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패러다임, 도시 재생! 사업 수익성‘ 뚝뚝’…‘당근 정책’ 내놔야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우리나라에서 ‘토건족’하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고도성장기에 부동산 값이 급등하면서 ‘건설=투기’라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건설 부문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미국은 주택 건설 부문이 전체 경제의 8%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다. 매월 발표되는 신규 주택 착공 수에 따라 주식시장이 요동치기도 한다. 그만큼 건설 부문이 전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건설 부문은 고용 효과가 크다. 특히 서민층의 대표적인 일자리 중 하나로 꼽힌다. 역대 정부가 건설 경기를 살리는데 힘을 썼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주택 수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신도시 200만 호 건설 등의 프로젝트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8년 주택 보급률이 100%를 돌파했고 2011년 기준으로 102.3%에 달한다. 같은 해 가구 수는 1772만 개인데 비해 주택 수는 1813만 채로 41만 채 정도가 남는다는 의미다.



‘허물지 않고 재생’ 도시 재개발 패러다임 전환

그렇다면 더 이상 주택을 지을 필요가 없을까? 답은 ‘노(NO)’다. 가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주택은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부서지고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과 2011년에만 14만 채의 주택이 사라졌다. 결국 적정한 주택 건설 물량은 가구 수 증가분에 사라진 주택 수를 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적정 물량을 초과해 주택이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 건설 회사는 매출과 수익을 늘리기 위해 주택을 계속 짓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공사와 같은 공기업은 보금자리 주택이나 임대주택, 행복주택과 같은 정책을 앞세워 주택을 시장에 쏟아 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이 지난해 100%를 넘기게 된 것이다.

이런 공급과잉은 ‘미분양’이라는 형태로 건설사에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미분양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2009년보다 현재 사정은 덜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7만여 채가 미분양 상태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새 주택이 성공적으로 분양돼도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10가구가 살고 있는 한 섬나라에 주택 10채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가장 좋은 주택을 1번, 가장 열악한 주택을 10번이라고 한다면 1번 주택은 자산 또는 소득이 많은 사람이 살 것이다. 반대로 10번 주택은 자산이나 소득이 가장 적은 사람이 살 것이다. 이때 새 주택이 추가로 공급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로 인해 한 채는 남게 되며 그것은 가장 열악한 환경을 갖춘 10번 주택이 된다. 이는 주택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택이나 지역의 집값이나 임대료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제는 프레임을 바꿔야 할 때다. 과거 주택 대량 공급이 선(善)이었던 시절은 끝났다. 무분별한 주택 대량 공급은 모두에게 악(惡)인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가 ‘악의 축’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들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체며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정책’이다.

다시 섬나라로 돌아가 보자. 10가구만 사는 섬나라에 주택은 10채면 충분하다. 건설사는 가장 열악한 10번 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새 주택을 지을 것이다. 이때 눈여겨봐야 할 것은 새로운 땅에 주택을 지으나 기존 주택을 헐고 그 땅에 주택을 새로 지으나 건설사에는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매출이나 수익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이것이 바로 ‘도시 재생’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이 도시 재생에 해당한다. 재건축은 도시 기반 시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곳의 낡은 주택을 헐고 새 주택을 짓는 것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의 낡은 주택을 헐고 새 주택을 짓는 것은 재개발이다. 자원을 아끼기 위해 일부 구조물을 활용해 새로 짓는 것은 리모델링이다. 관할 법규는 다르지만 낡은 주택을 헐고 새 주택을 짓는다는 본질은 모두 같다고 볼 수 있다.



도시 재생 발목 잡는 건 ‘정책’

그런데 도시 재생은 많은 이해관계인이 얽혀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개발이 쉽지 않다. 기존의 신규 분양은 소수의 개인이나 LH로부터 대지를 사 그 땅에 주택을 지어 분양하면 됐다. 하지만 도시 재생은 기존 소유주가 모두 다르고 생각과 추구하는 가치가 모두 달라 충돌이 발생하곤 한다. 어떤 소유주는 자신의 돈이 수억 원이 들더라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자고 하는가 하면 어떤 소유주는 낡은 집에서도 살만하니 돈을 들이면서까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렇게 가치관이 다르고 경제적 부담 능력도 달라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인 아파트도 개발에 찬성하는 사람만 모여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개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해 도시 재생을 필요로 하지만 실제로는 지지부진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인 방법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이 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용적률을 완화해 일반 분양률을 높이고 리모델링은 수직 증축을 허용해 일반 분양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이다. 다시 말해 경제적인 부담으로 도시 재생을 반대하는 소유주들도 솔깃할만한 당근을 던져 주는 정책이다. 문제는 참여정부 이후 ‘당근의 크기가 작아졌다’는 데 있다. 심지어는 초과 이익 환수제와 같이 있던 당근도 빼앗아 가는 형국이다. 이러니 도시 재생 사업이 지지부진 할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끊임없이 새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 침체로 도시 재생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도시 재생 사업의 수익은 기존 집값에 추가 부담금을 더한 금액이 인근 신축 주택 값보다 저렴해야 발생한다. 추가 부담금은 공사비에서 일반 분양 이익을 뺀 것이다. 결국 도시 재생 사업이 성공하려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돼 인근 신축 주택 값이 지금보다 많이 오르거나 추가 부담금을 낮출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전자의 가능성이 작아 후자의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지금 경기에 공사비를 낮추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일반 분양 이익을 많이 거둬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답이 나온다. 결국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한 조정, 리모델링 수직 증축 범위 상향 조정이 도시 재생 사업의 핵심 이슈다. 문제는 이 열쇠를 시장이 쥐고 있는 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산과 들을 파헤쳐 주택을 지을 필요는 없다. 기존에 있는 주택의 대지를 활용해 도시 재생 사업을 활성화할 때 주거의 질 향상과 일거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세상이 바뀐 만큼 정부와 정치권의 전향적인 사고의 전환이 절실한 때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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