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현실화되나] 주택 가격 ‘보합세’…전셋값은 ‘상승세’
입력 2013-06-19 14:08:48
수정 2013-06-19 14:08:48
5인의 전문가가 예상한 부동산 시장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을 두고 정부는 4·1 부동산 종합 대책의 효과가 하반기에 본격화돼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근거는 4·1 대책 발표 후 호전된 부동산 통계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11일 ‘주택 종합 대책 추진 현황 및 주택 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4·1 대책 발표 후 4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8만 건으로 1년 전보다 17.5%, 한 달 전보다 19.3% 늘었고 침체에 빠졌던 수도권 거래는 28.6%로 지방(10.7%)에 비해 증가 폭이 컸다고 발표했다. 또한 주택 가격은 발표 직후 중소형 아파트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2분기 이후 거래량과 가격이 4, 5월 수준으로 지속된다면 주택 시장은 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하지만 부동산 정책 효과를 바라는 정부의 바람은 간절하지만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나는 하반기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6월 12일 ‘2013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에서 4·1 대책으로 최근 주택 거래가 소폭 회복됐지만 하반기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주택 가격은 보합세로 전환되고 전셋값 상승세는 상반기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 자체 조사 결과 하반기 주택 거래 실적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전국 기준 53.7로 상반기(118.5)에 비해 64.8 포인트나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주택산업연구원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기대와는 다른 의견이다. 부동산 전문가 5인(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부동산 연구위원,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4·1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며 하반기 역시 큰 이변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실낱같은 낙관론도 있다. 연말까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혜택이 남아 있어 거래 절벽(부동산 거래가 급 사라지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전문가들은 취득세 감면 기간 연장,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함께 중대형 아파트 세제 혜택 도입 등 주택 시장 회복을 이끌 동력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
A1. 4·1 부동산 대책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다소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이 이뤄졌지만 4·1 대책의 온기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A2. 일부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서만 다소 거래량이 늘어나 활성화됐지만 전반적인 주택 시장이 활성화되기에는 역부족이다. 4·1 대책의 효력은 이미 소멸한 것으로 보이며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하반기 부동산 시장도 활화산이 아닌 휴화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A3. 서초·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아파트 시장과 역세권 지역의 초소형 아파트 시장을 주목할 만하다.
A4.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돼야 한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부동산 연구위원
A1. 새정부 출범 효과, 4·1 부동산 대책,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량 및 실거래 가격이 소폭 회복됐고 수도권 주택 가격 하락세가 둔화됐지만 근본적인 부동산 시장의 회복 없이 단기 부양책의 영향으로 반짝 회복세를 보이는 수준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뚜렷한 부동산 경기 회복이나 추세 변화, 지표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하반기 경기 회복과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A2. 공공 공급 축소, 거래세 감면 등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 및 거래 가격 소폭 회복됐지만 아직 4·1 대책 중 진행되지 못한 내용이 다수 남아 있다. 대책 이후 주택 거래 회복 효과 또한 한시적으로 나타나 하반기 대책 효과의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A3. 도심 역세권 소형 주택과 아파트 실수요 거래는 꾸준할 전망이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있는 강남권 재건축 등 장기 투자성이 높은 급매물 중심의 주택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위축됐던 수도권 분양 시장은 양도세 혜택을 볼 수 있는 6억 원 이하, 또는 85m2 이하 소형 상품 중심으로 본다. 투자성이 검증된 주요 신도시는 위례·판교·송도·세종시와 서울 도심 재건축, 재개발 브랜드 단지 등을 중심으로 쏠림이 예상된다. 강남 내곡·세곡 보금자리 등 청약저축 보유자 관심 물량에도 수요 쏠림이 예상된다.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 이후 1기 신도시 움직임도 주시할 만하다.
A4.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금융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수요 창출, 미분양 등 수급 불균형 지역의 지연된 인프라 개발 속개를 통한 실수요 유입이 필요하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1. 박근혜 정부 출범의 기대감, 취득세 감면 조치 및 4·1 대책의 영향으로 하락 추세를 지연시켰다. 작년 9월 한 달 사이 전국 아파트 값이 0.21%나 하락했던 것이 올해 5월에는 0.02%로 하락 폭이 크게 줄었다.
A2. 하락 심리를 어느 정도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시장 전체를 반등시키는 데는 무리고 호재가 있는 일부 시장을 중심으로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A3. 양도세나 취득세 감면은 전체 시장에 해당하는 사안이지만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은 해당 단지만의 호재다. 리모델링은 과거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지만 추가 부담금이 많이 들어가므로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쌌던 분당이나 평촌의 일부 단지에만 해당된다.
A4. 취득세 감면 기간 연장이 시급하다. 과거에도 취득세 감면이 끝나면 극심한 거래 절벽이 있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
A1. 수도권의 하락 폭이 둔화돼 보합권(시세가 변동하지 않거나 변동의 폭이 극히 적은 범위)에 근접하고 있고 지방의 상승세도 누그러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 지역 내에서도 손바뀜이 나타나며 대구와 경북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A2. 시장은 실수요자 위주의 매수세로 급매물은 거의 소진됐지만 일반 매물까지 추격 매수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매도자는 기대 심리로 가격을 내리지 않고 버티고 있고 매수자는 매입보다 관망세를 보인다. 하지만 점차 매도자가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반기는 6월 말 취득세 감면 종료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제외한 일반인들에게는 특별한 혜택은 없는 상태다. 7월 이후에는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A3. 시장에서 최대의 수혜자는 분양 시장과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로 볼 수 있다. 또한 양도세 감면으로 기존 주택, 특히 재건축 시장의 관심도 높아졌다. 각 단지별 사업 속도, 사업성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 시장은 새로운 시작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점진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A4. 취득세 감면 기간은 12월로 연장하고 차제에 영구적 세율 인하를 적용해야 한다.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DTI 금융권 자율 운영, 다주택자와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조속 폐지, 종합부동산세 조정(재산세와 통합 등 하향 조정),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급선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A1. 4·1 대책 발표 이후 오름세를 탔던 강남 재건축 단지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일부 지역의 가격 조정이 병행되는가 하면 수도권 일반 아파트의 회복세도 더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작년부터 가팔라진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 조정이 상반기에 둔화되면서 바닥을 다지는 분위기다.
A2. 과거와 달리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와 조정기 시세 차익에 대한 학습효과가 미미한 상황에 가계 부채 및 경기 상황의 뚜렷한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관망세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계절적 성수기인 가을 공급과잉이 덜하고 저가 매수가 가능한 소형, 역세권 물량 위주로 한 차례 거래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2013년 상반기 지방 주택시장은 세종시와 대구 중심으로 오름세를 유지하는 곳도 있었으나 호황세가 빠르게 둔화되면서 부산·대전·전북 등 일부 지역에선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혼조세다. 지방 시장의 주택 가격 둔화세가 빠르게 나타나 가격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A3. 강남권 재건축 단지나 양도세 5년 감면 수혜가 예상되는 수도권 소형 상품을 주목할 만하다.
A4. 단기적 방안으로 취득세 감면 연장,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