심 제고 예상.

A4. 자동차·부품, 금융, 인터넷·게임 업종.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

A1. 상반기에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장. 한국 증시는 재미를 보지 못함.

A2. 하반기 중국, 유럽이 같이 회복하는 시나리오가 나와야 한국 증시도 빛을 볼 수 있을 것.

A3. 코스피 밴드 1900~2250 예상.

A4. 상반기 IT와 경기 방어주가 이끌었다면 그동안 부진했던 소재(철강·화학), 산업재(조선·기계·해운·건설) 등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은행·보험)도 경기가 바닥을 찍고 터닝어라운드하는 국면에서 눈여겨볼 종목.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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